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58장]

권정선재 2018. 12. 21. 23:53

58

내가 왜?”

?”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

영준은 영우를 보며 입술을 내밀었다.

내가 뭘 믿고 너랑 같이 일을 해? 네가 나를 다시 배신할 거라는 거. 그거 모르는 거 아닐 거 같은데?”

어차피 너는 죽잖아. 네가 죽고 나면 이 회사는 내 회사여야 해. 이 회사. 아버지가 있으면 안 돼.”

동선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영준은 고개를 저었다. 영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영우를 응시했다.

네가 나에게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내가 하려는 일을 하는 거야. 그리고 이건 너에게도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닐 거야. 너 역시 이 회사에서 밀려나게 될 거라는 거. 이거 알아야 해.”

아니.”

영준의 말에 영우는 편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안 될 거야.”

?”

나는 이 회사 사람이 아니니까.”

아니.”

나를 걸게 없을 거야.”

어쩌면 영우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여유롭게 구는 건 마음에 안 드는 거였다.

네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네. 너 도대체 뭘 하려는 건데? 네가 뭘 바라는 건지 나는 모르겠어.”

네가 지금 하는 일 내가 도울 거라고. 그리고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나에게 말을 해. 그럼 내가 도와줄게.”

영우의 차가운 미소에 영준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나는 못 믿겠어.”

나도 그래.”

동선의 말에 영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러다고 해서 무조건 밀어내는 거. 그것도 답이 아니라고 생각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것도 아니고.”

그렇지.”

영준은 턱을 만지며 동선에게 기댔다.

어렵다.”

그러게.”

영준은 눈을 감았다. 동선은 그런 그의 어깨를 가만히 문지르면서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뭘 바라시는 겁니까?”

?”

동선의 물음에 영우는 미간을 모았다.

건방지네.”

뭐라고요?”

그 녀석의 개라고 해도 말이야. 나에게 이런 식으로 함부로 굴 자격. 그런 거 없다고 생각 하는데 말이야.”

그렇습니까?”

영우의 자극적인 말에도 불구하고 동선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저에게 이러시는 거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실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뭐라고?”

이 회사 주주니까요.”

무슨.”

영우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한숨을 토해냈다.

뭘 하자는 거지?”

그건 제가 여쭙고 싶습니다.”

뭐라고?”

지금 뭐 하시는 건지 제가 먼저 물었습니다.”

동선의 여유로운 태도에 영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봐도 닮았다.

왜 너를 좋아하는지 알겠어.”

?”

너무 비슷해.”

무슨?”

나보다도. 내가 형제인데.”

영우의 대답에 동선은 미간을 가늘게 모았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생각을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고마워?”

.”

이게 고마운 건가?”

그럼요.”

동선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 녀석을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좋아하는 녀석하고 닮았다는 거. 이거 꽤나 기분이 좋은 일입니다.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하고 닮았다는 거. 이거 좋은 일이거든요.”

신기하군.”

영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자신에게 이렇게 여유롭게 대할 수가 있는 걸까?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건가?”

?”

나 사장이야.”

압니다.”

동선은 차분히 대답했다.

그리고 그분은 부회장이시죠.”

곧 죽을 새끼.”

.”

동선은 미소를 지은 채 영우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시선을 피한 쪽은 영우가 되었다.

지금 뭐가 불안하시고 뭘 생각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하시는 거라면 그만 두십시오.”

나는 아버지가 지금 필요가 없어. 그리고 내가 이 회사를 갖기 위해서는 그 녀석이 필요하고.”

안 그럴 겁니다.”

동선은 차분히 대답하며 싱긋 웃었다.

사장님도 몰아내실 거니까요.”

?”

본인은 피하실 거라고 믿으시는 건 아니죠?”

나도?”

영우는 어이가 없어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동선을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도대체 뭐라고 감히 나에게 이렇게 굴어? 네가 지금 이렇게 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무슨 일이 일어나실 거 같으십니까?”

?”

아무 일도.”

동선은 차분히 대답하며 물끄러미 영우를 응시하고 씩 웃었다. 그런 그를 주시하던 영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거 미친 새끼 아니야.”

그렇군요.”

동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엇이건 저를 흔드실 이유가 되지 않으실 겁니다. 저는 정말로 흥미로운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흥미라.”

동선의 말에 영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건방져.”

그렇죠.”

동선의 미소에 영우는 기함을 토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워낙 여유로운 그 표정에 대해서 다른 말을 더 할 것도 없었다.

 

그 자식을 왜 만나?”

네가 힘드니까.”

아니.”

동선의 말에 영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미친 거 아니야?”

?”

왜라니?”

영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네가 지금 하는 그 일. 그게 어떤 문제일지 모르는 거야? 그게 어떤 이유가 될지 몰라? 정말?”

뭐가?”

너를 공격할 거야.”

알아.”

동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을 당하는 것. 그것에 대해서 망설이거나 하지 않을 거였다.

네가 뭐라고 하건. 나는 너를 위해서 일을 하기로 했어. 그러니까 전면에 나서기로 했어. 그러니까 괜찮아.”

아니.”

동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너를 아끼고 싶어. 그러니까 너도 너를 조금이라도 더 아끼기 바라. 그 미친 새끼랑 네가 엮이는 거. 그거 결국 너를 죽이는 일이 될 거야. 그 미친 새끼는 너를 집요하게 괴롭힐 거야.”

알아.”

동선은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알고 있어.”

아니.”

그만 둬.”

.”

그만 해도 된다고.”

영준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어떻게 돼?”

?”

나를 위해서 너를 희생하는 거. 도대체 그런 걸 어떻게 하는 거야? 그런 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좋아하니까.”

동선의 간단한 대답에 영준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아니야?”

아니란 게 아니라.”

그럼 된 거야.”

동선은 영준을 꼭 안았다.

이러지 마.”

?”

백동선.”

나에겐 이런 시간이 가장 중요해.”

동선은 영준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치료도 하자.”

?”

일단 하자.”

싫어.”

하자.”

영준은 몸을 떼고 물끄러미 동선을 응시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그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죽는다는 거 알고 있어. 그런데 굳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

나를 위해서 해줘.”

?”

나를 위해서.”

영준은 고개를 푹 숙였다. 누군가를 위해서 산다는 것. 그건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고 아픈 일이었다.

내가 그 일로 인해서 얼마나 큰 고통을 얻는지. 백동선 너는 몰라서. 정말 몰라서 그래. 모른다고.”

다 알아.”

동선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너무나도.”

그런데 이래?”

.”

?”

그럼에도 네가 내 곁에 하루라도 더 있는 게 중요해.”

영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절실할 수 있는 사람일 거라고 믿지 않았다. 아니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동선의 표정은 거짓이 아니었다. 동선은 그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시킨 거야?”

미쳤냐?”

그러게.”

동선의 반응에 영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강요는 아니야.”

알아.”

동선은 영준의 팔을 가만히 문질렀다. 영준도 그런 동선의 체온을 고스란히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