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장. 긴박한 순간 3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지아의 물음에 지웅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고 뒤로 넘겼다.
“저 때문이에요.”
“그게 왜 강지아 씨 때문입니까?”
“그러니까.”
“아닙니다.”
지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정말 한국에서 뭐가 와도 올 거였다.
“그런데 왜 하필 오늘이 가장 고비가 되는 거죠? 다른 날이 될 수도 있는 건데. 굳이 오늘인 이유가 있어요?”
“있죠.”
“뭔데요?”
“기다림.”
지응의 말에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사람들이 다시 첫 섬에 오고 기다리는 거였다. 이제 다들 불만을 가질 거였다.
“그러네요. 다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러다 보면 각자 생각하는 게 있을 거고. 그 생각이 결국 어떤 곳에 다다르게 될 거고. 결국 그 모든 사람들이 다 사무장님에게 뭐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지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을 탓할 수 없지만 위험한 거였다. 다들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두 번째 섬의 사람들은 이 섬의 존재 그 자체만 보더라도 많이 당황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 기다림이 길어지게 되면 온갖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죠.”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내일 아침까지 진아가 오건 한국에서 배가 오건 뭐라도 와야 하는 거였다.
“연락은 됐을까요?”
“글쎄요.”
“어렵네요.”
“어렵죠.”
그때 텐트로 돌아오던 나라가 멈칫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요?”
“아니.”
“여기 승무원 텐트잖아요.”
“그렇죠.”
나라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웃음을 터뜨린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유나라 씨 내가 이상해요?”
“아니.”
“하긴 이상하죠.”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한 사람이었다. 뭔가 있는 거 같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내가 이 비행기에 탄 게 어떤 우연이 아닌 거 같고.”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니.”
지웅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지자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제가 싼 짐이 아닌 게 저에게 있었어요. 뭔가 제가 여기에 온 게 우연이 아닌 거 같고.”
“정말입니까?”
“저기.”
나라가 순간 어색한 표정을 하고 손을 들었다.
“그거 저일 거예요.”
“네? 그게 무슨?”
“아니.”
나라는 머리를 긁적이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냥 근처에 있는 짐을 같이 넣었어요. 열려 있어서. 그러니까 그게 뭔가 음모 같은 게 아니라.”
“그럼 그거 유나라 씨에요?”
“네. 생리대 같은 게 많길래. 당연히 그 짐인 줄 알고.”
지아는 잠시 숨을 멈췄다. 나라가 지금 농담을 하는 건지 아니면 지금 진실을 말하는 건지 복잡했다.
“농담을 하는 게 아니죠?”
“아니죠.”
“말도 안 돼.”
지아는 순간 긴장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강지아 씨.”
“아니요.”
지웅이 부축하려 하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에요?”
“네? 네.”
나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그러니까.”
“아니에요.”
나라가 무슨 변명을 하려고 하자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나라가 변명을 할 이유는 없었다.
“내가 바보네.”
“강지아 씨가 왜요?”
“진작 물어볼 걸.”
지아는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 것도 아닌 거였다. 그냥 자기 혼자만의 생각으로 일을 점점 더 키운 거였다.
“처음부터 물어봤으면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야. 내 두려움은 모두 다 거기에서 온 거거든요.”
“네?”
“아니요.”
지웅이 반문하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지웅은 여전히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요.”
“어?”
갑작스러운 지아의 사과에 서준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조금 더 주의를 했어야 했어.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갈 거를 알면서 이윤태 씨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강 기자.”
“미안해요.”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자기 머리카락을 헝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그래?”
“뭐가요?”
“아니.”
서준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어색하게 웃었다.
“강 기자가 아니었으면 윤태 저 녀석 제대로 되지 않았을 거야. 혼자서 온갖 생각을 다 했을 거라고. 그거 잡아준 거 자기잖아. 그런 자기가 지금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그냥 그래서요.”
지아는 팔을 가볍게 문질렀다.
“춥다.”
“강 기자.”
“이제 돌아가잖아요.”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가볍게 머리를 뒤로 넘기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거야.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려서 이렇게 된 거니까. 그만 해요. 그만 두죠.”
“그게 무슨?”
“말 그대로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푹 숙였다. 모든 일이 다 자신의 잘못인 거 같았다. 모든 게 다 자신의 문제였다.
“화가 나. 속상해.”
“강 기자.”
“나 정말 왜 이러니?”
지아는 하늘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감이 없어요.”
“뭐가 없어?”
“이윤태 씨랑 할 자신.”
지아는 혀를 내밀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저 자신이 감당하면 되는 건데. 그러면 되는 건데. 이상하게 겁이 났다. 자꾸만 물러서야 할 거 같았고. 자꾸만 망설이게 되는 순간이었다.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윤태 씨를 잘 챙겨줘요.”
“아니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은 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자격이 없었다.
“강지아 씨 그러지 마요.”
“하지만.”
“윤태. 어린애 아니야.”
서준의 말에도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자신으로 인해서 윤태의 삶이 망가질 수 있었다. 그걸 이제 알게 되었다. 이제야. 겨우 이제야 그것을 깨닫고 이렇게 행동하는 거였다.
“나 기자야.”
“그런데?”
“기자니까 알아.”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초조한 듯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혀를 내밀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망가뜨린다는 거. 그게 얼마나 큰 건지. 그게 이윤태 씨에게 얼마나 부담일지 알아.”
“제발 그러지 말아요.”
서준은 지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지아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혀를 내밀었다.
“좋아해요. 이윤태 씨를.”
“그럼 좋아해줘요. 윤태를.”
“아니.”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다른 사람 다 그래도 안 되는 거였다.
“알아요. 그 무게. 그걸 알아.”
“강지아 씨.”
“나 더 차갑게 굴 거야.”
지아의 말에 서준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행을 한다고요?”
“그렇습니다.”
전문가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한국에서도 이건 미친 거였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그 결정이 갖고 있는 의미가 뭔지를 몰라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겁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그게 도대체 뭔지 알면 그럴 수가 없는 거예요. 사람들을 구해야죠.”
“다 구하려고 하는 겁니다.”
“아니요.”
전문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사람들을 구하자는 게 아니었다. 결국 사람들이 모두 다칠 거였다.
“우리는 지금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구해야 한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이대로 가면 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구할 수 없어요.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아무도 구할 수 없어요. 안 됩니다.”
“이봐요.”
“안 됩니다!”
해군의 말에도 전문가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쪽이 도대체 뭘 안다고?”
“저도 구출 팀입니다.”
“그래서요?”
“이봐요.”
“그쪽은 아무 것도 몰라요.”
해군은 모자까지 벗고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전문가를 보더니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쪽이 하고 싶은 그 말. 그게 틀릴 수도 있다는 거. 그 가능성에 대해서 모르는 겁니까? 그게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일 수도 있다는 걸요.”
“나는 전문가에요.”
“그럼 모두 맞습니까?”
“그럼요.”
전문가는 책상을 소리가 나게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되겠군요.”
“내 말을 들을 겁니까?”
해군은 전문가를 물끄러미 보더니 한숨을 토해냈다.
“좋습니다.”
“그래야지.”
해군은 부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을 가둬.”
전문가는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끌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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