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영화와 수다

[영화와 수다] 해치지않아. 감독은 내가 해친다.

권정선재 2020. 1. 18. 01:39

[영화와 수다] 해치지않아. 감독은 내가 해친다.

 

한줄 평. 감독이 재미는 해쳤네요.

평점. 5

 

단연 올 설 최강자가 될 거라고 예상했던 [해치지않아]는 내가 직접 감독을 해치고 싶을 정도로 심각하게 재미가 없었다. 아니 도대체 그 재미있는 원작을 가지고 왜 이런 영화로 만든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영화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식으로 각색을 하는 것을 허락을 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심각하고 너무나도 안타까울 정도로 원작을 훼손하고 해쳤다고 생각한다.

 

[해치지않아]는 이미 성공한 원작을 두고 기본적 설정만 가져간 채 새로운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뭐 사실 이건 그다지 나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제외하고는 흥행에 성공한 [신과 함께]도 원작과 전혀 다른 길을 갔으니까. 다만, [해치지않아]의 심각한 문제점은 원작의 재미와 한계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거였다. 특히나 주인공의 지질함이라는 것은 더욱.

 

다양한 인물들에 다양한 이야기를 푸는 것은 영화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가장 나은 연기력을 보이는 장승조배우의 짠내 나는 분량은 뒤로 미뤄두고서라도. 동물원 식구 모두의 이야기를 풀고자 하는 생각은 감독의 동정심과 배려심에서 나온 건가? 그런데 본인이 두 시간도 안 되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몰랐던 건가? 그가 배우들에게 미안함을 품는 사이 캐릭터들은 힘을 잃었다.

 

한 가지 이야기에 집중을 하지 않는 만큼 영화는 쉽게 산만하고 흔들린다. 그리고 각자 대충 그런 일이 있었겠지. 라고 넘어가는 것으로 영화적인 합의를 보려고 하는데. 이건 절대적으로 틀린 생각이다. 관객이 그렇게 넘어가는 것은 [백두산] 정도의 규모는 되어야 하는 거란 말이다. 그 정도 규모가 안 되고 설득력도 없이 넘어간다고? 아무리 설 시장이라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지.

 

좋게 말하면 선하고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가 타겟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누구도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거 같다. 특히나 배우들의 딕션이 이토록 안들린 이유는 배우들의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 현장에서의 디렉션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모든 제작팀이 코카콜라 먹는 북극곰 신선한대? 라는 마음 하나로 다 같이 기쁘게 달려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화는 아무런 매력이 없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