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54장]

권정선재 2018. 12. 17. 23:16

54

없다고 하더군.”

하지만.”

서혁은 물끄러미 동선을 응시했다.

이제 와서 이러는 이유가 뭔가?”

?”

이미 그 녀석을 위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건 나도 말을 했을 텐데. 이제 와서 이러는 이유가 뭔가?”

단 한 번도 영준이가 뭔가를 위해서 행동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건 회장님도 마찬가지 아니십니까?”

그런가?”

서혁은 턱을 어루만지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

그 녀석이 살아나면?”

무슨?”

그럼 이 회사는 문제가 생길 거야.”

서혁의 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바로 이해하지 못하던 동선의 얼굴이 구겨졌다. 결국 영준이 죽을 사람이기에 그 모든 기회가 생긴다는 거였다. 영준이 살아있다면 그런 건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분이군요.”

동선의 미소에 서혁은 이상할 정도로 목을 꺾었다.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일세.”

가족은 있으실 줄 알았습니다.”

그럼 여기까지 못 왔지.”

서혁은 그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 사람 원래 그래?”

하지만.”

동선이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자 영준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서 동선의 얼굴을 만졌다.

우리 착한 동선이 놀랐구나?”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

?”

그냥 그래.”

영준의 간단한 대답에 동선은 멍한 표정이었다. 영준은 손을 내밀어서 그런 동선의 얼굴을 만졌다.

놀라기라도 한 거야?”

당연하지.”

동선은 고개를 푹 숙였다.

어떻게 그래?”

?”

아들이잖아.”

그러게.”

영준은 허무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들인데 말이야.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드라마는 조금 보니까.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에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 정도는 알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또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더라고. 내가 생각을 하는 부자라는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정말 죽을 각오로 하는 거지?”

? 그럼.”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영준의 진심이 이런 거라면 자신도 무조건 달려야 하는 거였다.

 

미안했습니다.”

아니요.”

동선의 사과에 정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사실 나는 아직도 그쪽을 무조건 다 믿지는 못합니다. 애초에 이런 회사에 김영준 그 망할 자식을 위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쪽이 돕겠다는 그 이야기. 그게 그저 허구는 아니라고.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당연하죠.”

그럼 된 겁니다.”

정이의 다급한 대답에 동선은 씩 웃었다.

그러면 된 거예요.”

하지만.”

뭘 해줄 수 있죠?”

?”

노조에서 높은 분들. 가능합니까?”

.”

정이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정말 그쪽이 새 부회장이 될 겁니까?”

물론입니다.”

동선의 말에 모두 미간을 모았다.

그게 지금 가능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그럼요.”

영준은 싱긋 웃으며 동선의 어깨를 쥐었다.

할 수 있습니다.”

부회장님.”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 이게 얼마나 많은 양인지 모두 다 아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걸 가지고 저는 장학재단을 하나 만들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운영하는 건 이쪽이 되는 거죠.”

꽤나 간단할 수도 있는 방법. 전임 대통령이 쓴 방법이지만 이럴 때도 쓸 수 있을 거였다. 간단했다.

지금 회사에서 계열사를 정리한다면서 노조원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노조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거 제가 막겠습니다.”

영준은 아 하는 소리를 내고 씩 웃었다.

저희가 막겠습니다.”

 

고마워.”

아니.”

동선의 인사에 영준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그런 일을 생각을 할 거라고 예상을 하지 못했어. 그런데 이렇게 백동선 멋지게 해내는 거구나.”

멋지긴.”

동선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그저 남들이 하는 것을 하는 거였다.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한다고 하면 그 동안 내가 회사를 다닌 게 오히려 헛 다닌 거라고 하는 거지.”

그래?”

영준은 순간 비틀거렸다. 동선이 그를 잡았다.

괜찮아?”

아니.”

김영준.”

그래도 좋다.”

영준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네가 나를 도와서.”

아니.”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이제 부회장이 되는 거예요?”

아니요.”

은수의 물음에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저 노조원들을 움직일 방법을 찾은 것이 그거 ᄒᆞ인 겁니다. 저는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왜요?”

?”

은수의 반문에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좋은 기회에요.”

아니요.”

동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그것을 취한다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질 거였다.

저는 안 그래도 제가 지금 영준이 녀석의 곁에 있는 것.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볼까 걱정입니다.”

왜요?”

?”

그게 왜 걱정인 거죠?”

아니.”

이상하네요.”

은수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면서 싱긋 웃었다.

백동선 씨. 충분히 잘 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자신이 하는 거. 그 정도는 가져도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누군가의 마지막을 같이 하는 거. 그거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아직 마지막 아닙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압니다.”

은수가 변명하려고 하자 동선은 싱긋 웃었다. 은수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아는 상황에서 굳이 다른 말을 더 한다는 것 자가 우스운 일이었다. 자시는 그저 심술궂은. 그런 노인이 되는 중이었다.

그래도 그 녀석에게 지금 필요한 사람들이 하나하나 모이고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백동선 씨가 있어서 그래요.”

?”

그 녀석 꽤나 힘을 가진 거 같거든요.”

무슨.”

정말 그래요.”

은수의 인사에 동선은 그저 웃었다. 신기했다.

 

뭔가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나?”

아닙니다.”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던 서혁이 그에게 다가왔다.

지금 자네가 하는 그 행동. 그게 지금 도대체 어떤 의미의. 어떤 말도 안 되는 것인지 모르는가?”

압니다.”

서혁의 물음에 동선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쓰게 되는 것. 결국 회장님이 모두 다 영준이를 몰아세운 이유라고 봅니다.”

뭐라고?”

서혁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모르십니까?”

?”

영준이를 그렇게 만드는 거. 다른 그 누구도 아니라 바로 회장님입니다. 회장님의 행동이 그걸 하는 겁니다.”

아니야.”

서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그저 합리적인 무언가를 하는 거였고. 이런 소리를 들을 게 아니었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서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나는 그저 그 녀석을 위해서 하는 거야.”

뭘요?”

?”

뭐가 영준이를 위해서.”

서혁의 줏대 없는 이야기에 머리만 지끈거릴 따름이었다. 그도 자신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지. 얼마나 무의미한 소리들을 지껄이고 있는 건지. 스스로 들었으면 했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제가 생각을 하기에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한 모든 일들이 지금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이건 영준이의 능력입니다.”

마지막 발악이지.”

.”

서혁의 지적에 동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겁니다.”

그 녀석의 방패가 사라지면 자네는 큰일이 날 거야.”

이미 그렇지 않습니까?”

?”

이미 저는.”

동선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이 서서히 인터넷에서부터 그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었다.

제가 그런 것을 신경을 썼다면 애초에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겁니다. 이거 간단한 일이 아니니까요.”

정말로 심각한 일이 될 걸세.”

.”

동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걸 이미 알고 있어서 하는 거였다.

그걸 하려고요.”

?”

그 일.”

동선은 그대로 서혁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서혁을 두고 그대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한 번이 어려웠지 어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