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 적어도 나는 아니었던 것 같아.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했는데 그 감성 하나도 안 살아있다. 도대체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대충 TV에서 백종원 레시피가 나오길래 따라한 느낌이다. 그런데 중요한 게 뭐냐면 거기에 나온 재료를 그대로 쓰지 않았다는 거다. 버터가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데 버터가 없어서 대충 식용유를 넣고, 돼지고기를 넣으라고 했는데 없어서 참치 통조림을 넣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도대체 이 영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허술하고 또 허술하다. 게다가 유명한 배우를 쓰는 것은 좋지만 너무 나이가 많잖아. 아무리 고등학생부터 성인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하지만, ‘진영’과 ‘다현’이라니. 분명히 동안이고 예쁘고 멋진 배우들이다. 그런데 그 반에 진짜로 학생. 아역들이 앉아있다면 이건 전혀 다른 상황이 된다. 전에 ‘주원’도 같은 말을 하지 않았는가. 고등학생 역할을 하고 교복을 입고 만족했지만 진짜 고등학생을 보는 순간 묘한 느낌이었다고.
워낙 원작을 사랑해서 굳이 찾아본 영화였는데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굳이 불필요한 노출을 하지 않기를 원해서 다 편집했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 노출이 단순히 노출이 아니기에 그 또한 아쉽다. 노출을 줄일 거라면 아예 담지 않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아버지와 아들의 유대를 위해서 노출을 담았던 것인 만큼 그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색다른 유대를 보여주는 게 좋았을 것 같다. 뭐 극단적으로 양말을 손에 낀다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지. 게다가 ‘박성웅’ 배우를 아버지로 쓰고 이토록 낭비하는 느낌으로만 활용하다니. 원작과 비슷하려고 노력한 것 같기는 한데 그냥 노력에만 그친 느낌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도대체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원작을 충실히 재현한 것도 아니고, 한국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또한 시대에 어울리기 위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지 않은 것은 좋은데 그러다 보니 주인공의 사랑이 조금 흐리게 보이는 부분이 생긴다. 사랑에 빠져서 모든 걸 다 하는 소년의 모습이 조금 덜 그려져야 한다고 하나. 여성의 성적 대상화와 구분되게 남성의 열성적인 행동을 조금 더 잘 보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나 동네 꼬마 녀석들이 다 한 소녀를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마음이 어찌나 작고 에피소드로만 나열되어 있는지. 도대체 왜 이 녀석들이 그토록 오래 누군가를 좋아한 건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주인공의 성장과 함께 소녀에 대한 애정을 그리려고 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토록 어설픈 영화가 그나마 볼만한 것은 ‘진영’과 ‘다현’이 그 와중에도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전혀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의 단편에도 둘은 아룸다우니까.
‘진영’과 ‘다현’의 팬이라면 예쁘게 볼 영화이기는 한데 영화가 거기에 머무는 것은 너무 아쉽다. 특히나 최근 한국 로맨스 영화가 기근에 가까운 상황에 나온 영화라 더 흥미로울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게다가 말로만 과거라고 하고 정작 과거 아이템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너무 아쉽다. 하다 못해 플로피디스크에 화이트로 편지를 써서 고백하는 것 같은 게 나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유명한 아이돌 출신 배우와 아이돌을 데리고 영화를 찍으면 대충 그림 나오겠지. 라는 생각의 영화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비슷한 느낌의 [너의 결혼식]이라는 작품도 있는 터라 그 시절의 생생한 묘사가 더 중요했을 것 같은데 영화에게 그 시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두 배우의 팬이라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만족할 것도 같지만, 로맨스 장르에 대한 갈증 해소와 원작에 대한 만족도를 기대한다면 실망하지 않을까?
영화 보는 권정선재 https://poongd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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