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야기
셋. 크리스마스의 눈물
“여보세요? 여보세요!”
‘띠- 띠-’
“하아.”
유나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나쁜 자식.”
연애의 기초도 모르는 놈이다. 이별 통보를 겨우 전화 한 통화로 해결 하려고?
“개자식. 그래 나도 미련 없어. 너 잘 났다!”
욕을 해도 속이 후련하지 않다.
“너 왜 그래?”
“뭐가?”
“안색이 안 좋다.”
동료이자 오랜 친구인 정아가 커피를 건넨다.
“그냥 그럴 일이 있다.”
“무슨 일인데?”
정아에게는 말을 해도 될까?
“아무 말 하지 않고 들어 줄래?”
“응.”
“나 헤어졌어.”
“뭐?”
“뭐, 그런 자식이 다 있냐?”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그래도 자신의 남자친구였던, 그를 욕하니 속이 상하다.
“나쁜 년. 그래도 네 남자 친구였다고, 편 들기냐?”
“그런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긴, 딱 보니까 맞는데.”
정아는 고개를 젓는다.
“모르겠다. 그래도 그 사람 매너 나쁜 거는 너도 동의하지?”
“응.”
맞다. 이건 헤어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어? 동창회?”
유나가 바쁜 손을 잠시 멈춘다.
“응, 당연히 가야지.”
그 순간 유나의 얼굴이 굳어진다.
“커, 커플 동반?”
유나가 잠시 말을 멈춘다.
“아, 미안. 나 일 있는 거 깜빡했다. 응, 나 못 갈 것 같아. 응 미안. 다음에 보자. 응. 그래.”
전화기를 내려놓자 가슴이 답답해 온다.
“나쁜 놈.”
그래도 이유는 설명해줘야 할 거 아니야.
“아직도 연락 없냐?”
“응?”
정아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유나를 바라본다.
“그렇게 답답하면, 이유라도 물어봐.”
“어?”
“내가 대신 전화라도 해주리?”
정아가 유나의 휴대전화를 낚아챘다.
“이리 줘!”
“못 주겠다!”
“야!”
“너 도대체 왜 이렇게 멍청하게 구는 거니? 너 정말 내 친구 문유나 맞아? 맞냐고!”
“나도 힘드니까, 그만 해.”
“이 맹추야.”
“알아! 안다고! 나도 바보인거!”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러니가, 그만해. 그만해.”
“유나야.”
“그만해. 그만. 그만.”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계속 흐른다.
“하아.”
그렇게 헤어진 지 3개월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왜 헤어졌는지도 알지 못한 채,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었다.
“휴우.”
겨울이 되니 더욱 그가 그립다. 도대체 나를 왜 찬 건지 그 이유가 아직도 궁금하지만, 감히 전화를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따르릉 따르릉’
발신번호를 보니 모르는 번호다. 그냥 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이니까, 선심을 쓰기로 했다.
“여보세요?”
“문유나 씨 전화 맞나요?”
“네, 맞습니다만.”
“아, 여기는 하늘 병원입니다.”
“병원이요?”
무슨 일이지?
“강석준 씨 아십니까?”
“!”
그의 이름을 듣게 되니 왠지 불안해진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만.”
“본인은 연락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쩔 수 없어서 전화 연락을 드립니다.”
“무슨?”
“강석준 씨는 가족이 없으시다고 하는데.”
“네, 맞습니다.”
“3개월 전에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저희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만의 하나의 일이 생길까 등록한 번호가 이 번호더라고요.”
“!”
“지금 강석준 씨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병원으로 좀 와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네. 거기가 어디죠?”
“강석준 씨 찾아왔습니다.”
“아.”
간호사의 얼굴에 보이는 안타까운 표정.
“따라오시죠.”
어두운 통로. 그 끝에 간호사와 섰다.
‘똑똑’
“누구세요?”
“들어가겠습니다.”
간호사가 나를 위해 비켜섰다.
“벌써 주사 맞을 시간인가요?”
“!”
돌아서는 그의 얼굴이 까칠하다.
“석준 씨.”
“여기는 왜 왔어?”
“바보, 바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너 이럴까봐 안 부른 건데.”
그의 웃음을 보니 더 울음이 솟구친다.
“울지 마.”
그의 손이 까맣게 말라 있다.
“죽을 거라고 불렀구나?”
“석준 씨.”
“그런 표정 짓지마. 다 알고 있으니까.”
석준이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절대로 모르게 하고 싶었는데.”
“왜?”
“힘들어할까봐.”
그의 미소를 보니 너무 화가 난다.
“그래도 우리는 연인이었잖아. 그럴 수 있는 거야?”
“어?”
석준의 눈이 동그래졌다.
“눈이네.”
“!”
크리스마스에 흰 눈.
“다행이다.”
“응?”
“너와 함께 눈을 볼 수 있어서.”
“석준 씨.”
“유나야, 미안. 미안.”
석준이 유나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내가 건강해서 이 손을 잡고 싶었는데. 앞으로는 여기 오지마, 괜히 울기만 하잖아.”
“아니.”
유나가 미소를 짓는다.
“나 매일 올래.”
“유나야.”
“그래서 석준 씨 더 사랑해줄래.”
유나가 조심스럽게 석준의 품에 안긴다.
“대신 나 버리지마.”
“그래, 그래.”
창 밖으로는 하얀 눈이 펑펑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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