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크리스마스 이야기 - 여섯. 크리스마스의 키스

권정선재 2007. 12. 25. 20:58
 





크리스마스 이야기




여섯. 크리스마스의 키스




“헉, 헉.”


“너 자꾸 늦을래?”


“누나, 미안.”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진짜 네 미소 아니면 내가 그냥 안 넘어간다.”


“그럴 줄 알고, 내가 이렇게 웃잖아.”


“뭐?”


혜민은 그냥 미소만 난다.


“추운데 어디 들어가 있지?”


“왜 저번처럼 못 찾아서, 두 시간동안 헤매게?”

“치.”

선재가 혜민의 팔짱을 낀다.


“이제 안 춥지?”

“응.”


혜민이 선재의 옆에 꼭 붙는다.


“너무 좋다.”


“나도.”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그 어떤 연인도 부럽지 않다.


“밥은 먹었어?”

“누나랑 있으면 배가 안 고프더라.”

“치.”


혜민이 살짝 눈을 흘긴다.


“그럼 우리 커피나 먹을까?”


혜민이 장난스럽게 말한다.


“뭐?”


선재의 얼굴이 굳는다.


“누나.”


“농담이야. 농담.”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선재에게 또 커피를 마시라니, 그래도 당황하는 선재를 보니 귀엽기만 하다.


“그렇게 커피가 싫어?”

“누가 싫대?”

선재가 입을 삐죽거린다.


“누나도 하루종일 커피들하고 씨름해봐.”

“나는 좋을 것 같은데?”

“뭐?”


선재가 고개를 젓는다.


“하여간 누나는 긴장감이라는 게 없어.”

“너는?”


“그래 누나 킹왕짱이다.”


선재가 뾰로퉁한 표정을 짓자 혜민이 선재의 볼을 찔러본다.


“삐쳤어?”


“내가 뭐?”


하지만 이미 선재의 목소리는 시큰둥하다.


“에? 이미 삐쳤는걸.”

“아니라니까.”


하지만 이마 가시가 돋혀 있다.


“어떻게 하면 화 풀래?”

“화는 무슨.”


“응?”


“됐어.”


선재가 귀찮다는 듯 인상을 쓴다.


“너 진짜 그럴래?”

“뭐가?”


“사내 자식이 좀스럽기는.”


“뭐?”


선재도 혜민을 흘겨본다.


“여기서 그런 이야기가 왜 나와?”

“솔직히 그렇잖아. 사내 자식이.”


“우와, 성차별의 여왕.”


“뭐?”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본다.


“너 어떻게 그렇게 말하냐?”


“누나야 말로, 너무한 거 아니야?”


“내가 뭘!”


“뭘?”


선재가 코웃음을 친다.


“내 생일날 뭐 챙겨 줬냐?”


“아직도 그거 가지고 삐쳤냐?”


“뭐?”


“진짜 지겹다. 이 좀생이.”


“하.”


선재가 고개를 돌린다.


“그래 그러면 어디서 멋있는 남자 찾아봐라.”


“뭐?”


혜민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친다.


“너 진짜 화난 거야?”


“아니.”


“미안해.”


이쯤되면 혜민도 도리가 없다.


“일부로 그런 거 아닌 거 알잖아.”


“그래도.”


“좀 웃어라.”


헤민이 억지로 선재를 돌려 세운다.


“이제 안 그럴게.”


“진짜?”

“응.”


“그럼 누나.”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선재야.”


“누나.”


두 사람이 조금씩 가까워진다.


“미안해.”


“나도.”


그리고 포개지는 입술.


“사랑해.”


“나도.”


두 사람이 입맞춤하는 위로 하얀 눈이 내린다. 아름다운 하얀 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