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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수다] 스포) 브로큰, 지금 2025년입니다만?

권정선재 2025. 2. 15. 18:49

[영화와 수다] 스포) 브로큰, 지금 2025년입니다만?

 

영화의 스포일러가 리뷰 전반적으로 언급됩니다.

 

‘하정우’ 배우가 나오는 데다가 간만에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라는 후기를 어디에서 봐서 기대했던 이 영화 최악이어도 이렇게 최악일 수 있을까 싶다. 솔직히 말해서 영화의 만듦새만 보자면 그렇게 나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문제가 지금이 2025년이라는 거다. 조폭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라니, 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조폭이 주연으로 나오는 데다가 그냥 무작정 사람들하고 싸우기만 한다. 동생 복수를 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인데 그렇다면 그로 인해서 다치거나 한 사람들의 복수는 또 누가 해야 한단 말인가? 가장 비슷하고 영향을 받은 영화로 [존윅]이 보이는데 적어도 ‘존윅’은 선빵은 날리지 않았다. 문제가 아주 많은 동생을 무척이나 애정하는 형인 것은 알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모한 행동은 지나칠 정도로 타인들에게 민폐만 끼치니 말입니다.

 

게다가 ‘김남길’ 배우가 연기한 ‘강호령’은 전형적인 맥거핀으로 아무 것도 아닌 인물입니다. 그의 소설 속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배민태’의 동생 ‘석태’의 죽음이 그대로 묘사되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민태’와 함께 사라진 ‘석태’의 연인의 뒤를 쫓습니다. 분명히 엄청난 비밀이 있고 살인에도 관여했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작성한 것이 전부인. 그냥 기록자에 불과하다는 결말을 보고 나면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뭔가 엄청나게 숨기려고 하고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그냥 멍청한 교수에 불과하니까요. 게다가 ‘석태’와 부딪치는 장면에서도 바로 꼬리를 내리며 허무한 모습을 보이는 등 도대체 왜 ‘김남길’ 배우가 이런 역할을 맡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이 그의 망나니 같은 남편의 죽음에 관여되었을 것이라는 것 하나로 쫓아가는 영화는 너무나도 단조롭습니다. 그 오랫동안 여성의 고통을 외면하던 아주버님이라는 인간은 남동생의 죽음 하나만을 붙잡은 채 제수씨의 뒤를 미친 듯 쫓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사람이라면 그쯤에서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전직 조폭이니 만큼 자신이 속했던 조직도 미친 듯 뒤집어대는데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모든 생각의 기원은 사실 한 방향을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민태’가 그토록 아끼는 ‘석태’가 좋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죠. 죽어 마땅한 인간의 복수를 위해서 움직이는 형이라니. 그의 움직임에 대해서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뭐 그의 가족이라면 당연히 안타까움을 표사할 수밖에 없겠지만요.

 

결말에 다다라서 결국 ‘박종환’ 배우가 연기한 ‘배석태’가 사실은 그의 조직 형님인 ‘창모’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설정은 조소마저 나옵니다. 결국 ‘유다인’이 연기한 ‘석태’의 아내 ‘고문영’역시 협박 당했다는 것 뿐이니까요. ‘민태’가 그토록 찾아다녔던 ‘문영’. 그는 아무런 죄도 없고, 또한 그를 쫓아가기 위해서 엄청난 사람을 다치게 했는데 그 또한 아무 의미가 없는 행동들이었기 때문이죠. 애초에 제대로 된 사람을 노렸다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결론에 다다르니 말입니다. 물론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반전이 있을 것 같다는 분위기를 풍기고는 있으니 이걸 반전이라고 해야 할지. 정공법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연히 OTT 등에서 본다면 시간 보내기 용으로 볼 수 있는 영화 같기는 하지만 굳이 찾아보기에는 많이 아쉬웠던 [브로큰]입니다.

 

영화 보는 권정선재 https://poongd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