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야기
다섯. 크리스마스의 반지
“수고했어.”
“고맙습니다.”
준서가 미소를 지으며 하얀 봉투를 받았다. 약간 두툼하다.
“연말이라, 조금 더 넣었어.”
“고맙습니다.”
사장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 들어가고.”
“네.”
준서는 미소를 지으며 봉투를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히히.”
이걸로 여자친구에게 반지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다행이다. 지난 번에 봐두었던, 그 반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다행이다.
“우와.”
준서는 살포시 봉투를 열어보았다가 눈이 동그래진다.
“이렇게 많이.”
그 반지를 사고도 돈이 남을 듯하다, 나름 근사한 저녁이라도 사줄 수 있을까? 준서는 행복해진다.
“어서오세요.”
“네.”
준서는 미소를 지으며, 매장에 들어섰다.
“반지를 하나 사고 싶어서 왔는데요.”
“반지요?”
직원이 준서를 안내했다.
“어떤 제품을 원하세요?”
“은으로 만든 반지요.”
“아, 네.”
“저, 마음에 둔 반지가 있거든요.”
“어? 맞다. 지난 번에 여자친구 분이랑 오신 그 분 맞죠?”
“아, 기억하시는 군요.”
“그럼요. 얼마나 다정해보였는데요.”
직원이 미소를 지었다.
“여자 친구분께 선물하려고요?”
“네.”
“오늘 원래 커플들이 올 때만 할인해드리는 건데, 제가 특별히 손님에게는 혼자 오셨어도 할인해드릴게요.”
“진짜요?”
“커플링 어떻게 포장해드릴까요?”
“저는 끼고 갈거예요. 그리고 목걸이 줄도 하나요.”
“네, 알겠습니다.”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카운터 뒤로 사라졌다.
“하아.”
그녀가 이 반지를 보면 좋아할까? 준서는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여기있습니다.”
“얼마죠?”
준서는 반지가 담겨 있는 종이가방을 바라보았다.
“휴우.”
그녀가 좋아할까? 자꾸만 걱정이다.
“뭐 좋아하겠지.”
뭐든 낙천적인 준서다.
“어라? 포장마차네.”
그녀는 튀김과 떡볶이, 순대를 좋아한다.
“아주머니.”
“아유, 어서오세요.”
“튀김이랑 떡볶이 섞어서 5000원, 순대 3000원 어치 주세요.”
“네.”
준서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웃을 것을 상상했다.
“휴우.”
준서의 집은 산 꼭대기, 흔히들 말하는 달동네다.
“하아. 나도 나이가 먹었나?”
아직도 꼭대기가 멀기만 하다. 그래도 그녀가 기다릴테니까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으차.”
준서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나 왔어.”
준서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한숨을 쉰다.
“아유, 내 정신 좀 봐. 씻고 올게.”
준서는 황급히 수건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다 씻었다.”
준서가 미소를 지으며 상에 사온 음식들을 차렸다.
“먹어.”
준서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사진을 바라본다.
“선정아.”
준서의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인다.
“네가 보고 싶다. 너무나도.”
1개월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선정. 준서는 아직까지도 그녀와 살고 있다.
“아, 반지 사 왔어.”
준서가 애써 눈물을 멈추며,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냈다.
“지난 번에 우리가 함께 본 반지 있지?”
가난한 연인들의 결혼 반지가 될 뻔했던.
“여기.”
준서는 반지를 그녀의 사진 앞에 하나 두고, 자신의 손가락에도 하나를 끼웠다.
“너무 예쁘다.”
준서는 자신의 손을 들어보였다.
“잘 어울리지?”
사진 속의 선정은 미소를 짓고 있다.
“아, 배고프겠다.”
준서가 재빨리 음식들에 젓가락을 올린다.
“내가 이렇게 자주 깜빡한다.”
준서도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먹는다.
“네가 없어도, 네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
준서는 눈물을 참느라 고개를 돌렸다. 그 때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렸다.
“어? 선정아 눈 온다.”
준서가 미소를 지으며 선정을 바라본다.
“아, 너는 안 보이지?”
준서가 선정의 사진을 들어서 창가로 가져갔다.
“어때, 잘 보여?”
사진 속의 선정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듯 하다.
“많이 오네.”
정말 준서의 말처럼 눈이 펑펑 쏟아진다.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준서의 입에서 캐럴이 흘러 나온다.
“어때 나 아직 노래 잘 하지?”
준서가 미소를 지으며 선정을 바라본다.
“아, 우리 애기 춥겠다.”
준서가 황급히 창을 닫고, 선정을 제자리에 돌려 놓는다.
“나 내일은 회사 안 간다.”
준서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내일은 하루 종일 있겠다.”
준서의 눈이 조금씩 감긴다.
“나, 잘게.”
준서는 이내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졌다.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그 때, 선정의 사진에서 캐럴이 흘러 나온다.
“헤헤.”
준서는 행복한 꿈이라도 꾸는 듯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잠에 빠졌다.
'☆ 소설 > 단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일간의 기적 - 첫 번째 날 (0) | 2007.12.26 |
---|---|
크리스마스 이야기 - 여섯. 크리스마스의 키스 (0) | 2007.12.25 |
크리스마스 이야기 - 넷. 크리스마스의 선물 (0) | 2007.12.25 |
크리스마스 이야기 - 셋. 크리스마스의 눈물 (0) | 2007.12.25 |
크리스마스 이야기 - 둘. 크리스마스의 재회 (0) | 2007.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