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스포) 보더랜드, 팝콘 무비의 정석
[보더랜드]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뤄집니다.
이토록 제대로 미친 영화의 등장이라니. 100분이라는 시간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영화는 앞으로만 달려 나간다.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돈 값 한다는 생각이 든 영화가 바로 [보더랜드]다. 우리가 극장에 가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솔직히 비용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더 이상 극장은 OTT에게 우위에 있지 못하다.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볼 값이면 OTT에서는 한 달 동안 무제한으로 시청이 가능하니까. 게다가 이전에는 극장에서 내려가고 OTT에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는데 지금은 그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니 관람객이 줄어드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영화는 확실히 극장에서 봤을 때 그 재미가 배가 되는 느낌이다. 현란한 배경도 그럴뿐더러 말도 안 되는 스토리를 납득하게 하는 다채로운 색감 등은 영화관에서 보면 그 재미가 배가 되는 기분이다. 마치 게임을 보는 것 같은 영화인데 깊은 사유 없이 볼 수 있는 영화가 얼마나 오랜만인지. 정말 이 영화 재밌다는 말에 딱 맞다. 물론 15000원짜리 재미는 아니다. 만 원 정도랄까?
게임을 원작으로 한 만큼 결말은 다들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주인공이 신성한 핏줄을 타고 난 이고 불새가 된다는 결말이다. 다소 뻔한 결말에 안일한 선택이 영화 내내 이어지는데 이게 또 아는 맛이 무섭다고 그냥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나쁘게 말하면 클리세 범벅이 되는 거고, 좋게 말하면 영화의 문법을 정확하게 따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우리는 그 동안 너무 많이 봐오기는 했다. 반드시 섬멸해야 하는 적이 알고 보니 아버지라는 이야기를 보기도 했고, 가장 약한 존재인 줄 알았던 우리 팀 멤버가 알고 보니까 진짜 흑막이다. 뭐 이런 이야기들도 보곤 했으니 이 영화 어디에서 보고 또 본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배우들이 너무 완벽하니까. 말도 안 되는 개연성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훌륭하니 마지막까지 이 배우들의 연기만을 믿고 달려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원작인데 게임과 영 동떨어진 영화라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부분일 거다. 개인적으로 해단 게임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이기에 영화를 보며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이 20대 여성인 것과 다르게 50대 여성이 되었다거나, 중간중간 설정 오류 같은 부분들이 있는 상황이라면 팬들이라면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리포터를 매우 좋아하는 독자로 여전히 영화 해리포터는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리 멀리 가지 않더라도 [인어공주]라거나 [백설공주] 같은 것만 보더라도 원작 팬들이 얼마나 서운해하는지 알 수 있으니, 게임을 모르더라도 원작 팬들의 아쉬움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배우들이 아무리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고 하더라도 마지막에 갑자기 사실 내가 불새였어! 라면서 짜잔하고 변신하는 ‘케이트 블란쳇’을 보면 실소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니까.
게임 원작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정말 가볍게 즐길 영화가 필요한데 무료 관람권까지 있다면 [보더랜드]는 완벽한 영화다. 이렇게 보니까 욕 같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한 영화였다. (물론 무료 관람권이다.) 그런데 공짜로 보더라도 돈 아깝고 시간 아까운 영화들이 수두룩한데 이 영화는 적어도 공짜로 볼 때는 아쉽지 않으니 이것으로 완벽한 영화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말 냉정하게 요즘 돈 값 못하는 영화들을 너무 많이 봐왔으니까. 원작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고 그냥 가볍게 즐길 영화라면 이 영화가 맞는데. 자꾸만 이 이야기만 하는 것을 보면 이 영화 역시 그다지 매력이 없는 게 맞는 모양이다. 사실 영화에게 자꾸만 내용이 없다고 하는 건 매우 큰 실례인데 이 영화에게는 내용이 없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다. 배우들의 팬이라면, 그리고 이 시국에 무거운 영화가 싫다면 가볍게 즐기기 딱 좋은 영화 [보더랜드]다.
영화 보는 권정선재 ksjdowa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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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 -
- 감독
- 일라이 로스
- 출연
- 케이트 블란쳇, 케빈 하트, 잭 블랙, 제이미 리 커티스, 아리아나 그린블랫, 플로리안 문테아누, 에드가 라미레즈, 지나 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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