66장. 새로운 희망 3
“신경이 쓰이십니까?”
“아니야.”
부하의 물음에 해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를 가지고 흔들릴 이유는 없었다.
“나는 그저 대한민국에서 명령을 받은 그대로만 하면 되는 사람이야. 다른 것을 고민할 이유는 없어.”
“맞습니다.”
“틀리지 않았겠지?”
“아닐 겁니다.”
확신에 찬 대답에 해군은 싱긋 웃었다.
“신기하군.”
“네?”
“아니야.”
해군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미음이라는 게 중요했다.
“내가 잘 하겠네.”
“믿습니다.”
“고마워.”
해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해야 했다. 이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사람들을 구해야만 하는 거였다.
“언니 윤태 씨랑 싸웠어요?”
“어? 어.”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싸운 거지.”
“왜요?”
세연은 입을 내밀고 지아의 옆에 앉았다.
“왜 그래요?”
“그냥 이제 한국에 돌아갈 거니까.”
“그게 왜요?”
“현실이잖아.”
“현실이요?”
지아의 말에 세연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언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우리에게도 제대로 말을 해주면 안 되는 거예요? 그게 어려워요?”
“어.”
지아는 혀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네.”
“언니.”
“그게 되게 어렵다.”
그냥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모두 다 말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이상하게 어른이 되고 나니까 사람들에게 더 말을 하기 어려워져. 어릴 적에는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게 어려워서 말을 할 수가 없었거든. 지금 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 건지 확신이 없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어른이 되니까 또 다르게 어려워져.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거?”
“나는 다르게 보지 않아요.”
“그래도.”
세연의 말에도 지아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윤한이 잘해줘.”
“잘 해주고 있어요.”
“그럼 된 거지.”
지아는 기지개를 켜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나 혼자 있을게.”
“너무 많이 혼자 있으면 안 되는 거 알죠?”
“우리는 너무 많이 혼자 있지 못해서 문제야.”
“뭐. 그렇죠.”
지아의 대답에 세연은 쿡 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 말을 하려고 해도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그럼 저는 갈게요.”
“그래. 안녕.”
세연의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지아 언니랑 윤태 씨 무슨 문제가 있는 모양이에요.”
“그래요?”
윤한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모았다.
“안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다 불안해하고 있는데. 이제 돌아가면 되는 건데 다들 왜 그러는 걸까요?”
“그러니까요.”
세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다들 왜 그렇게 걱정을 하는 걸까?
“다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이기는 한데 우리들에게까지 상처를 주면서 그럴 이유는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윤한은 세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연은 씩 웃으면서 그런 윤한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뭐가요?”
“지난번에 화를 내서.”
“에이.”
세연의 말에 윤한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나도 그랬네.”
세연이 엷은 미소를 지은 채 대꾸하자 윤한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세연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아 예쁘다.”
“뭐야?”
세연은 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편하다.”
“얼른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왜요?”
“맹세연 씨에게 더 많은 걸 해주고 싶거든요.”
잠시 윤한의 얼굴을 더 보던 세연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돌아가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게 유일한 방향이었다.
“왜 그랬어요?”
“네?”
갑작스러운 기쁨의 물음에 재율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숨길 수도 있었잖아요.”
재율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여태 숨긴 것만 해도 우스운 거죠. 같은 생존자들이라고 그렇게 말을 해놓고 사실을 얘기하지 않은 거니까요. 나 혼자 가지고 있는 비밀이라는 거. 이거 되게 우스운 일이니까요.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기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율의 얼굴을 가볍게 보더니 엷게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혼자 그러지 마요.”
“네. 알겠습니다.”
“힘들어보여.”
“네. 힘들어요.”
재율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기쁨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그대로 입을 다물고 씩 웃었다.
“잘 할 거라고 믿어요.”
“고맙습니다.”
“잘 할 거야.”
“고맙습니다.”
재율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뭐 하고 계세요?”
“사건 일지 정리.”
“네? 뭘 정리해요?”
지웅의 말에 나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적어도 나부터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는 것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말이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왜?”
“아니요.”
나라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대단하시네요.”
“그래?”
“그걸 하실 줄이야.”
“당연히 해야지.”
지웅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 가면 이 모든 일들이 귀찮은 서류로만 생각이 될 거였다.
“아마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이 모든 기록을 하게 되면 제대로 기록이 되지 않을 거고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많을 거야.”
“그럼 저도 쓸까요?”
“아니.”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귀찮은 일을 굳이 나라까지 할 이유는 없었다.
“아마 자기는 첫 비행이니까 귀찮은 일을 하라고 하지 않을 거야. 시키더라도 내가 막아줄 거고.”
“그거 고맙네요.”
“그럼 고마운 일이지.”
나라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선배님은 혼자서 그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세요? 다른 사람들과 나눠도 되는 거잖아요. 혼자서 다 하시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그러게.”
지웅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라에게 서류를 건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라는 한숨을 토해내며 입을 쭉 내밀고 지웅의 옆에 앉아서 못 마땅하다는 듯 미간을 모았다.
“선배는 저를 못 믿으시는 거죠?”
“내가?”
“아니에요?”
“아니야.”
지웅은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일. 이거 결국 책임에 관한 일이 될 거야. 너에게 이걸 지우줄 수는 없어.”
“왜요?”
“네가 더 오래 승무원을 하기 바라니까.”
“네?”
지웅의 알 수 없는 말에 나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아니야.”
지웅의 알 수 없는 말에 나라는 입을 쭉 내밀었다.
“사무장님이랑 많이 친해진 거 같아.”
“그래요?”
세라의 말에 나라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이게 고마울 일인가?”
“이제 저도 한 사람이라는 거.”
“그래?”
세라는 가볍게 나라의 어깨를 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큰 부담은 갖지 마.”
“네?”
“자기 지금 첫 비행에서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은 거니까. 더 잘 해야 한다고.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아. 네. 알아요.”
나라는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뭔가 더 해야 한다는 거. 그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건 당연한 거지.”
“당연한 거예요?”
“그럼.”
세라는 나라를 향해 밝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에요?”
“내가 이제 내 몫을 못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네가 내 몫을 해주는 거 같아서. 자기만 믿으면 되겠네.”
“에이.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요?”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
세라의 쓸쓸한 대답에 나라는 침을 삼켰다.
“미안.”
“아니요.”
세라는 곧바로 사과하며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자기들이 겪은 걸 겪지 못했으니까.”
“다르지 않을 거예요.”
“다를 거야.”
세라의 대답에 세라는 그저 어색하게 웃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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