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69장. 확인 3]

권정선재 2017. 10. 26. 17:31

69. 확인 3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나라의 말에 지웅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하지만.”

가서 뭘 할 건데?”

?”

 

지웅의 물음에 나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뭘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은 없잖아. 그런데 그냥 그렇게 올라가서 도대체 뭘 하자는 건데?”

하지만.”

 

나라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하지만 진아가 걱정이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승무원이었다. 뭔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누군가를 돕고 싶은 것은 당연했다.

 

사무장님은 이해를 하시지 못하겠지만 저도 중요한 일을 하고 싶어요. 뭔가 의미가 있는 걸 하고 싶어요.”

하고 있어.”

제가요?”

 

나라는 자신을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

왜라뇨?”

 

나라는 한숨을 토해내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지웅을 보면서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니 지웅이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내 사람 좋은 예의 그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말했잖아. 어차피 유나라 씨도 언젠가 이런 일들을 모두 겪게 될 거라고요. 그 힘든 일들 지금부터 미리 겪을 이유 없잖아요. 지금은 내가 다 할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 하는 일.”

그런 걸 누가 정하는 건데요?”

?”

사무장님이라도 그건 아니죠.”

빙고.”

 

지웅은 손가락을 튕기며 씩 웃었다.

 

그게 답이네.”

뭐라고요?”

사무장.”

사무장님.”

사무장이니까.”

 

지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라 씨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알아요. 그리고 자신도 뭔가 더 의미가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알겠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그렇게 행동할 이유는 없어요.”

더 중요한 사람이고 싶어요.”

이미 충분히 중요해요.”

아니요.”

 

나라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자신은 이곳에서 없어도 되는 사람이었다.

 

제가 여기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저 스스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고.”

유나라 씨.”

부탁이에요.”

 

나라는 입술을 꽉 물고 지웅을 응시했다.

 

저도 갈래요.”

아니요.”

?”

안 됩니다.”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저 진아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게 다였다.

 

혹시라도 성진아 승무원이 오지 않더라도 우리들 중 누구도 거기로 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게 맞아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돼요.”

 

나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지웅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더라면 그냥 따라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한 사람만 당하는 거죠.”

뭐라고요?”

유나라 씨가 간다고 달라집니까?”

그거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

 

지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가볍게 나라의 어깨를 두드리고 고개를 저었다.

 

유나라 승무원. 그렇게 서두를 이유 없습니다. 서두른다고 해서 뭐 하나 달라지는 건 없어요. 때로는 여유를 갖는 것. 조금은 시간을 갖는 것.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유나라 씨 너무 서두르지 마요.”

서두르는 게 아니에요.”

 

나라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제가 해야 하는 일 그걸 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기회를 주세요.”

아니.”

 

지웅은 다시 한 번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사무장님.”

그래요.”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사무장이에요. 왜 자꾸 같은 말을 시키죠? 유나라 씨. 나는 사무장입니다. 내가 결정하는 게 어떤 의미인 건지. 그리고 어떤 생각인 건지. 그런 것 정도는 나도 궁금합니다. 뭘 하려는 겁니까?”

그거야.”

뭘 할 이유 없어요.”

 

지웅은 나라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뭘 하지 마.”

하지만.”

사무장님 말이 맞아.”

 

세라도 지웅처럼 대답했다. 나라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저는 승무원이 아니에요?”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요?”

유나라 씨.”

 

세라는 나라의 눈을 보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싱긋 웃어보이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렇게 초조하게 생각을 할 이유가 없는 건데 왜 그렇게 초조하게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

?”

왜 그래야 하는 건데?”

아니.”

 

나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세라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은 채 한숨을 토해냈다.

 

유나라 승무원.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요. 반드시 지금 더 큰 일을 한다고 해서 중요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다들 뭔가를 하잖아요. 사무장님은 모든 것을 하시고. 선배님도 이 섬에서 모든 걸 지켰고. 그리고 유나라 선배님도 하고. 그런데 저는 여기에서 지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잖아요.”

돌아가는 배는?”

?”

그 배에서는?”

배요?”

. .”

 

세라는 머리카락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는 모르겠지만 아마 돌아가는 길 다들 지쳐있을 거야. 다른 사람들이 뭔가 하는 것에 대해서 혼란을 느끼기도 할 거고. 그 모든 것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할 거야. 그런 일을 하기에 사무장님은 아마 너무 지쳤을 거고. 그 순간에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거야. 자기가 그런 사람을 해줘.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을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그 순간을 기다려.”

기다리라고요?”

. 그게 승무원이야.”

 

세라는 나라의 머리카락을 만져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눈을 보고 살짝 입을 내밀고 미소를 지었다.

 

자기도 지금 비행해봐서 알잖아. 사람들에게 뭔가를 해주기 전에 사람들이 우리를 부르잖아. 사람들이 우리를 부를 때 그때 가면 되는 거야. 언젠가 사람들이 우리를 찾을 거야. 그러니 그때 해. 모든 것들을 다 할 수 있을 거야. 그때는 일이 너무 많다고 뭐라고 할 수도 있어.”

다른 선배님들도 있잖아요.”

아니.”

 

세라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거였다. 자신은 그저 민폐일 거였다.

 

나는 지금 자기가 부러워.”

제가요?”

. 부러워.”

왜요?”

 

나라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라는 숨을 크게 쉬고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같이 가지 않았잖아. 그래서 그 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를 알지 못해. 그게 생각보다 큰 일이야. 내가 다른 사람들하고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니까. 그게 되게 큰 거야.”

에이.”

에이가 아니야.”

 

세라의 말에 나라는 입술을 꾹 다물고 침을 꿀꺽 삼켰다. 세라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먼 바다를 바라보더니 혀를 살짝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서로의 입장이 있는 거야. 누가 누구를 부러워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런 건 아무도 알 수가 없지.”

그런 건가요?”

그럼.”

 

나라는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이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고맙습니다.”

아니.”

 

세라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도 자기가 이런 말을 하면 나는 얼마든지 상담을 해줄 수 있으니까 말해요. 내가 다 해줄게.”

. 고맙습니다.”

 

나라는 혀를 살짝 내밀고 더 밝게 웃었다. 조금이나마 스트레스가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편해졌다.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겁니까?’

그래요. 아직 없습니다.’

 

보고를 받은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혀를 살짝 내민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우리가 한국에서 더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마 없을 겁니다.”

여기도 혼란입니다.’

 

해군의 말에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혼란이라니.

 

그 말은?”

전문가는 원래 섬으로 가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사실 저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군요.”

 

대통령은 관자놀이를 엄지로 꾹꾹 눌렀다.

 

죄송합니다.”

그대가 왜 사과를 합니까?’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한국에서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였다.

 

여기에서 더 고민하겠습니다.”

그러시겠습니까?’

그래야죠.”

 

대통령은 짧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모든 것은 다 자신의 고집일 수도 있었다. 자신이 해야 하는 것.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것.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모든 것을 타인이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더 이상 그런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 아니 지켜봐서는 안 되는 거였다.

 

미안합니다. 내가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오래 기다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미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기다릴 수 없다는 거 말.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이해를 해야만 했다.

 

오늘 내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은 통화를 끊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급한 일이었지만 결국 모두 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