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크리스마스 이야기 - 넷. 크리스마스의 선물

권정선재 2007. 12. 25. 20:56
 




크리스마스 이야기




넷. 크리스마스의 선물




“하아.”


승하는 자신의 지갑을 꺼내 열어보았다. 있는 돈은 겨우 3천원 남짓.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휴우.”


진영이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데, 그럴 능력이 안 된다.


“휴우.”


왜 이렇게 나는 못난 걸까? 승하는 힘겹게 발걸음을 뗀다.




“나 왔어.”


“왔어?”

자신을 반갑게 맞는 진영을 보니 마음이 더 무겁다.


“미안, 아무 것도 못 샀어.”


“뭘?”


“오늘이 크리스마스잖아.”


쓸쓸히 말하는 자신을 보고 진영이 어깨에 손을 올린다.


“겨우 그런 일로 우리 승하 씨가 힘이 빠진 거야?”


“좋은 거 해주고 싶었는데.”


“날 봐.”


승하가 힘겹게 몸을 돌린다.


“내 얼굴.”


진영의 투정에 승하가 고개를 든다. 미소를 짓는 진영.


“내 가장 큰 선물이 뭔 지 알아?”

“응?”

“오빠야.”


“진영아.”


“솔직히 반짝거리는 반지며 목걸이, 케이크 그런 거 안 부럽다면 거짓말이야. 그래도 나는 오빠만 있다면 다 괜찮아.”


“진영아.”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나 나쁜 년인데, 그런 눈으로 보면 찔리잖아.”


진영이 승하의 손을 따뜻하게 잡는다.


“오빠, 힘내.”


“진영아.”

“우리 나가자.”


“응?”


“나 우동 먹고 싶어.”


“그래.”


승하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어디 가는 거야?”


진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우동 먹고 싶다며?”


“그래도.”


승하가 선 곳은 커다란 우동집이다.


“돈도 없잖아.”


“이거 봐.”


그제야 진영은 가게 게시판을 본다.


“오늘은 성탄절을 맞아 우동을 3000원에 팝니다? 100번째 고객께는 모듬 튀김과, 모듬 우동 세트를 드립니다.”


진영이 미소를 짓는다.


“들어가자.”


진영이 승하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팡’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팡파레가 울리며 폭죽이 터졌다.


“축하드립니다.”


“네?”


“100번째 손님이십니다.”


“어머.”

진영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진짜요?”


“네. 자리에 앉으시지요.”


직원이 자리를 안내해주고 둘은 행복한 기분에 온 몸이 젖었다.


“다행이다.”


“응.”


따뜻한 우동에 진영이 미소를 짓는다.


“오빠.”


“응?”


열심히 새우 튀김을 먹던 승하가 고개를 든다.


“왜?”


“나도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했는데.”


“응?”


진영이 조심스럽게 승하의 손을 자신의 배로 이끈다.


“어때?”


“설마!”


“응.”


승하의 입에 웃음이 걸린다.


“언제 알았어?”


“아까 낮에.”


“우와!”


아빠라니, 승하는 믿기지 않는다.


“진짜?”


“응.”

그러고보니 배가 조금 도톰해졌다.


“진짜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그렇지?”


“언제 나온대?”

“내년 5월”


“우와.”

가슴이 뿌듯해진다.


“어?”


“왜?”

“창 밖을 봐.”


진영이 미소를 지으며 창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눈이다.”


하얀 눈이 내린다.


“우리에게 또 다른 선물인건가?”

“그렇네.”


“사랑해.”


“나도.”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