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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수다] 스포) 콘클라베, 죄 없는 인간은 없으리라

권정선재 2025. 3. 9. 18:47

 

[콘클라베] 결말을 직접적으로 다룹니다.

 

교황 선거를 다루는 영화가 이토록 인간적이고 막장으로 다다를 수 있는지 마지막까지 푹 빠져서 보게 된 영화다. 제대로 미친 영화란 어떤 것인지를 영화에서 그려내고 있는 것 같은데 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풍자인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종교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그들은 누구를 구원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인가? 그들의 노력이 구원으로 다다를 수 있는가? 여러 질문들을 던지면서 영화는 종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묻는 것 같다. 물론 당연히 그렇게 철학적인 질문만 던지지 않는다. 이렇게 철학적이기만 한 영화라면 그 긴 러닝 타임 동안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영화는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물으며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질문한다. 물론 정답이 어떤 건지에 대해서는 답을 내릴 수 없지만 적어도 종교라면 모두를 포용하고 그 또한 신의 뜻으로 봐야 하지 않는가

 

교황이 될 이의 정체가 여성이라는 것은 영화에 나오는 대사로 바로 유추 가능하다. 극 중 가장 유력했던 흑인 추기경 ‘아데예미’가 젊을 적 수녀와 관계 후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로 교황 후보에서 밀려날 때. 그의 입에서 죄 없는 인간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묻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 부분 사실 인간이라는 단어는 인간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하지만 남성을 뜻하기도 한다. 즉 죄 없는 남자가 어디에 있으리라. 그러면 남자가 아닌 이만이 교황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거다. 비슷한 맥락으로 [반지의 제왕]에서도 그 어떤 인간도 죽일 수 없는 존재를 공주가 죽이지 않는가? [콘클라베]도 남성이면서 여성의 장기를 모두 지닌 ‘베니테스’를 추기경으로 뽑는다. 물론 추기경들이 이 사실을 알고 그를 뽑는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어떠한가? 이 또한 진지하게 그들이 인간성 하나만을 믿고 그를 뽑은 것이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클라베를 주관하는 단장 ‘로렌스’가 진실을 밝히고 밝히지 않는 것을 결정하는 순간이다. 미성년자 수녀와 관계를 맺어 임신까지 시킨 ‘아데예미’는 그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음에 대해서 믿지만 그가 교황이 될 자격은 없음에 확신을 갖는다. 그리고 이런 그를 절벽으로 몰아세우는 또 다른 교황 후보 ‘트랑블레’는 그의 손으로 직접 교황에서 탈락시킨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 비열한 수를 쓰면서 추기경을 돈으로 매수하는 이는 교황이 되어 그들을 이끌 자격이 없음을 모두에게 공언하는데, 여기에서 ‘로렌스’의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 보인다. 과연 이 사람이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인데, 어린 수녀를 임신 시킨 ‘아데예미’는 현재 그런 삶을 살지 않기에 갱생의 의지가 가능하다고 믿지만 교황이 되기 위해서 다른 교황을 모욕하고 신의 자리를 매수하는 이는 될 수 없다고 믿는다.

 

남성의 몸으로 자랐으나 몸 안에 여성의 장기를 가진 ‘베니테스’를 통해 영화는 가장 큰 질문을 던진다. 이는 비단 신께서 처음부터 두 성을 준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질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레이디 가가’의 노래 [Born this way]에서도 나오는 가사처럼 신께서 만든 그것 자체가 본질 아닌가? 그렇다면 레즈비언이건 게이건, 트렌스젠더건 팬섹슈얼이건 그 무엇이건 간에 그 또한 신께서 만드신 존재라는 것이다. 신께서는 실수하실 리가 없는 인물이니 그가 이토록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든 것 또한 신의 뜻이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논란적인 것을 다루는데 보통 가톨릭에서 수녀가 그림자처럼 존재하며 아무 말도 못하는 것과 다르게 극 중에서 수녀 ‘아그네스’는 직접적인 목소리까지 낸다. 그 동안 가톨릭에서 금기처럼 다루어지던 여성과 간성을 직접적으로 다루며 [콘클라베]는 우리의 투표도 요한다.

 

 

 

 
콘클라베
교황의 예기치 못한 죽음 이후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시작되고, 로렌스(랄프 파인즈)는 단장으로서 선거를 총괄하게 된다. 한편 당선에 유력했던 후보들이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교활한 음모와 탐욕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데…
평점
-
감독
에드바르트 베르거
출연
랄프 파인즈,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이사벨라 로셀리니, 루시안 므사마티, 야첵 코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