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장. 새로운 희망 2
“나에게 바라는 게 뭡니까?”
“없어요.”
윤태의 물음에 지아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뭔가를 바라는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냥 이런 마음이었다.
“이윤태 씨도 알고 있잖아요. 우리 두 사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거. 내가 이윤태 씨랑 어울린다고 생각을 해요?”
“어울리지 않을 건 또 뭐가 있습니까? 강지아 씨 지금 되게 이상한 말을 하고 있는 거 압니까?”
“뭐가 이상한 건데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지아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지아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기에 더욱 답답했다.
“강지아 씨. 나는 강지아 씨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강지아 씨가 무슨 말을 하건. 어떤 행동을 하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건 아닙니다. 나를 그렇게 밀어낼 이유가 없어요. 우리가 서울에 간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아니요. 달라질 걸?”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태가 왜 이리 자신을 붙잡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당장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한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어쩌면 아주 약간이라도 거리를 둬야 할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지금 그 말을 하고 있는 건데 도대체 왜 그래요?”
“그런 게 아니니까.”
“뭐라고요?”
지아는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은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시 고개를 들어 윤태를 응시했다.
“고마워요.”
“갑자기 뭐가 고맙다는 겁니까?”
“그 정도로 나를 아껴줘서.”
“그거야 당연하죠.”
“헤어져요.”
지아의 갑작스러운 말에 윤태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게 무슨?”
“말 그대로에요.”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더니 해맑게 웃었다.
“어쩔 수 없어. 헤어져.”
“싫습니다.”
“이건 이윤태 씨가 싫다고 해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야. 헤어지는 일은 그런 게 아니니까요.”
“도대체 무슨.”
윤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지아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준이 형 때문이라면 내가 말을 할게요. 강지아 씨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 건지. 강지아 씨로 인해서 내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가 있는 건지. 그거 내가 다 준이 형에게 말할게요.”
“그런 거 말하라는 게 아니에요.”
“뭐라고요?”
“그런 거 바라지도 않아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킨 후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우리 두 사람이 한국으로 가면 이렇게 뜨거울 수 없을 거야. 그런데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아무 일도 없을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는 게 더 우스운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조금은 거리를 두자고요.”
“그 말이 미리 헤어지자는 걸로 들려요.”
“아니요.”
지아는 애써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말은 아니었다. 다만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윤태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윤태 씨가 왜 그렇게 구는 건지 모르겠어요. 나는 이윤태 씨가 좋아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달라져요.”
“달라질 거 없습니다.”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제발 그러지 마요.”
“너무 이기적인 거 알아요?”
“뭐라고요?”
“이윤태 씨 이기적이야.”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푹 숙인 후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만 둬요.”
“뭘 그만 둬요?”
“우리가 다른 대화 더 나눌 이유가 있어요?”
“뭐라고요?”
“없잖아요.”
지아는 간단히 말하고 돌아섰다. 윤태가 재빨리 그런 지아의 앞을 막았다.
“이건 아니죠.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럴 수 없습니다. 강지아 씨. 지금 그거 그냥 헤어지자는 거예요.”
“만일 내가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이라도 거리를 둬야 한다고 하는 말을 헤어지자는 거로 듣는다면 그렇게 해요.”
“강지아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말 그대로잖아요. 내가 무슨 말을 더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다른 거 더 말을 할 이유가 없을 거 같은데.”
“그게 무슨.”
윤태는 혀를 살짝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낸 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말들이었다. 지아가 너무 이상하게 행동하는 중이었다.
“강지아 씨 왜 그래요?”
“그냥 이게 현실이라 그래요.”
지아는 울음을 참은 채 고개를 저었다.
“현실이잖아.”
“뭐가요?”
“우리 둘.”
“현실이 뭐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낸 후 애써 울음을 삼켰다. 그리고 어색한 채 웃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그 동안 너무 꿈에서 살았어. 우리 두 사람이 있는 곳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우리가 지금 있는 이곳도 현실입니다. 절대로 꿈이 아니라고요. 강지아 씨가 그렇게 생각할 이유 없어요.”
“꿈이야.”
“강지아 씨.”
“여기는 꿈이야.”
