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장. 구조 1
“나를 못 찾으면 어떻게 하려고 여기에 와요? 그러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요?”
“그러게요.”
재율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팔을 최대한 뻗어서 휴대전화의 전파를 받으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표재율 씨.”
“아무튼 왔잖아요.”
재율이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자 진아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재율의 얼굴이 순간 밝아졌다.
“연결이 됐어요.”
“네?”
“여기.”
“잠시만요.”
진아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율이 부축하려다가 다시 안테나가 사라졌다. 하지만 재율의 표정은 단호했다.
“목마 탈래요?”
“목마요?”
진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이 나이에 무슨.”
“그래도요.”
“아니.”
“지금 답 있어요?”
“네?”
“그게 유일한 방법 같은데?”
진아는 재율의 말에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요.”
“진작 그래야지.”
재율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진아는 힘겹게 재율의 어깨에 앉았다. 이제 여기에서 나가면 되는 거였다.
“무슨 일이에요?”
“우린 여기에서 죽는 거야.”
지아는 그제야 도혁이 혼자서 웃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곳으로 가려고 하자 윤태가 지아의 손을 잡았다.
“가지 마요.”
“하지만.”
“가면 안 돼요.”
시우도 지아에게 다가와서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잘못하다가는 다른 텐트로 불이 번질 거였다. 아무리 무섭더라도 가서 말려야 하는 거였다. 그게 옳았다.
“제가 갈게요.”
“강지아 씨.”
“할 수 있어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한 발 나섰다. 도혁이 곧바로 지아를 응시했다.
“강지아 씨 아닙니까?”
“뭐 하는 거죠?”
“우리는 다 죽을 거니까.”
“뭐라고요?”
“다 죽을 거잖아.”
도혁의 미친 소리에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미간을 모은 채로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가볍게 헝클었다가 다시 도혁을 응시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우리는 다 살 거예요? 당신이 죽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나는 절대로 아니에요.”
“한국에 연락도 안 되는 거잖아!”
“그래서요?”
“뭐라고?”
“우리는 여태 이 섬에서 잘 살았어요.”
다행히 바람이 도와주고 있지 않아서인지 불은 점점 잦아드는 중이었다. 지아는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섰다.
“그만 둬요.”
“뭘 그만 두라는 거야!”
“당신 이러다가 한국에 가면 부끄러울 거야.”
지아의 말에 도혁이 살짝 움찔했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시 한 발 다가섰다.
“오지 마!”
“당신 친구들은 내가 구할 거야.”
“뭐라고?”
“그게 걱정인 거지.”
“아니.”
도혁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 미친 새끼들을 구할까 그게 걱정인 거야!”
“아니.”
지아는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었다. 이제 모든 게 보였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낸 채 고개를 저었다.
“모두 돌아갈 거야.”
“뭐라고?”
“모두 안전하게 돌아갈 거야.”
그리고 지아가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서는 순간 도혁도 움직였다. 그리고 그 뒤를 윤태와 윤한이 그대로 덮쳤다.
“미친 거 아닙니까?”
“뭐가요?”
윤태는 나무를 발로 한 번 차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그런 윤태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 이윤태 씨만 아픈 거 알죠?”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뭐가요?”
“아까 그 상황요.”
“아니요.”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정도를 가지고 위험할 거 없었다. 그리고 도혁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다.
“누가 진정을 시켜야 했어.”
“이봐요.”
“잘 된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윤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미친 거예요.”
“미쳤다.”
지아는 윤태의 말을 따라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나보고 미쳤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같은 상황이 오면 나는 이윤태 씨가 뭐라고 해도 같은 행동을 할 거야.”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는 겁니까? 그 일로 인해서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모르는 겁니까?”
“알죠.”
“아는데 그래요?”
“네. 아는데 이래요.”
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고 씩 웃다가 이리저리 목을 풀고는 한숨을 토해냈다.
“말했죠. 이윤태 씨. 이런 내가 싫으면 헤어져요.”
“아니.”
윤태는 자기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요?”
“이봐요.”
“나는 같은 말 같은데.”
“아니요.”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이건 같은 말이 아니었다. 무조건 다른 말이었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강지아 씨. 내일 우리가 정말로 돌아갈 수 있을지. 돌아가지 모할지. 아무도 몰라요. 모릅니까?”
“알아요.”
“아는데?”
“아뇨. 우리가 돌아갈 거라는 걸 안다고요.”
지아는 혀를 내밀고 싱긋 웃었다.
“그러니 나갈 거예요.”
“뭐라고요?”
“두 번째 섬을 가야죠.”
“그게 무슨?”
윤태는 지아의 말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지아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너무 답답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내가 그 섬에 가면 이윤태 씨가 나를 꼭 구하러 올 거잖아요. 그리고 나는 그 섬의 사람들을 구할 거고.”
“그게 무슨?”
“어서 차석우 씨 시신을 꺼내야죠.”
“이봐요.”
윤태는 혼자 말을 하는 지아를 보고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쉰 후 입을 내밀었다.
“제발 이러지 마요.”
“뭘요?”
“알잖아요.”
“아니요. 몰라요.”
지아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윤태 씨. 잠깐만 돌아줘요.”
“네?”
“잠시만. 부탁이에요.”
“아니.”
갑자기 지아가 이런 말을 하자 윤태는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지아가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 대화하던 도중 아니었습니까?”
“맞아요.”
“그런데 왜?”
“부탁이에요.”
“강지아 씨.”
“진심으로 부탁해요.”
지아가 두 손을 모으면서 부탁하자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혀로 일틀 훑었다. 그리고 돌아섰다.
“도대체 왜?”
“미안해요.”
지아는 있는 힘껏 윤태의 목을 쳤다. 윤태가 그대로 힘없이 쓰러졌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고 싶어.”
자신도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스스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데 타인이 이해해줄 거라고 믿지 않는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그저 생각한대로 그대로 행동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후회할 거였다.
“언젠가는 이해해줘요.”
지아는 윤태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사랑해요.”
지아는 그대로 돌아섰다.
“안 주무세요?”
“그러게 말이다.”
재희의 물음에 대통령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자야 하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아. 우리랑 시간이 다르니까 아직 거기에 다다르지 모했을 텐데.”
“그렇죠.”
재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이나 되어야 겨우 어떤 소식이 올 거였다. 거기에 닿는 것은 어려운 일일 거였다.
“미국은?”
“화를 내지.”
“화를 낸다.”
재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대통령은 그런 재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안해.”
“아버지가 왜요?”
“무능한 대통령이라서.”
“아니요.”
재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런 결단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은 많지 않아요. 아버지 대단한 대통령이야.”
“그러냐?”
대통령은 그저 엷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불안해.”
“아버지.”
“너무 불안해.”
재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대통령은 손잡이를 꽉 잡고 고개를 저었다. 이제 곧 모든 게 결정이 날 거였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했기에 더욱 불안한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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