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36장. 가난하지 않은 소녀]

권정선재 2017. 12. 19. 22:38

36. 가난하지 않은 소녀

너는 자존심도 없어?”

뭐가?”

미쳤어.”

지수가 어깨를 때리자 아정은 입을 내밀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다른 이유 같은 게 필요해? 아니 과제 하자고 보자고 해놓고서는 뭐래?”

그냥 그렇다고.”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들 자존심이 없는 거냐고 물었지만 이런 자존심이라면 필요가 없는 거였다.

좋으면 좋다고 할 거야.”

퍽이나.”

그게 내가 바라는 거니까.”

아정의 말에 지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연애는 잘 되어가?”

남이사.”

아정의 대답에 서정은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였네.”

?”

너 누구 좋아하는 거.”

뭐래?”

서정의 말에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정은 이내 여유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지.”

너는 일 안 하냐?”

하고 왔거든.”

개봉해야 하는 거지.”

. 아픈 곳을.”

서정이 가슴을 움켜쥐면서 울상을 짓자 아정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돌렸다. 서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정에게 다가왔다.

오빠한테 물어봐.”

?”

나도 남자다.”

퍽이나.”

그래도 호적상 수컷. ?”

아이고. 그러셨어요?”

아정은 이렇게 대충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서정에게 상담을 하지는 않을 거였다.

네 말 듣고 제대로 된 거 거의 없어.”

있기는 있는 거잖아.”

서정이 손가락을 튕기며 씩 웃자 아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뭘 하자고?”

?”

나에게 오빠한테 다 털어놓으라는 거야?”

물론이지.”

미쳤어?”

아정은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저었다. 죽어도 그런 짓은 하지 못했다. 그거 평생 약점이 될 거니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지쳐보여서 그래.”

내가?”

그래. 네가.”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쳐보인다는 말. 평소에 서정의 입에서 잘 나오지 않는 말이었다.

그래서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거라고. 아무리 그래도 네가 내 호적 메이트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알았어.”

뭐가 알았어?”

좀 웃고 다니지. .”

아정이 부러 미소를 지어보이자 서정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정은 서정을 밀어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들 잘 했어.”

은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아이들의 불만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발표를 한 조는 없었지만, 그래도 다들 자신들이 해야 할 것 정도는 거뜬히 해냈으니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건데. 다들 왜 그렇게 불만이었을까? 나는 너희들이 잘 할 거라고 믿었어.”

은선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봐. 안 내기 잘 했지?”

.”

지수의 말에 지서근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

그거 우리만 해온 거야. 그거 한다고 했다가는 다른 애들이 뭐라고 했을 거 같은데? 싫다.”

아정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 원희를 쳐다봤다.

너는 할 말 없어?”

?”

아정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들었다.

뭐가?”

아니.”

아정은 입을 쭉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래도 우리 같이 한 거잖아.”

이제 이런 거 안 했으면 좋겠다는 거.”

?”

원희는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지석은 그런 원희를 쫓아갔다.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저거 뭐야?”

아니.”

이상한 거 아니니?”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그래도 내가 싫은 건 아니래.”

?”

아정의 말에 지수는 그녀를 응시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여유가 없대.”

여유라니.”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아정의 머리를 검지로 밀었다.

그게 싫다는 거야.”

?”

그게 거절이라고.”

아니야.”

아정은 볼을 잔뜩 부풀렸다.

너 이원희 성격 몰라? 저런 애가 그렇게 말하면 그런 거라고. 그러니까 내가 싫다는 건 아니라고.”

고작 한 달이야.”

지수의 말에 아정이 고개를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고작 한 달이라고. 그런데 네가 전학생을 알면 뭐 얼마나 알 거 같은데? 뭐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말을 하는 건데?”

전학생이 아니라.”

알아.”

아정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기며 한숨을 토해냈다.

안다고. 전학생. 이름이 있는 거. 그런데 나는 쟤 아직 전학생이야. 그게 더 편하단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네가 그렇게 부르니까 원희가 어색하고 그렇게 느껴지는 거 아니야?”

왜 친해져야 하는 건데?”

?”

지수의 말에 아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이유가 없잖아.”

이지수.”

나는 이해가 안 가.”

지수는 입술을 꾹 다물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말 되게 우스운 거 아는데. 솔직히 우리가 졸업하고 나서 전학생 같은 애랑 어울릴 거 같아?”

무슨 말이야?”

다르잖아.”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르다니. 자신이 생각할 때 원희와 자시들은 다른 것이 하나 없었다.

도대체 뭐가 다르다는 건데? 다를 게 하나가 없는데. 이지수. 너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안 달라?”

안 달라.”

달라.”

지수는 힘을 주어 말했다. 그리고 아정의 눈을 보고는 한숨을 토해내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지금 다 그냥 좋게 봐서 그러는 거야. 애초에 우리가 교복도 못 사는 애랑 말이 되니?”

?”

우리 학교에 그런 애 없어.”

그거야.”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애는 없었다.

중학교부터 없었어.”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저런 애를 왜 못 만난다는 거야?”

만날 거라고 생각해?”

.”

아정의 대답에 지수는 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내가 되게 나쁜 애가 된 거 같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싫은데. 만나지 않을 거야. 배달을 할까? 우리가 일하는 회사에도 들어오지 못할 거야. 다르니까. 애초에 그런 회사 못 들어올 거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현실이니까.”

아니.”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현실이라니.

그런 거 말도 안 되는 거야. 도대체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지금 그런 말 하면 너무 실망이야.”

네가 이상한 거야.”

?”

지금까지 네가 살던 세상이야.”

이지수.”

너 안 가난해.”

지수의 말에 아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가난하지 않다. 그 말이 뭔가 자신과 원희 사이를 갈라놓는 말 같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굴지 마. 너 때문에 다른 애들도 다 자존심이 상해하고 있으니까.”

?”

다들 그런다고.”

너는 그러면 안 되지.”

아정의 말에 지수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흔들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왜?”

뭐라고?”

나라서 지금 너에게 이런 말 해주는 거야. 다른 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런데 지금 내가 문제라고 하는 거야? 너야 말로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아니.”

너를 보라고.”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자신은 원희를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니야.”

그런데 그렇게 전학생에게 쉽게 고백해?”

좋아하니까.”

아니.”

지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만만해서요.”

?”

너 그거 만만해서 그러는 거라고.”

아니야.”

이렇게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 자신은 원희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거나 만만하게 본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거 아니었어.”

하지만 너도 모르게 그럴 거야.”

아니.”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아니었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