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71장. 긴박한 순간 1]

71장. 긴박한 순간 1

“강지아 씨가 많이 이상한 거 같죠?”

“아무래도요.”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자신의 눈에도 이상한 건 모두의 눈에 이상한 거였다.

 

“강 기자 그런 사람 아닌데.”

“그러게.”

 

서준의 말에 윤태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지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 다 아는 걸 거였다.

 

“그냥 이제 돌아갈 때가 되니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입니다. 그게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지만요.”

“모두가 그렇죠.”

“그렇죠. 모두가 그렇죠.”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하루가 다 되어가는데 결국 진아는 돌아오지 않았다.

 

“누가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요.”

 

서준의 물음에 지웅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웅은 두 남자를 보면서 엷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저었다.

 

“미치지 않고서 거기에 가면 안 되는 겁니다. 성진아 씨는 알아서 돌아올 거고 우리는 그걸 기다려야 하는 거죠.”

“그런데 돌아오지 않고 있잖아요. 애초에 성진아 씨를 혼자 그렇게 보내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윤태의 말에 서준은 물끄러미 그를 응시했다.

 

“왜요?”

“네?”

“왜 혼자 가면 안 되는 겁니까?”

“아니.”

“승무원입니다.”

 

지웅의 간단한 대답에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이윤태 씨는 성진아 승무원을 단순히 여성이라. 이렇게만 생각을 하는 거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승무원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윤태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숙였다. 서준은 머리를 짚은 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그렇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여성 혼자서 가기는 좀 그렇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왜?”

“제가 갈 수는 없으니까요.”

 

지웅의 너무나도 간단한 대답에 윤태는 미간을 모은 채 침을 꿀꺽 삼켰다. 윤태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그게 지금 말이 됩니까?”

“저는 사무장입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또 흔들리지는 않는지. 그걸 봐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되는 겁니까?”

 

지웅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윤태는 할 말이 없었다. 이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지웅이 잘한 일일 수도 있었다. 지웅이 잘한 거였다. 그랬다. 지웅처럼 행동을 해야 맞는 거였다.

 

“지금 승무원들은 단순히 개인이 아닙니다. 모두 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이게 내 사감으로 일어난 일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미안합니다.”

 

지웅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답답했다. 모든 게 너무 복잡했다.

 

 

 

“누가 가야 하는 거 아닐까?”

“그만 둬.”

 

윤태의 말에 서준은 곧바로 미간을 모았다. 윤태는 갑작스러운 서준의 반응에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형 왜 그래?”

“너야 말로 왜 자꾸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건데? 그럴 이유가 없다고 하잖아. 아니야?”

“하지만.”

“네가 이상한 거야.”

 

서준의 지적에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이상한 거라니.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럼 아니야?”

“어?”

“너 지금 이상해.”

 

윤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기고 혀로 입술을 적신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치겠네.”

 

윤태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진아에 대해서 다들 너무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들 너무 이상한 거 아니야?”

“뭐가?”

“그래도 같이 가야지.”

“그러다가 구조대가 오면?”

“뭐?”

 

서준의 물음에 윤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구조대가 오면 같이 가면 되는 거였다.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될 게 있어?”

“당연하지.”

“왜?”

“구조대가 온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무조건 우리를 기다려줄 거라는 생각은 조금 아니지 않나?”

“안 기다릴 거라고?”

 

윤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낸 후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듯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미친 거 아니야?”

“왜?”

“그런데 성진아 씨를 보낸 거야?”

“보낸 게 아니라 스스로 간 거겠지.”

 

지웅의 말에 윤태는 머리를 쾅 맞은 기분이었다.

 

“그게 무슨?”

“여자가 아니라 승무원이라고.”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너무나도 간단한 것을 말해준다는 듯 대답했다. 윤태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승무원?”

“그래. 승무원.”

 

윤태는 깊은 숨을 토해냈다.

