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장
“어차피 죽을 놈이 도대체 왜 이렇게 회사를 흔드는 거야? 이 회사 이제 내가 가질 거라는 거 몰라?”
“누가?”
영우의 말에 영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지금 그 반응 뭐야?”
“너는 아니야.”
영준은 단호히 고개를 저은 채 입을 내밀었다.
“누가 그래?”
“뭐?”
“너 이 회사를 마음대로 하지 못할 거야. 물론 오해는 하지 마. 네가 미워서 그러는 거 아니니까.”
“미친.”
영우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가 풀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 건지 그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KJ. 할아버지가 만든 회사야. 이런 회사를 도대체 누구에게 준다는 거야?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할아버지가 만든 회사이기는 하지만.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회사는 아니었어. 이 회사가 주식회사라는 것은 알고 있지? 그리고 주식이라는 거 말이야. 그걸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거야?”
“내가 가족이야.”
“뭐?”
영우의 말에 영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슨 말이야?”
“네가 죽으면 네 주식 내가 가지고 온다고.”
“아니.”
영준은 웃음을 참으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누가 네가 내 가족이라고 해?”
“뭐?”
“우리 두 사람 남이야.”
영준의 덤덤한 고백에 영우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아니야?”
“그거야.”
“아무 것도 없잖아. 우리 두 사람.”
영준의 덤덤한 고백에 영우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법적으로 두 사람은 남남이었다.
“내가 하려고 하는 일. 이거 제대로 할 거야. 그러니까 내 일을 막으려고 하면 너는 후회할 거야.”
“후회?”
영준의 단어 선택에 영우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할아버지가 왜 나에게 주식을 준 걸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내가 너보다 똑똑하다고.”
영준의 미소에 영우는 침을 삼켰다. 영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영우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리고 방을 나섰다.
“괜찮아?”
“응.”
눈도 못 뜨는 영준을 보며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젠장.”
“네가 왜 그래?”
“네가 아픈 게 싫어.”
“너무 그러지 마.”
영우는 씩 웃었다. 동선은 허리를 숙여 입을 맞췄다. 입술이 떨어지고 영준은 살짝 인상을 구겼다.
“이제 키스하지 마.”
“왜?”
“나 냄새 나.”
“무슨.”
동선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나도 알아. 엄마가 그랬으니까. 죽어가는 사람. 그 사람에게는 죽음의 냄새 같은 것이 묻어나니까.”
“나는 그런 거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 그것조차도 김영준 너라서 다행이고.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
동선은 다시 영준에게 입을 맞췄다. 영준은 그런 그를 더는 밀어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업무 효율을 위해서 해당 기업을 둔 겁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서혁은 진짬을 흘리는 중이었다.
“다 필요한 겁니다.”
“필요요?”
그때 기자들 뒤에서 나타난 영준에 서혁의 얼굴이 굳었다.
“부회장.”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영준의 말과 동시에 동선과 기민, 그리고 정이는 기자들에게 서류를 전달했다. 서혁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뭐가요?”
“망할 놈.”
서혁의 욕설에 영준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께서 욕을 하시는 것을 보니 지금 제가 하는 일이 꽤나 효과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네 녀석이 하는 일은 최악이다.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몰라? 얼마나 큰 문제일지 모르는 거야?”
“아버지야 말로 그 동안 이런 무서운 일을 하시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신 겁니까?”
“뭐라고?”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준은 차분하게 말하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가슴이 답답했지만 그래도 이런 대화를 그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 사람들을 지키려는 겁니다.”
“지켜?”
여운의 대답에 서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곧 죽을 놈이?”
“네.”
“미쳤구나.”
“그럼요.”
영준은 싱긋 웃었다.
“미쳤죠.”
“김영준.”
“저를 막으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회사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겁니다. 그게 제가 드릴 말씀입니다.”
영준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혁은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
“기사가 안 나?”
“네.”
정이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말도 안 돼요.”
“아니.”
처음에 터뜨린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관심도 있었던 걸로 기억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를 제대로 기사화를 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진보라는 언론들 역시 그들에 대해서 완벽한 무시였다.
“이게 말이 돼?”
영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떻게 이래?”
“진정해.”
“아니.”
영준의 몸이 떨리기 시작하자 동선이 재빨리 그를 안았다. 영준은 이를 부딪치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이러지 마.”
“김영준.”
“아니.”
영준은 그렇게 한참이나 동선의 품에 있었다.
“말도 안 됩니다.”
“왜요?”
정이의 말에 동선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당연한 건데.”
“네?”
놀란 정이와 다르게 동선은 그저 덤덤했다. 애초에 이런 것에 대해서 예상을 하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게 더 문제가 되는 걸 거였다. 당연히 세상은 그들의 편이 되어주지 않을 거였다.
“다음 대책은요?”
“유투브가 있습니다.”
“유투브.”
기민의 대답에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그건 보류하죠.”
“하지만.”
“다른 가십이 더 커질 겁니다.”
“알겠습니다.”
동선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뭐라도 더 해야 하는 것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앞만 보면 안 되는 거였다.
“일단 내가 준비를 하죠.”
“그러죠.”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분 정말로 사귀시는 건가요?”
“네?”
정이의 물음에 기민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중요한 겁니까?”
“아니.”
정이는 턱을 긁적였다.
“알면 좋죠.”
“왜요?”
“네?”
“왜 좋은 겁니까?”
“아니.”
기민의 공격적인 대답에 정이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기민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도 잘 모르는 것입니다. 저는 그저 부회장님을 돕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니 그런 것을 묻고 싶고.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대답을 듣고 싶으시다면 직접 물으시는 편이 더 빠를 겁니다.”
“그런 게 아니라.”
정이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저 조금 더 다정해도 될 것 같은데 이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었다.
“제가 미우세요?”
“네.”
“네?”
기민의 대답에 정이는 미간을 모았다.
“무슨.”
“사실 아직도 그쪽이 왜 여기에 합류를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이 모든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 여기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흥미를 찾기 위해서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한 흥미일 리가 없잖아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까? 이건 절대로 아니죠.”
기민은 그저 묵묵히 정이를 응시했다.
“아무튼 저는 모릅니다.”
“이상하시네요.”
“네.”
기민이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서자 정이는 미간을 구겼다.
“저 사람 뭐야?”
정이는 볼을 잔뜩 부풀렸다.
“젠장.”
자고 있는 영준을 보며 동선은 한숨을 토해냈다.
“김영준.”
이렇게 야위어가는 그를 보며 답답했다.
“도대체 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은 너무나도 많은데 힘이 없었다.
“김영준”
왜 이제야 자신을 찾은 걸까? 조금 더 빠르게 자신을 찾았다면 이런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거였다. 그 모든 시간. 그렇게 허무하게 낭비한 시간들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이런 거 너무 힘들었다.
“도대체.”
“왔어?”
영준의 낮은 목소리에 동선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런 영준을 가만히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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