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장. 확인 4
“아직도 확신을 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대통령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런 메시지를 보냈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그들의 말을 듣는 것도 우습습니다. 너무 위험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재난 전문 기자의 말에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 말이 옳았지만 그래도 복잡한 것이 사실이었다.
“전문가라는 사람이 늘 맞는 겁니까?”
“네?”
대통령의 물음에 재난 전문 기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문가가 늘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런 순간에서는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표정은 너무 진지했다. 그 동안 자신을 만난 이들 중에서 이렇게 진지한 표정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때로는 전문가가 틀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요?”
“네. 전문가가 틀릴 수 있습니다.”
재난 전문 기자의 확신에 찬 말에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재난 전문 기자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대통령을 보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딱 한 가지 확실히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건.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면 모두를 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사실은 절대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그러니 부디 그 마음을 간직해주세요.”
“그래야죠.”
대통령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재난 전문 기자는 미소를 짓고는 대통령을 응시하고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달라지신 거 같아요.”
“내가요?”
“네. 이제 확신을 가지신 기분.”
“그렇군요.”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확신이 있었다. 한 가지 확신. 오직 한 가지.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모든 힘이 결국 자신에게 있다는 것. 가장 간단하지만 제대로 보고 싶지 않았던 것. 그것을 보게 되었다. 대통령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재난 전문 기자도 그를 보며 더 밝은 미소를 지었다.
“누가 더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시우의 말에 시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쟤가 괜히 자신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는 말을 왜 하는 건지. 시안은 시우의 손을 꼭 잡았다.
“라시우.”
“왜?”
“하지 마.”
“누나.”
“하지 마.”
시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시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아무 데서나 그렇게 막 의견을 내지 마. 그러다가 결국 다치는 건 너야.”
“누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내가 생각하는 거. 내가 느끼는 거. 이거 그대로 말은 해야지.”
“아니.”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우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지아도 시우를 보며 싱긋 웃었다.
“라시우 씨 굳이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성진아 씨는 돌아올 거예요.”
지아가 확신에 찬 채로 말하자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아가 이렇게 확신에 찬 채로 말하는데 그렇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할 수가 없는 거였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럴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게.”
“승무원이잖아요.”
지아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훌륭한 승무원이에요. 우리 비행기에 피해자들이 이렇게 적었던 게 모두 다 그 이유라는 거 몰라요?”
“그건. 그럴 수도 있겠네요.”
기쁨이 보태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모두를 쳐다봤다.
“그러니 믿어요.”
지아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그냥 믿으면 되는 거니까.”
“너무 신기한 거 알아요?”
“뭐가요?”
“다들 강지아 씨의 말은 들어요.”
지웅의 말에 지아는 뭔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그럴 리가 있어요?”
“왜요?”
“사람들이 뭔데 내 말을 들어요? 내가 뭐라고. 그럴 리 없어. 그냥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야. 구지웅 사무장님이 그냥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 거지. 무슨 말을 더 하는 것도 이상하네요.”
“강지아 씨 스스로를 믿어요.”
“나를요?”
지아는 자신을 가리키며 미간을 모았다.
“그럴 수 없어요.”
“왜요?”
“왜라뇨?”
“아니.”
“나는 믿을 수 없어요.”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믿으라고 할 수 없었다.
“강지아 씨. 강지아 씨는 정말로 중요한 사람입니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많은 의미를 가진 사람이에요.”
“아니요.”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마지못해서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정말 화난다.”
“왜요?”
“구지웅 사무장님이 그러니까 뭔가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런 거 하지 마요. 너무 불편하니까.”
“강지아 씨.”
“됐어요.”
지아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굳이 이런 식의 이야기를 자꾸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언니 요즘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아니.”
세연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냥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묘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언니 요즘에 혼자 자기 생각을 되게 많이 하는 거 같아. 그런데 그게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이제 돌아갈 때가 됐으니까요.”
“그래도요.”
세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리 돌아갈 때가 됐다고 하더라도 이상해. 너무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거 같고 걱정이 돼요.”
“나는 맹세연 씨가 그런데?”
“네?”
윤한의 갑작스러운 말에 세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윤한은 세연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윤세연 씨도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정말 몰라요?”
“음. 글쎄요?”
윤한은 세연의 질문에 입술을 쭉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엷은 한숨을 토해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맹세연 씨. 다들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에 돌아가면 원래 우리가 하던 일과 다를 거니까.”
“권윤한 씨는 안 그래요?”
“그럼요.”
윤한은 가슴을 두드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바로 세연에게 허리를 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나는 한국에서도 워낙 못 나갔거든요.”
“뭐야. 그게.”
세연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윤한에게 조심스럽게 몸을 기댔다.
“누군가는 읽어주니까.”
“그렇죠.”
“그거면 된 거죠.”
“그거면 된 겁니다.”
윤한은 이를 드러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가요.”
“강지아 씨.”
“가라고요!”
윤태가 무슨 말을 붙이려고 하자 지아가 목소리를 키웠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몰라요?”
“모릅니다.”
윤태는 지아의 앞에 앉아 아랫입술을 물었다.
“강지아 씨. 왜 남으려고 하는 거예요.”
“그게 당연한 거잖아요.”
“뭐가 당연한 건데요?”
“내가 그런 의견을 내서 그 일이 벌어진 거니까. 혹시라도 성진아 승무원이 못 돌아오면 그건 나 때문이에요. 내가 그 일을 해야 한다고 해서. 내가 거기에 가야 한다고 해서 그런 거라고요.”
“아니요.”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지아가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는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할 이유는 없었다. 이런 식의 감정을 느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강지아 씨. 제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요. 왜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는 겁니까? 그럴 이유 없어요. 아니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왜 혼자서 다 하려고 하는 겁니가?”
“나 때문이니까요.”
“아니요.”
윤태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아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발 그런 말을 하지 마요. 말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자꾸 말을 하면 그 말이 진실로 느껴져.”
“진실이니까.”
“진실이 아니라고요.”
윤태가 손을 잡자 지아는 그 손을 뿌리쳤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는 겁니까?”
“그만 둬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냥 지쳐요.”
“나랑 같이 여기에 있어요.”
“아니요.”
“나도 있을게요.”
“미쳤어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입술을 꽉 다물고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그런 말은 하지도 마요. 내가 왜 이윤태 씨의 삶을 또 망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요? 그거 이상하잖아.”
“무슨 삶을 망쳐요?”
“그럼 아니에요?”
“아닙니다.”
지아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미간을 모았다.
“이윤태 씨는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려요?”
“그러는 강지아 씨는요?”
“뭐라고요?”
“사랑해요.”
윤태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지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아의 눈을 바라보며 상체를 기울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아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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