 

 

 

“아앗.”

 

진아는 발을 내딛다가 비명을 질렀다. 분명히 땅이라고 딛은 것이 낙엽으로 파인 웅덩이였다. 발이 그대로 접질렸다.

 

“망했네.”

 

진아는 발목을 주물렀다. 눈에 띌 정도로 바로 부풀어 오르는 발목을 보며 진아는 고개를 저었다.

 

“뭐야.”

 

진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대로라면 문제였다. 혼자 있는 상태에서 다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어떡해.”

 

누구 하나 자신을 도울 수 없었다. 여기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큰 문제가 생길 거였다. 움직여야 했다.

 

“악.”

 

하지만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눈물이 흘렀다. 진아는 애써 한숨을 토해냈다.

 

“성진아 할 수 있어.”

 

자신은 승무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거였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이런 상황에 더 당황할 거였다. 하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승무원이니 더 참고 견뎌야 했다.

 

“그래 할 수 있어.”

 

진아는 이를 악 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통이 아주 약간은 익숙해지는 기분이었다. 다행이었다.

 

“다행이다.”

 

아예 다리가 망가진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 정도 상태라면 그래도 아쉬운 대로 뭐라도 할 수 있을 거였다.

 

“해야 해.”

 

여기에서 무너질 수 없었다.

 

“성진아. 제발. 제발.”

 

진아는 힘들게 한 발 내딛었다. 온 몸을 타고 오는 고통에 비명이 나왔지만 이를 악물고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은 거야.”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았다. 그리고 한 발, 한 발 다시 내딛었다. 앞으로 나가야 했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형 괜찮아?”

“뭐가?”

“다들 형 탓을 하니까.”

“아니.”

 

재율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볍게 재율의 뺨을 두드렸다.

 

“네가 왜 내 걱정을 해?”

“네?”

“내가 알아서 하는데.”

“그래도.”

“괜찮아.”

 

지웅의 말에도 재율은 한숨을 토해냈다. 지웅은 그런 재율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

“그냥 형에게 미안해서.”

“뭐가 미안해?”

“다 나 때문인 거 같아서.”

“뭐래?”

 

지웅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기고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누구도 네 잘못이라고 하지 않을 거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그게 당연한 거고.”

“미안해.”

“아니.”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재율의 어깨를 꽉 잡고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표재율 군. 이상한 생각 하지 마요. 그리고 이제 나에게 이렇게 가까이 올 생각을 하지 마. 알아?”

“뭐라고?”

 

재율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너도 알잖아?”

“뭘?”

“몰라?”

“몰라.”

 

재율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지웅을 노려봤다.

 

 

 

“뭐가 더 중요한 건지도 모르는 한심한 인간이군요.”

“뭐라고요?”

 

전문가의 말에 해군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그쪽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하는 건지 압니까? 대통령 말 하나 믿는다고 지금 일을 망치는 거라고.”

“일을 망치다니.”

 

해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히려 자신은 지금 합리적인 일을 하는 거였다.

 

“그쪽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면 그게 얼마나 큰 문제가 생기는 일인지 정말 모르고 하는 말입니까?”

“뭐가 말입니까?”

“그런 식으로 모든 사람이 다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만 행동하면 그 자체가 정말 엄청나게 큰 문제일 겁니다.”

“내가 전문가에요.”

“그래서요?”

 

해군의 덤덤한 말에 전문가는 미간을 모았다.

 

“지금 그 태도가 뭡니까?”

“전문가라 대우를 받기 바라는 겁니까?”

“대우가 아니라.”

“그럼 제대로 하십시오.”

 

전문가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해군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한 태도로 자신을 몰아세우는 중이었다.

 

“지금 그쪽이 하는 말이 얼마나 큰 문제가 될 발언인지 모르는 거죠? 오늘 밤 섬에 내리면 안 됩니다.”

“내릴 겁니다.”

 

해군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