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장. 긴박한 순간 2
“한국에서부터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 거고. 이 사실은 절대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압니까?”
“젠장.”
해군의 말에 전문가는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너무 당당한 태도라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하자는 겁니까?”
“그쪽이야 말로 지금 뭐 하자고 하는 겁니까? 말도 안 되는 거 모릅니까? 지금 그쪽이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릅니까?”
“뭐라고요?”
전문가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여기에 자신이 온 것은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자는 거였다. 그런데 그게 되지 않는 것은 문제였다. 해군은 그런 전문가를 노려보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그쪽은 그저 고집을 부리는 겁니다.”
“뭐라고요?”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지금 정하는 겁니다. 그리고 섬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목숨을 걸고 보낸 메시지입니다.”
“그거야.”
전문가는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이건 해군의 말이 맞을 수도 있었다. 사람들이 마지막에 보낸 메시지. 그게 진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그 이후로 메시지가 없었다.
“이 섬에 없으면요?”
“그럼 다 죽을 확률도 있는 거 아닙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원래 메시지가 온 그 섬의 위치로 가도 아무 반응이 없을 확률이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럴 수도 있죠.”
전문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게 사실일 수도 있었으니까. 해군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첫 섬에 가는 겁니다.”
“책임을 질 겁니까?”
“그쪽은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전문가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책임이라니. 그 말의 무게가 어떤 건지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나는 책임을 질 겁니다.”
다시 한 번 자신에게 확신에 찬 듯 말을 하듯 하는 말에 전문가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다른 말을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가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니요.”
밤이 되었지만 진아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웅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고 결연했다.
“성진아 승무원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성진아 씨를 찾기 위해서 누가 또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죠.”
지아의 말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뭐가 아니라는 겁니까?”
“내가 제안한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성진아 승무원이 그런 상황인 건데.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아니요.”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지아의 탓이 아니었다. 누구라도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하는 거였다.
“이걸 가지고 강지아 씨의 잘못이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마요.”
“하지만.”
“그만 두시죠.”
지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밤이에요.”
“네. 밤입니다.”
“밤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잖아요.”
“압니다.”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상식은 누구나 다 알겠지만 자신이 더 잘 아는 거였다.
“그래도 도리가 없습니다.”
“가야죠.”
윤태까지 나서자 지웅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윤태 씨. 그쪽이 지금 강지아 씨랑 사귀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에 나서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가 아닙니다.”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누군가를 좋아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건 아니었다.
“강지아 씨가 나를 구하러 왔을 때. 그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죽었을 겁니다.”
“그거야.”
지웅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윤태가 하는 말을 알면서도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쪽이 지금 한다고 해서.”
“내가 갈게요.”
재율의 말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됩니다.”
“왜요?”
“말을 한 것처럼 위험합니다.”
“아니요.”
재율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웅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갈 겁니다.”
“이봐요.”
“여기에 다들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인이 있거나 가족이 있죠. 그것에 대해서 다들 부정적일 겁니다.”
“아니.”
“나만 아무도 없잖아요.”
지웅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지웅의 손끝이 흔들렸다. 지아는 그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말을 해야 했다.
“그건.”
“제가 갈게요.”
기쁨이 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갈게.”
“한기쁨 씨.”
“표재율 씨는 아니잖아요.”
기쁨의 말에 재율의 눈동자가 미친 듯 흔들렸다. 기쁨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내가 갈게요.”
“너무 위험합니다.”
“안 위험해요.”
기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갈 수 있어요.”
다들 입을 꾹 다물었다. 가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누구 하나 자신이 간다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제가 갈게요.”
재율은 기쁨의 손을 꼭 잡았다.
“저도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그리고 남자가 가는 게 나을 거야.”
기쁨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말이 맞을 거였다. 여성인 자신이 가는 거 보다 남성이 도움이 될 거였다. 이런 경우는.
“그리고 제가 가봤잖아요. 길을 알아요. 내가 길을 더 잘 아니까 내가 가는 게 맞아요. 그게 당연해요.”
“아니.”
“가겠습니다.”
지웅이 무슨 말을 하면서 말리려고 했지만 재율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복잡한 문제가 아니었다.
“생각을 해보니 아무 것도 아니야. 길을 알고. 남성이고. 아무도 없는 사람이 가야 하는 게 맞습니다.”
재율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모두 동의하죠?”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너 미친 거야?”
“뭐가?”
“도대체 왜.”
지웅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리고 재율의 눈을 보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네가 왜?”
“뭐가?”
지웅은 이를 악 물었지만 재율은 그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어깨를 으쓱했다.
“뭐라고 하지 마.”
“표재율.”
“형.”
재율은 지웅의 얼굴을 만지며 씩 웃었따.
“제발 하지 마.”
“표재율. 왜.”
지웅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차올랐다. 재율은 그런 지웅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입술을 내밀었다.
“내가 못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그런데 왜 울어?”
“그건.”
“나 올 거야. 아침이 오기 전에.”
재율은 확신에 찬 채로 말했다.
“나는 나를 믿어.”
“그래.”
지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율이 스스로를 믿는다고 하는데 자신이 이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할 건 없었다.
“나는 나를 믿으니까 형도 나를 믿어주기 바라. 그거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잖아. 어려운 일이야?”
“아니.”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어려워.”
“그러니까.”
재율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그거 하나도 힘든 일 아니야. 그리고 나 여기 잘 알아. 형도 내가 여기 잘 아는 거 알고 있잖아.”
“그래.”
지웅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가장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다만 그 합리적인 생각을 용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너는 도대체.”
“형 그만.”
지웅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재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이야.”
“그래.”
지웅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재율을 보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숨을 한 번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갈게.”
“뭐라고?”
“내가 사무장이야.”
“아니.”
재율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돼.”
“왜?”
“형이 사무장이니까.”
지웅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지금 자신도 말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너를 가라고 할 수 없어.”
“왜?”
“왜라니.”
지웅은 머리를 마구 헝클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재율은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형 더 잘 하는 사람이 가는 거예요.”
“그게 너라고?”
“그게 나라고.”
지웅은 침을 꿀꺽 삼키고 눈을 감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재율은 한숨을 토해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더 늦으면 성진아 승무원이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그렇겠지.”
지웅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진아를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게 지금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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