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35장. 가난한 소년]

권정선재 2017. 12. 18. 20:20

35. 가난한 소년

너도 아는 것처럼 나는 이 학교에 오면서 교복까지 얻어 입어야만 했어. 나는 너랑 사귈 여유가 없어.”

하지만.”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한다고 한들 그것은 원희에게 다른 무게일 거였다.

그런 거야 자꾸 너를 작게 만드는 거 아니야?”

?”

원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문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하자는 거야?”

사실이잖아.”

아정은 원희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원희는 다소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반문했다.

내가 싫다고 하잖아. 그런데 무슨 말을 자꾸 하는 거야?”

아니.”

아정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싫다고 하는 말. 그게 틀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답답했다.

그래서 내가 무조건 물러나야 해?”

?”

그런 거야?”

무슨?”

원희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아정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자꾸만 미궁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나는 네 장난에 맞춰줄 생각 없어. 그리고 대학도 가기로 했어. 더더군다나 너랑 놀고 싶지 않아.”

누가 공부하지 말래?”

너랑 놀면 공부가 돼?”

아니.”

싫어.”

원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싫어.”

내가 싫지는 않은 거네?”

?”

아정의 말에 워희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이 한 말을 듣고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네가 나를 거절하는 이유. 내가 싫어서라고 한 게 아닌 거잖아. 내가 좋은데. 그냥 지금 네 상황이. 그런 것들이 너를 복잡하게 해서 그렇게 나를 거절한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잖아.”

아니.”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네가 싫다고 말을 하는 중이었다.

윤아정.”

그래. 윤아정.”

아정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

무슨.”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나랑 장난을 하자는 거야?”

?”

왜라니?”

원희를 혀로 입술을 축인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낸 후 이마를 짚었다.

됐어.”

가지 마.”

원희가 가려고 하자 아정이 원희의 옷깃을 잡았다.

나를 위해서 온 거잖아.”

아니.”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귀찮아서 온 거야.”

뭐라고?”

다들 너랑 나랑 관련이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너로 인해서 나까지 복잡한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온 거라고. 다른 이유 하나 없어. 그러니까 이상한 말 하지 마. 그런 거 아니니까.”

거짓말.”

아정은 씩 웃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거짓말이잖아.”

뭐라고?”

너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

무슨.”

원희는 코웃음을 친 채로 고개를 숙였다.

됐어.”

이원희.”

도대체 왜 나를 상대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내가 돈이 없어서 만만해서. 가난해서. 그러는 거야?”

아니야.”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단 한 번도. 단 한 순간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나를 뭐로 보고? 나를 도대체 어떤 사람으로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라고?”

그래. 아니야.”

아정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대답했다.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그저 원희가 좋았다. 그게 전부였다.

내가 너를 좋아하면 안 되는 거야?”

. 안 돼.”

?”

다르니까.”

뭐가?”

뭐든.”

원희의 간단한 대답에 아정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그런 것은 의미가 없었다.

왜 그렇게 어렵니?”

그게 나야.”

무슨.”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원희를 보며 겨우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금 너 나랑 별로 대화를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닌 거 같아. 그러니까 그냥 말자. 지금은 하지 말자.”

그게 간단해?”

?”

안 하면 안 하는 거야?”

아니.”

아정은 혀로 아랫입술을 축였다.

그런 말이 아니잖아.”

너에게는 뭐든 게 다 쉬워. 누군가에게 좋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쉬운 거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는 것도 쉬운 거야. 하지만 나는 아니거든. 그거 나에게 어려운 일이거든.”

원희는 슬픈 미소를 지은 채 잠시 아정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정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건.”

그만.”

.”

제발 그만 해.”

원희의 간절한 목소리에 아정은 멍해졌다.

아니.”

제발 그만 하라고.”

제발이라니. 그저 자신이 좋다고 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여기에 제발이라는 말이 가능이라도 한 건가?

그거 너무 이상한 거 아니야? 상대가 나를 제발 좋아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거. 그거 이상한 거잖아.”

아니.”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

어째서?”

그만 하는 거야. 그냥 그만. 아무 것도 아닌 것. 그냥 아무 것도 아닌 거에 의미 담는 거 아니야.”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물끄러미 원희를 응시했다.

 

아까 아정이랑 무슨 말을 한 거야?”

글쎄다.”

너무하네.”

지석의 투정에도 원희는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말 따름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

윤아정.”

안 사귈 거야.”

원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원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너 전화 안 되더라?”

?”

출근을 하니 선재의 말이 들렸다.

무슨?”

확인해 봐.”

? 저기.”

원희는 재빨리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정지였다.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돈을 내지 않은 거였다.

그게.”

지금 가서 내고 와.”

?”

아직 여섯 시 안 된 거잖아.”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니까.”

가불이야.”

원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선재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알겠습니다.”

원희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도 비참했지만 지금 이런 것이 없으면 안 되는 거였다. 원희는 선재에게 돈을 받아 가게를 나섰다.

 

죄송해요.”

아니야.”

원희의 사과에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나도 연체하는 일이 얼마나 잦은데. 그거 제대로 내는 거 되게 어려운 거야. 그거 챙겨 내는 거 힘든 일이거든.”

?”

나도 연체 한 적 있어.”

아니.”

그럼 일하자.”

다른 걸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 주는 선재가 고마웠다. 원희는 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주신 건 월급날 갚을게요.”

그래야지.”

원희의 말에 선재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

아직 시간 남았어요.”

그래도.”

하지만.”

어머니께 말씀을 드려야지.”

.”

다른 말을 더 하려던 원희는 침을 꿀꺽 삼킨 채 어색하게 웃었다. 선재는 우너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고.”

안 해요.”

. 내일은 나 없을 거야.”

?”

오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내 사촌 동생 알지?”

? .”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걔가 올 거야.”

알겠습니다.”

누가 오건 자신이 하는 일이 달라지는 건 없었다. 원희는 밝게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고생했어.”

원희는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원희.”

왜 이렇게 된 건지. 그래도 다행이었다. 좋은 어른을 만나서. 원희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