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장. 확인 1
“아직도 전파가 안 터지는 거죠?”
“네. 안 터집니다.”
지웅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다른 것이 필요했는데 상황을 반전시킬 일이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전파가 터지지 않는 것일까요? 섬의 다른 곳. 그곳이라도 가보는 게 나을까요?”
“아니요.”
지아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진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배가 오면요?”
“하지만.”
“가만히 좀 계실래요?”
진아의 날이 선 말에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쪽이 하자는 대로 다 하다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예요? 그게 어떤 문제일지 몰라요?”
“알아요. 아는데 그냥 이렇게 기다리는 거 너무 이상한 거잖아요. 적어도 뭔가 반응이 오기 기다려야 하는 거잖아요.”
“내가 가지.”
지웅의 말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선배.”
“내가 갈게.”
지웅의 단호한 말에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건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었다.
“선배도 알고 있잖아요. 지금 여기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같이 있어야 한다는 거. 그렇지 않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라는 거. 다른 사람보다도 선배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면서 왜 그러는 건데요?”
“너는 불안하지 않아?”
“뭐가요?”
“한국에서 여기로 오지 않으면?”
“그건.”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웅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저 그것을 인정하기 너무 두려운 것뿐이었다.
“누군가는 이동을 해야 해.”
지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내 생각에 그건 나여야 하고.”
“아니요.”
진아는 한숨을 토하며 고개를 저었다.
“선배는 안 돼요.”
“뭐?”
“선배는 안 된다고요.”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결국 자신도 승무원이었다. 지웅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너무 쉽게 이해를 해버렸다.
“제가 갈게요.”
“성진아 씨가?”
“네. 저도 승무원이니까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진아는 자신의 입을 막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모든 말은 이미 나와버렸으니까.
“저도 제가 멍청하다는 거 알고 있고.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제가 할게요. 해야 하는 거니까.”
“그럴 이유 없어요.”
지아가 진아를 막아섰다.
“아무도 성진아 승무원에게 이걸 강요하지 않아요. 이건 내 생각이니까요. 가야 한다는 건 내 뜻이에요. 그런데 이런 내 뜻을 가지고 성진아 승무원에게 뭔가를 하라고 할 수 없어요. 아니. 하고 싶지 않아.”
“내가 불편해서 그래요.”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하는 거였다. 진아는 지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갈게요.”
“혼자 갈 수 있어?”
“그럼요.”
진아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갈게요.”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이미 어쩔 수 없어요.”
진아가 간단한 짐을 챙기러 간 사이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사무장님.”
“강지아 씨야 말로 지금 이상한 거 아닙니까? 도대체 왜 자신이 모든 일을 다 하려고 하는 겁니까?”
“그건.”
지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은 이 모든 것을 다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진아를 내보낼 수도 없었다.
“이거 너무 위험한 일이에요. 다른 사람보다도 사무장님이 잘 아시잖아요. 이러면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알죠.”
“아는데요?”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뭐라고요?”
“섬의 전파가 터지는 곳으로 가야 해요. 하지만 내가 가면 사람들이 동요할 거라 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다른 승무원이 가야 하는 거지. 이세라 승무원은 우리랑 같이 있지 않았으니까 이 상황을 모두 파악하지 못해요.”
“그래도.”
지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진아가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적어도 누군가 다른 사람하고 가라고 해야 하는 거죠? 아니에요? 다른 남자들 말이에요.”
“아니요.”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승객에 그런 걸 시킬 수 없어요.”
“사무장님.”
“이건 승무원들이 해야 할 일이에요.”
“아니요.”
지아는 아랫입술을 꼭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웅이 하는 말을 이해는 하지만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저도 같이 갈게요.”
“아니요.”
“사무장님.”
“안 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지웅의 태도에 지아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요?”
“그 동안이야. 사실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는 가능성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강지아 씨가 어떤 행동을 하건 크게 제약을 두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이제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아니야. 다르지 않아요.”
“다릅니다.”
지아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한숨을 토해냈다. 지웅의 지금 행동이 이해가 되지만 이건 옳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요?”
“승무원 쪽이 낫죠.”
“뭐라고요?”
“강지아 씨는 안 다칠 거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네. 있어요.”
지아는 힘을 주어 말하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나는 할 수 있다고요.”
“아니요.”
“사무장님.”
“그 동안은 운이 좋았던 겁니다.”
“앞으로도 좋겠죠.”
“안 그럴 겁니다.”
지웅은 힘을 주어 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도대체 사무장님이 왜 그러시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러다가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어차피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거라면 다른 사람보다는 승무원이 당하는 게 나을 거라고요. 그리고 곧 배가 이리로 올 겁니다. 우리 예상이 맞는다는 가정 하지만요. 그럴 경우 승무원이 떠나있는 것이 낫습니다. 승무원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이건 다르죠.”
지아는 어떻게 해서라도 가고자 했다. 하지만 지웅의 뜻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또 단호했다.
“그 동안은 강지아 씨가 뭔가를 한다고 하면 지지했습니다. 그래도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달라요.”
“뭐가 다른 건데요?”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거니까요.”
“그게 무슨?”
지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웅의 말은 너무 무서운 말이었다. 한국에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라니.
“그러면 지금 이세라 씨가 못 갈 것을 알고도 그런다고요?”
“네.”
“미쳤어.”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안 돼요.”
“왜 안 되는 거죠?”
“성진아 씨.”
“내가 가는 거예요.”
준비를 마친 진아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위험한 일은 승무원이 해야 하는 거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지만 말이죠.”
“그럼 내가 갈게.”
“아니요.”
지웅의 대답에 진아는 고개를 저었다.
“사무장님은 여기에서 사람들을 지켜야죠. 그 정도 생각은 저도 할 줄 알아요. 제가 가야 하는 거죠.”
“저도 같이 가요.”
“아니요.”
지아가 나서려고 하자 진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고 입을 쭉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그쪽이 왜요?”
“하지만.”
“나 혼자 갈 겁니다.”
“성진아 씨.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해요.”
“그게 맞아요.”
진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승무원이에요. 그쪽은 나를 도대체 뭐로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라가 오기 전에 갈게요.”
“그래.”
지웅은 미소를 지으면서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진아는 그런 지웅에게 더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고 돌아섰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카락을 세게 쥐었다. 모두 다 자신 때문이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물어야 합니다.”
“뭐라고요?”
전문가의 말에 해군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람들을 데리고 가야죠.”
“그런데요?”
“지금 우리가 가는 곳으로 가면 사람들이 없을 겁니다. 우리는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그러기를 바라는 거 같습니다.”
“뭐라고요?”
해군의 대답에 전문가는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해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쪽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그쪽 뜻대로 하자는 건 아니죠.”
“그게 무슨?”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이 상황이 무조건 그쪽 말대로 다 이뤄진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도대체 전문가를 왜 뽑은 겁니까? 나를 전문가라고 데리고 왔으면 내 뜻을 들어야 하는 거죠.”
“시끄러운 걸 막자는 거죠.”
“뭐라고요?”
전문가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무슨?”
“사람들을 구할 겁니다.”
“그런데요?”
“그쪽 말은 안 들을 겁니다.”
“나 참.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인지.”
해군은 싱긋 웃더니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전문가도 따라일어나자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냥 계십시오.”
“이봐요.”
“일이 잘못되어도 그쪽 탓은 안 할 겁니다.”
해군은 전문가를 두고 그대로 회의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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