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영화와 수다

[영화와 수다] 스포) 몽키맨, 포장지는 화려했건만 그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권정선재 2024. 6. 25. 18:30

(영화에 대한 중요한 스포일러가 다뤄질 예정이니 원치 않는 분은 뒤로 가주세요.)

 

한 줄 - 액션보단 드라마

평점 - 7점

 

극장에서 예고편을 본 순간부터 너무나도 기대되었던 [몽키맨]. 빈민의 소년이 복수를 위해서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 영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우선 메가박스 개봉인 데다가 청소년 관람불가라 하여서 너무나도 기대를 하였으나, 정작 영화는 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띄고 있기는 하나,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성인인 주인공이 트라우마에 빠진 상황 등에서 단편적으로 이미지로만 나열된다. 물론 이게 영화적으로 많이 미숙하다거나 이해를 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고 또 아쉬운 것 역시 사실이다. 어쩌다 한 번 회상하면 모를까, 쉴 새 없이 회상만 하는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왜 여기에서 저러고 있는 걸까? 관객들도 너의 아픔을 알고 있다니까? 하는 생각이 우선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니까. 조금 더 달려도 될 것 같은 이 영화는 멈추고 또 멈추기만 한다.

 

게다가 [존윅]을 극 중 계속 언급할 정도로 모티브 삼은 것 같기는 한데 거기에 못 미치는 액션도 역시나 아쉽다. 신적인 존재 하누만을 주인공과 빗대어 묘사하는데 어디까지나 그는 인간일 뿐. 일부 장면에서는 꽤나 스타일리시한 장면도 보이는 것이 사실이고, 감독이자 주연인 그의 모든 것이 빛나는 순간이기는 하나 영화는 딱 거기에서 멈춘다. 예술 영화도 상업영화도 아닌 그 어딘가의 지점에서 영화는 멈칫거리며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망설이기만 하는 느낌이다. 물론 일부 액션 장면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나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반드시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까지 찾는 일은 요원하다.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든 것 같기는 한데 관객을 설득하는 영화가 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주인공이 성장해서 액션 좀 보여주나 싶으면 또 유약하거나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속 시원한 액션을 기대한 사람으로는 아쉽고 도 아쉽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한 복수인가 싶으면 또 그것만은 아니다. 인도의 종교적인 갈등과 계급적 문제까지 모두 다 다루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 심각하게 삐끄덕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 종교적인 갈등이 이해가 어려운 요소는 전혀 아니다. 관객으로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는 정도로 그려지고 있고, 우리가 학창시절 배운 사회 과목의 정도로도 알 수 있을 정도만 다루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것을 그리 간단하게만 볼 수는 없고, 그들이 뿌리 깊게 가지고 있는 사상이나 견해 차이 같은 것을 알지 못한다면 영화를 수박 겉 핥기 식으로만 볼 수밖에 없으니 아쉽고 또 아쉽다. 단편적이고 단순하게 이해하려고 하면 마냥 쉽게 이해가 되는 영화이지만, 그 뒤까지 꼼꼼하게 살피려고 하면 한 없이 깊은 영화이니 이 영화의 세계관은 깊고도 단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을 꼽자면 소외 받은 모든 자들이 주요하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주인공 자체가 종교적인 관점을 떠나서 보더라도 고아로 그려진다. 누구 하나 보호해주는 사람 없이 혼자 외로이 있는 이 소년부터가 사회적 주류라고 이해하기에는 다소 한계를 갖는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처음으로 도움을 주는 존재는 한쪽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다. 주인공이 자꾸만 신경 쓰는 여자 역시 종교적으로 주류가 아니며 성 착취 당하는 중이다. 주인공이 애정을 쏟는 친구로는 그리 큰 비중은 아닐 수도 있지만 유기견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복수를 실패한 순간 그를 구해주는 인물들은 트랜스젠더 여성들이다. 이처럼 영화에서 주연이 되기 어려운 사연을 가진 존재들이 모여 있는 이 영화는 나름의 상징성을 지닌다. 우리 사회에서 주류라고 부르기 어려운 자들이 모여서 그들을 착취하고 혐오하는 자들에게 승리를 쟁취한다는 내용은 또 하나의 신화처럼 느껴지기는 한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영웅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태생부터 한계가 뚜렷한 주인공이 고난을 겪어 복수를 결심하나 좌절하고,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적을 처단하는 이야기다. 다만 이 이야기가 지루하게 펼쳐지기에 중간에 도대체 주인공이 저 정도 나약함이라면 왜 복수를 결심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에서 이 모든 원흉인 종교지도자를 앞에 두고 처단하기 직전 망설이다가 정작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의 상황에 놓일 때 정말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종교지도자의 설득에 넘어간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왜 그 순간 그토록 망설이는 장면을 넣은 것인지. 주인공이 악인이 아니라 선한 존재이고 어쩔 수 없이 악에 맞서려는 걸 보여주려는 건지 모르겠으나 이 장면이 어찌나 답답하게 느껴지던지. 물론 이를 통해 주인공의 망설임과 고뇌를 보여주려는 거라면 성공이다. 결국 주인공의 모든 복수는 성공하고 이런 세상을 만든 종교지도자까지 주인공 손으로 처단하지만 정의로운 세상은 보여주지 않은 채 영화는 끝난다.

 

영화 보는 남자 권정선재 https://poongd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