지아는 씩 웃었지만 뺨이 떨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지아는 다부지게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윤태 씨가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려는 건 알겠어요. 왜 그러는 건지도 알겠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괜찮은 거 아니에요. 우리 두 사람의 달라지는 상황도 생각을 해야 하는 거라고요.”
“그러니까 그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 두 사람의 상황이 전혀 달라질 게 없는데 왜 그래요?”
“왜 달라질 게 없어요?”
“그럼 뭐가 달라지는 겁니까?”
“모든 게요.”
“아니요.”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최대한 지아를 달래주기 위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강지아 씨. 우리 두 사람의 관계가 전혀 달라질 거 없습니다. 우리 아직 한국에 가지 않았어요. 그리고 내가 강지아 씨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지면 커지지. 작아지지 않을 거라 맹세합니다.”
“맹세요?”
“네. 맹세요.”
지아는 아랫입술을 꼭꼭 물었다.
“그게 말이 돼요?”
“왜 안 됩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
지아는 숨을 크게 쉬고 고개를 저었다.
“이윤태 씨 제발.”
“강지아 씨야 말로 제발 이러지 마요.”
윤태는 한 발 앞으로 다가와서 지아를 꼭 안았다.
“제발 이러지 마요.”
“나는 이윤태 씨의 인생을 망칠 거야.”
“아니요.”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왜요?”
“내가 이제 강지아라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겁이 많은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물끄러미 윤태를 응시하더니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제발 부탁이에요. 이윤태 씨. 나를 흔들지 마요. 나는 이윤태 씨를 보내줄 모든 준비가 다 되었어요.”
“내가 강지아 씨를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도대체 왜 나를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하는 겁니까?”
“이윤태 씨 제발 철 좀 들어요.”
“무슨 철이요?”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 강지아 씨야 말로 이상한 말을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도대체 내가 뭘 해주기 바라는 겁니까?”
“바라는 거 없어요.”
“그런데 왜 이래요?”
“바라지 않으니까 헤어지자는 거야.”
지아의 덤덤한 고백에 윤태는 한숨을 토해냈다.
“강지아 씨. 제발 이러지 마요. 나는 이제 강지아 씨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제발 나를 힘들게 하지 마요.”
“내가 없으면 힘들어요?”
“네. 힘들어요.”
“이윤태 씨가 있어서 내가 힘들다면요?”
“뭐라고요?”
“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
“그건.”
갑작스러운 지아의 물음에 윤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지아를 힘들게 한다고 자신 때문에 지아가 힘들다고?
“정말입니까?”
“네.”
지아의 길지 않은 대답에 윤태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갑자기 이러는 게 되게 이상하다는 건 알아요. 나도 지금 이상하기는 한데.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미안해요.”
윤태의 눈을 보던 지아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 미안해요.”
“강지아 씨.”
“우리 두 사람을 위해서. 더 현명하게 생각해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현명하게. 그게 우리 두 사람을 위한 거야.”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한숨을 토해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일이 생긴 거였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이게 현실이니까. 어서 와요. 현실로.”
지아는 두 팔을 벌리고 씩 웃었다. 윤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미간을 모았다. 이건 현실이 아니었다.
“얼마나 더 걸릴 거 같습니까?”
“이틀 정도면 될 거 같습니다.”
“이틀.”
해군의 말을 들은 전문가는 미간을 모았다.
“아직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습니까?”
“무슨 생각 말입니까?”
“이봐요.”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해군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전문가는 혀를 차면서 그런 해군을 응시하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한국에서 올 때와 같습니다.”
“그게 문제라는 걸 모릅니까?”
“뭐가 문제입니까?”
“이봐요.”
“이건 군 작전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을 구해야죠.”
“구할 겁니다.”
“아니요.”
전문가는 힘을 주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그쪽이 하는 대로 한다면 그 누구도 구하지 못할 겁니다. 모든 사람을 결국 잃게 될 겁니다.”
전문가의 차가운 말에 해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 소설 완결 > 어쩌다 우리[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67장. 확인 1] (0) | 2017.10.26 |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66장. 새로운 희망 3] (0) | 2017.10.26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64장. 새로운 희망 1] (0) | 2017.10.26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63장. 갈등의 끝 3] (0) | 2017.10.26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62장. 갈등의 끝 2] (0) | 2017.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