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장
“너무 외롭게 두지 마요.”
“어쩔 수 없어요.”
“아니.”
동선의 변명에 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저기.”
“압니다.”
은수가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하자 동선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그의 말이 옳을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서 멈출 수 없습니다. 처음입니다. 영준이 녀석이 뭔가를 하고 싶다는 거.”
“그렇겠죠.”
은수는 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 녀석 많이 외로워요.”
“네.”
동선은 턱을 어루만지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잘 사는 거 같아요.”
“호텔이니까요.”
“아니요.”
동선의 대답에 은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왜 두 사람이 만나는 건가 하는데 꽤나 닮은 사람들이었다.
“왜 웃어요?”
“그냥요.”
은수의 미소에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은수는 그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을 뿐.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왜 그러고 자?”
“아.”
영준이 눈을 뜨자 동선은 미소를 지었다.
“일어났어.”
“하여간.”
동선은 몸을 숙여 영준의 옆에 누웠다.
“편하다.”
“진작 자지.”
“아니.”
동선의 안도가 가득한 표정을 본 영준은 미간을 모았다. 아마 밤새 자신을 지켜본 모양이었다.
“그러지 마.”
“응?”
동선의 탁한 음성.
“뭐가?”
“나 보는 거.”
“어?”
“정말.”
영준은 동선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
“내가 애도 아니고 너무 이상한 거잖아. 도대체 네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 우리는 지금 연애를 하는 거잖아. 너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취업을 한 게 아니야. 너는 간병인이 아닌 거잖아.”
“그래.”
영준의 투정에 동선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왜?”
“말을 너무 잘 해서.”
“그래야지.”
영준은 동선을 보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동선은 그런 영준을 보며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네가?”
“응.”
“하지 마.”
동선이 직접 유투브에 나선다는 말을 듣기가 무섭게 영준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질 거야. 그건 너를 너무나도 괴롭게 하고 힘들게 할 거야.”
“알아.”
영준의 걱정에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런 것을 모르는 채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 네 옆에 잇는 거.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사람들이 의심을 하고 있을 거 같은데?”
“그건 다르지.”
“안 달라.”
“백동선.”
“그만.”
영준의 말이 길어지려고 하자 동선은 고개를 저었다.
“무조건 할 거야.”
“아니.”
영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젠장.”
“그거 봐.”
동선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영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회장님의 말씀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네?”
파일을 가지러 나왔던 동선은 멈칫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
“부회장님께서는 지금 스스로를 증명하시는 것과 동시에 그쪽을 지키려고 하는 거. 아시고 계시는 거죠?”
“그쪽.”
동선은 턱을 긁적였다.
“그러네.”
“아니.”
“아닙니다.”
기민이 당황하자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기민의 입장에서는 이런 반응이 당연한 거였다.
“나는 직급도 없으니까요.”
“그런 말씀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기민 씨 말이.”
동선은 고개를 푹 숙였다.
“말도 안 되게.”
“아니.”
“괜찮습니다.”
기민이 다른 변명이 이어지려고 하자 동선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이건 어차피 관계가 없는 일이었으니까.
“일단 뭘 해야 하는 건지. 그걸 파악하는 게 우선일 겁니다. 그리고 그건 현명하게 해야 하는 거고요.”
“그런데 위험하실 겁니다.”
“압니다.”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해야죠.”
“하지 마.”
“왜?”
“야.”
영준의 말에 동선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도 잘 할 수 있어.”
“아니.”
동선의 대답에 영준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으로 인해서 동선이 자꾸만 위험한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앞에 나서는 것. 이건 그저 말로만 할 수 있는. 그런 간단한 일이 절대로 아니었다.
“모두들 너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이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 건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그러게.”
동선은 기지개를 켜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어떻게 하려는 걸까?”
“백동선.”
“걱정하지 마.”
“아니.”
“하지 말라고.”
영준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동선은 더욱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영준을 가만히 품에 안고 머리에 턱을 얹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그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 거야. 이건 아무런 괴로움도 아니야.”
“이게 어떻게 괴로움이 아니야. 안 그래도 다들 너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는 거. 나도 알고 있어.”
“그래?”
동선의 간단한 대답에 영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걸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할 수가 있는 건지.
“나 지금 심각하게 말하는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너 아니야.”
“내가 그런 거 같아?”
동선은 살짝 눈썹을 움직이다가 씩 웃었다.
“그러네.”
“야. 정말.”
영준이 한숨을 토해내자 동선은 그를 꼭 안았다.
“그러지 마.”
“너 때문에 더 그래.”
“그러지 마. 응?”
영준은 눈을 감았다.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더욱 세게 안았다. 이건 무조건 견뎌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
“너 안 해도 돼.”
“하고 싶어서 그래.”
“아니.”
“이게 오히려 나를 지키는 거야.”
영준은 뒤를 돌아서 동선을 응시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람들이 더 많이 나를 알게 되는 순간. 그렇다면 네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 이게 거꾸로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니까.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지 마.”
“그거 안 해도 내가 너를 지켜.”
“싫어.”
영준의 말에 동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절대로 더 이상 영준이 필요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게 무슨 말인 건지 너도 알고 있지?”
“알아.”
동선은 영준의 손을 어루만지며 밝게 웃었다.
“무능한 놈.”
“아버지!”
서혁의 말에 영우의 미간이 구겨졌다.
“도대체 저에게 왜 이러시는 거죠?”
“네가 제대로 행동을 하는 거였으면 이런 일이 생길 리가 있느냐? 이게 전부 다 네가 못나서 그런 거지.”
“제가 뭘 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이러시는 겁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그래.”
“아버지.”
서혁의 경고에 영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영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 녀석이 미친 짓을 하려고 하는 건데 도대체 왜 저에게 이러시는 거죠?”
“네가 제대로 구는 거였다면 그 녀석이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거다. 네가 너무 만만해서 이러는 거야. 네가 너무나도 한심하게 굴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그래서 지금 이렇게 구는 거다.”
“아니요.”
영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이러시다가 저 마저 잃으십니다.”
“너를?”
영우의 말에 서혁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미간을 모았다.
“너 같은 놈은 아무 것도 아니다.”
“뭐라고요?”
“지나가는 녀석을 세워도 너보다 나아.”
“정말 그렇게 생각을 하십니까?”
“그래.”
“그래요?”
영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무엇을 더 한다고 해도 아버지는 달라지지 않을 거였다.
“후회하실 겁니다.”
“내가?”
서혁의 여유로운 태도에 영우는 다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이런 대우를 받을 수는 없었다.
'★ 소설 완결 > 너는 없었다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59장] (0) | 2018.12.24 |
---|---|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58장] (0) | 2018.12.21 |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56장] (0) | 2018.12.19 |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55장] (0) | 2018.12.18 |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54장] (0) | 2018.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