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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수다] 스포) 캡틴 아메리카-브레이브 뉴 월드, 재밌는데 애매하다.

권정선재 2025. 2. 16. 18:59

[영화와 수다] 스포) 캡틴 아메리카-브레이브 뉴 월드, 재밌는데 애매하다.

 

리뷰 전반적으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의 결말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브레이브 뉴 월드] (이하 [캡틴 아메리카 4])는 조금이지만 이제 마블이 정신을 차린 것 같은 영화다. 물론 주인공이 흑인이니 만큼 PC에 충실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이 역할 자체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팔콘’이 그의 의지를 계승한 것이니 억지로 끼어 맞춘 PC는 아니란 느낌일까. 물론 PC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헐리우드의 백인 파티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많은 역할에 PC함을 강요하는 게 디즈니 방식에 사람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더하는 거겠지. [블랙 팬서]처럼 새롭고 멋진 흑인 히어로를 만들어준다거나 하면 되는데 ‘아이언 하트’니 뭐니. 게다가 ‘아메리카 차베즈’ 같은 유색 여성에게만 LGBT 캐릭터를 주다니. 뭐 이런 건 다 뒤로 미뤄두고 [캡틴 아메리카 4]는 간만에 돌아온 슈퍼 히어로 영화다.

 

게다가 전작을 본다면 이해가 더 잘 되기는 하겠지만, 이것만 보더라도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다는 점에서 탁월한 전략으로 보이기도 한다. 물론 중간에 절대적인 존재 ‘셀레스티얼’의 모습과 ‘어보미네이션’이라는 캐릭터도 언급되어 지나가기는 하지만 정확히 모르더라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다. 이렇게 배경 지식이 없어도 되는 마블 영화가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르겠다. 마블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느 순간부터 영화만을 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나오는 시리즈까지 모두 봐야만 알 수 있는 식으로 만드는데 사실 디즈니 플러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이건 정말 최악의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빨리감기가 되지 않는 디즈니 플러스는 너무 싫다. 흔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 영화 분명 재밌다.

 

게다가 그 동안 빌런의 등장과도 다소 다른 점을 보이는 것이 흥미롭다. 오랫동안 자신도 모르게 감마선이 든 심장병 약을 먹어 레드 헐크로 변하게 되는 ‘해리슨 포드’만 보더라도 색다르다.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서 누군가를 가둬두고 정치적 승리를 거두는 것은 사실 슈퍼 히어로 영화의 빌런과는 다르게 너무 소소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 또한 어떠한가. 개인의 욕망의 크기는 모두 다른 법이고, ‘로스’에게는 이게 가장 큰 욕망이었던 거겠지. 게다가 헐크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딸에 대한 부성애 하나만으로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웃음도 나온다. 누가 보더라도 1대 1로 ‘캡틴 아메리카’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다가 딸에 대한 언급만으로 정신을 차리다니. 마치 DC의 ‘마사’가 떠오르지만. 뭐 개개인이 느끼는 버튼이라는 것은 다르니 그러려니 싶기도 하다.

 

다만 딱 하나의 쿠키가 등장하는데 이 역시도 다음 영화를 위한 떡밥으로 마무리 되는 건 너무 아쉽다. 아무리 잘 만든 마블 영화라고 하더라도 결국엔 거대한 어벤져스 시리즈를 위해서 마무리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이 느낌이 너무 아쉬운 건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군분투하던 모든 것들이 그저 더 큰 이야기의 예고편처럼 소비되기 때문일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신념을 아무리 잘 묘사하면 뭐하나. 세상을 힘겹게 구했는데 결론이 너는 더 큰 위기를 마주하고 더 거대한 적과 맞설 거야.라고 끝나다니. 다음 이야기에 대해서 궁금증을 야기하는 건 좋지만 그래도 허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숭고한 희생, 인간으로써 그리고 영웅으로써의 고민을 하는 한 개인의 이야기는 그 동안 마블의 가치관과 닿아있으니 이걸로도 만족하러다.

 

영화 보는 권정선재 https://poongd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