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맛있는 영화

[맛있는 영화] 폭락, 프랜차이즈가 되어버린 맛집

권정선재 2025. 2. 9. 15:25

[맛있는 영화] 폭락, 프랜차이즈가 되어버린 맛집

 

맛있는 부분 그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상세한 설명

맛 없는 부분 성인 배우의 고등학생 연기라니

평점 – 5★★☆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송재림배우의 유작인 [폭락]은 굉장히 시의적절한 영화인 데다가 빠르게 현실을 반영한 작품입니다. 최근 그 어느 때보다도 비트코인 같은 코인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시선과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여기에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까지 가세해서 일명 트럼프 코인 밈코인까지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코인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다룬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치명적인 한계를 분명히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영화가 지나치게 안전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합니다. 코인이라는 소재를 선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걸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가진 않고 기존 영화들과 같은 문법으로만 진행합니다. 가난하지만 똑똑하고 꿈이 많은 소년이 부정한 방법까지 사용해서 부와 명예를 누리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는 맛이 무섭다고 어딘지 모르게 허술하기는 한데 또 그 나름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생각보다 영화를 잘 만들었다는 것이지 객관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급조한 느낌이 나는 영화가 아닌 만큼 조금만 더.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른 이들이 아직 소재로 다루지 않은 코인 자체를 소재로 담고 있는 만큼 한 발 더 앞으로 내딛고, 코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주식을 가지고 장난하는 영화들의 소재를 그저 코인으로 바뀐 것 정도의 차이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성장담이자 범죄 영화로 그리기에 너무 착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기 급급하기 보다는 허상으로 쌓아올린 주인공의 몰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점은 좋았습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보기 불편한 이유 중에 하나가 굳이 이야기 전개에 필요도 없는 여성들을 마치 도구처럼 사용하며 야한 코드로 사용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정말 주인공의 욕망만을 위해서 나아갑니다. 그런데 그 욕망이라는 것도 악하고 욕심이 가득한 욕망도 아닙니다.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죠. 그런 한 편에서는 그릇된 모습을 갖기도 합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들이 누군가에게 빼앗겨서 그렇다는 듯한 느낌을 갖는 거죠. 장애인 동창에 대해서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 역시 이와 닮은 부분 같습니다. 지독히 현실적인 감각이 바로 여기에서 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갖고자 하는 것이 대단한 부나 엄청난 성공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보다 더 나은 삶. 그저 이 정도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더 많은 것을 해본 적이 없기에 그저 이 정도에 만족하는 것 같기도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는 것 외에, 남들에게 자신을 증명하는 것 이것 말고는 필요한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마저도 순수하게 본인의 꿈이 아닌 만큼 자꾸만 흔들리고 타인의 평가에 계속 자아도취하는 모습만 보입니다. 차라리 어떤 목적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실화를 소재로 가지고 온 만큼 악랄하게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복수하기 위한 행동처럼 보여야 하는 데 주인공에게 너무 큰 서사를 주는 건 아쉽습니다.

 

송재림배우가 연기한 양도현은 자신의 욕망이 아닌 엄마의 욕망에 지쳐 있는 소년입니다. 그런 그가 사회 부조리에 눈 뜨고 자신이 똑똑하다는 것에 대해서 명확히 인지한 순간 철저하게 본인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타인의 고통까지도 자신을 증명하는데 사용합니다. 세상이 그릏되어 있다는 생각에 사로 잡힌 채로 그런 세상에서 자신은 절대로 속지 않을 거라는 그릏된 믿음을 가진 존재입니다. ‘송재림배우가 매우 연기를 잘 하기는 하였으나 앞서 말한 것처럼 실존 모델이 있는 영화인 데다가 악인이니 만큼 너무 많은 서사를 부여한 것 같습니다. ‘송재림배우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월등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감정을 다루는 것이라거나, 사실상 원톱 영화인데 크게 부족함 없이 영화를 이끌어갑니다.송재림배우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그의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기에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OTT 같은 곳에서 봤다면 크게 실망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영화일 것 같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도 굉장히 묘한 감정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다들 코인의 실체가 없다며 온갖 말들을 하기는 하지만 그런 마음 한 편으로는 그런 식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나 부러움 같은 것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이유 역시 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실체하는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느니 만큼 조금 더 진지한 시선으로 다뤘다면 어떘을까 싶습니다. 범죄 영화가 아니라 한 인물의 전기 영화처럼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재의 영화가 이토록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송재림배우와 주변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감독의 적당한 캐릭터 사용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일한 선택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장에서 봤는데 중간에 루즈한 부분이 살짝 있습니다. 아마 이건 배우들의 연기나 스토리의 부재라기 보다는,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이야기가 진행이 되기에 지루하게 느껴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송재림배우에 대한 애정 하나로 보기엔 그 이상이 있는 영화는 맞습니다. 지금이 아니라 몇 년 전 개봉했다면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기대가 크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그래도 이 영화의 결말이 주인공의 응징인 점은 긍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영화 보는 권정선재 https://poongd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