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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브루탈리스트, 장인이 만든 것 같은 대기업 식혜

권정선재 2025. 3. 9. 18:58

[맛있는 영화] 브루탈리스트, 장인이 만든 것 같은 대기업 식혜

 

추천하는 사람

-한 개인의 삶을 끝까지 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추천하지 않는 사람

-지나치게 긴 드라마 장르를 싫어한다면

 

평점 - 8점 ★★★★

 

무려 인터미션까지 있는 영화로 헝가리 계 유대인의 삶을 그려내며 예술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실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기 영화로 풀어냄으로 뭔가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듭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고 어떤 신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말이죠. 그리고 당연히 유대인의 이야기이니 만큼 나치나 홀로코스트 등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다룰 거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는 그런 식으로 풀어내지 않습니다. 그 시절 유대인의 시선 뿐만 아니라 이민자의 시선으로 미국에서의 고난에 대해서 다룹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영화는 그저 과거 어느 시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도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살기를 희망하며 미국으로 떠나고, 그 안에서 어울리고 적응하며 인정받는 경우도 있지만 외면 받고 추방당하는 경우도 많으니 말입니다. 특히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더더욱 이민자들에 대해서 냉소적이고 단호한 반응들을 보이는 걸 보면 이 영화가 과연 과거만을 다루고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현대의 잔혹함을 묘사하고 싶지만 시대적인 힘듦 때문에 과거를 선택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방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은 현대가 더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무조건 미국에 와서 성공하는 이전의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답습하지도 않습니다. 성공적인 이민자들의 역사가 아니라 실패할 수도 있으며 힘들 수도 있는 그 모습 그대로를 그려냅니다. 영화는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고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다만 깊은 의미를 가진 영화이기는 하나 개인적으로 재미라는 측면 만으로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의 열연과는 별개로 관객의 입장에서 지칠 정도로 이야기를 몰아가기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정도 쉴 구석 같은 게 있어야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는데 영화는 한 개인을 극한까지 몰아가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를 지켜보는 관객 역시 함께 지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가 얼마나 힘들고 가여운지에 대한 이야기를 세 시간이 훌쩍 넘는 215분이나 봐야 한다는 게 참 지치는 일입니다. 게다가 중간에 인터미션까지 있으니 이 영화 정말 특별합니다. 그렇지만 영화 자체의 만듦새는 훌륭하기에 마지막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습니다. ‘라즐로 토스’라는 주인공이 성공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가 얼마나 편집증적인 인물이고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지에 대해서 섬세하게 묘사해내는데 정말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그러는 와중에 그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 역시 사실적으로 표현합니다. 전쟁을 통해서 어떤 변화들을 거치고 있는지 그 안에서 누가 부자가 되고 누가 모든 것을 잃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죠. 여기에서 나라들의 상황이라거나 한국 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스치듯 지나갑니다. 우리가 아무 관련도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에도 전 세계는 여전히 유기적이었고 한 개인의 행동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안에서 영화는 개인이 치열하게 삶을 투쟁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기에 영화의 오락적인 기능만을 제외하면 이 영화는 충분히 훌륭한 영화입니다.

 

자신의 예술 작품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하는 ‘라즐로 토스’는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연기했는데 정말 그 인물 그 자체로 보입니다. 실존하지도 않는 인물을 어떻게 이렇게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가 있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는 고향 헝가리에서 성공한 건축가이지만 나치 독일에 의해서 더 이상 헝가리에서 거주하지 못한 채 미국으로 망명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브루탈리스트]가 지닌 다소 특이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이방인들이 더 큰 성공을 바라고 선진국으로 이주하는 것과 다르게 그는 자신의 나라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어서 떠밀리듯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고고하게 자신의 가치를 지킬 수 있었고 긍지를 지켜낸 채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그는 기존에 미국에서 터를 잡던 자신의 사촌과도 갈등을 벌입니다. 물론 ‘라즐로’의 잘못이 아니라 사촌의 잘못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여기에서 그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습니다. 사촌과 함께 리모델링을 하게 되는데, 이때 오해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라즐로’는 훗날 그를 고용해주는 어마어마한 부자 ‘벤 뷰런’에게 항변하지도 않습니다. 그에게 건축물은 하나의 자긍심이자 그 자체를 대변하는 존재로 보입니다. 브루탈리즘이라는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은 하나의 거대한 신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다보면서 그 웅장함을 선보이는 건축물과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하며 모든 걸 감내하는 주인공은 닮아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만을 위해서 자신도 희생하고 가족도 희생하는 미친 주인공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느낌입니다. 그의 가족이 아닌 사람의 입장으로는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예술 작품을 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어마어마한 일은 맞을 겁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가족에게는 이보다 더 끔찍하고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르게 될 겁니다. ‘라즐로’가 이렇게 미치광이처럼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 달려가기만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충실한 가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라즐로’ 역시 그저 행복하게 자신의 예술만을 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장애인이 되어서 돌아왔음에도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자신의 후견인이자 거부인 ‘벤 뷰런’에게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그 누구에게도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비밀로 둔 채로 고통을 견딥니다. 이 모든 게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예술 작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행동인데 마치 시시포스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끊임없이 노력만을 하고 있는 거죠. 타인이 보기에는 멍청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그의 행동은 숭고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에필로그를 통해서 그의 전시회가 열리는 비엔날레를 보여주며 그의 작품이 후세에게는 제대로 인정 받는다는 것 역시 꽉 닫힌 결말로 보여줍니다. 그런데 과연 이게 ‘라즐로’가 원한 것인지는 사실 의문이 듭니다. 그는 건축물이라 함은 실제로 이용됨에 의미가 있다고도 생각하는 것 같긴 했거든요. 자신마저 던지는 신념으로 만들어진 인간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 [브루탈리스트]였습니다.

 

맛있는 부분

하나 - 남편을 위해 맞서는 ‘에르제벳 토스’

둘 - 건축 비엔날레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 ‘라즐로 토스’

 

영화 보는 권정선재 ksjdoway@daum.net

 

poong:풍도 https://poongdo.tistory.com

 

poongdo: 풍도

 

poongdo.tistory.com

 

 
브루탈리스트
전쟁의 상흔을 뒤로하고 미국에 정착한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미국 이민자의 냉혹한 현실 속에 전쟁의 트라우마를 견뎌내던 어느 날. ‘라즐로’의 천재성을 알아본 부유한 사업가 ‘해리슨’(가이 피어스)이 기념비적인 건축물 설계를 제안한다.  하지만, 시대와 공간, 빛의 경계를 넘어 대담하고 혁신적인 그의 건축 설계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후원자 해리슨의 감시와 압박, 주변의 비난이 거세 질수록 오히려 더 자신의 설계에 집착하던 ‘라즐로’. 혁신적인 브루탈리즘 건축에 자신을 투영하던 ‘라즐로’는 결국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는데... 발 디딜 곳 없는, 소속이 불분명한 삶의 연대기.  트라우마가 예술로 승화된다! 
평점
-
감독
브래디 코베
출연
애드리언 브로디, 펠리시티 존스, 가이 피어스, 조 알윈, 래피 캐시디, 이자크 드 방콜레, 조나단 하이드, 엠마 레어드, 스테이시 마틴, 알렉산드로 니볼라, 피터 폴리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