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떠나다.
“하아!”
윤호가 거친 숨을 내쉬며, 터미널로 들어섰다.
“선생님! 선생님!”
터미널 안을 소리를 치며 뛰어다녔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선생님.”
윤호가 바닥에 주저 앉는다.
“선생님.”
눈물이 흐른다.
“당신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하라고?”
윤호의 표정이 멍해졌다.
“당신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하라고. 이제야 겨우 나도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데 뭐하는 거냐고!”
윤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 당신.”
“하아.”
민정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미안해.”
눈물이 흘렀다.
“하아.”
가슴이 미어졌다. 하지만 옳은 거다.
“하아. 하아. 미안. 미안.”
눈물이 갑자기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흑. 미안. 미안.”
민정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냥 보내버려서, 미안해.”
“안녕하세요?”
“어, 네가 웬 일이야?”
남수가 윤호를 맞는다.
“서민정 선생님 어디 가셨나요?”
“!”
남수의 얼굴이 굳는다.
“어디 가셨나요?”
“그게.”
남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선생님.”
“떠나셨어.”
“?”
“연수.”
“어디로요?”
남수가 초조해보인다.
“선생님.”
“파리.”
“네?”
윤호가 반문한다.
“어, 어디요?”
“파리.”
“!”
윤호의 얼굴이 굳는다.
“파리라뇨?”
“배우고 싶은 게 있대.”
“!”
윤호의 표정이 멍해졌다.
“어, 언제요?”
“그저께 사표 냈어.”
“!”
그토록 선생님이 하고 싶었다고 했으면서,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너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
남수가 말을 주저한다.
“왜요?”
“많이 울었어.”
“네?”
“네 어머니 만났었대.”
“!”
윤호의 얼굴이 굳었다.
“무, 무슨.”
“네 어머니 만나고 나서, 비행기 티켓 보면서 고민하더라.”
“!”
“네 어머니가, 기분 나쁜 이야기 하셨나봐.”
“기분 나쁜 이야기요?”
남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줄테니까, 헤어지라고 햇었나봐.”
“!”
“사실이에요?”
“무슨 일이냐?”
윤호가 신발을 신고 다짜고짜 집으로 들이닥쳤다.
“무슨 짓이야!”
“선생님 만났어?”
“왜?”
어머니가 다리를 꼬고 자리에 앉았다.
“설마, 돈 준다고 했어요?”
“그래.”
“!”
윤호가 주먹을 쥐었다.
“당신이 뭐라고요!”
“무슨 말버릇이냐?”
“너무 하시네요.”
“그 여자 선택이다.”
“?”
윤호가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처음에 내가 돈을 준다고 했을때, 싫다고 했다.”
“그런데요?”
“자기가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네가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설마.”
“내가 건넨 비행기티켓까지 돌려주고 간 사람이다.”
“!”
“그런 여자 처음 봤다.”
어머니의 눈이 깊어 보였다.
“미안하다.”
“!”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윤호는 잘이ㅔ서 일어났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윤호가 천천히 일어섰다.
“미국은.”
“?”
윤호가 고개를 돌렸다.
“오지 않아도 좋다.”
“!”
“네 아버지 내가 막아보마.”
어머니는 이 말을 끝으로 윤호에게서 돌아앉았다.
“고맙습니다.”
윤호가 인사를 건네고 집을 나왔다.
“다녀올게요.”
“파리?”
언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원래 파리 되게 가고 싶어했잖아.”
“그, 그래도.”
민정이 싱긋 웃는다.
“지금이 마지막일 것 같아.”
“민정아.”
“언니.”
민정이 언니의 손을 잡는다.
“제발.”
“너 그 아이 때문이니?”
‘아니.“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핑계야.”
“?”
“나 정말 파리로 가보고 싶었어.”
“민정아.”
“언니도 알잖아.”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얼마나 파리를 가보고 싶어했는지, 지금이 그 기회라니까. 너무나도 좋은 시간이야.”
“하지만 그 사람에게.”
“아니.”
민정이 가방을 닫았다.
“그 사람은 행복했으면 해.”
“여보세요?”
“아직, 가지 않았다고 한다.”
“!”
윤호의 눈이 동그래진다.
“어머니.”
“어떡할꺼냐?”
윤호는 눈을 질끈감았다.
“저 미국으로 데려가주세요.”
“어?”
“성공할래요.”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반드시 성공할래요.”
“전화 안 해봐도 돼?”
“응.”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약한 사람 아니야.”
“휴.”
언니가 민정에 손에 가방을 들려준다.
“전화 자주하고.”
“응.”
민정이 싱긋 웃는다.
“나 갈게.”
“그래.”
민정이 게이트를 넘는다.
“하아.”
이제 한국은 안녕이다.
“안녕, 안녕.”
파리. 그 곳으로 떠나간다.
“안녕.”
“무슨 말이냐?”
“어머니는 저 성공시켜주실 수 있죠?”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성공시켜주세요.”
“!”
“그게 그 사람 소원이래요.”
“알았다.”
어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내 아들을 되찾은 기분이구나.”
어머니가 윤호의 손을 잡았다.
“미안하다.”
“…….”
“그리고 너무 고맙다.”
비행기가 이륙을 한다. 정말 끝이다.
“하아.”
민정이 눈을 감는다.
“안녕, 안녕. 서울.”
민정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인다.
“안녕, 내 사랑.”
“방금 떠나셨다고 합니다.”
윤호는 안경을 벗었다.
“도련님.”
“괜찮아요.”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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