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AM 7:42 [완]

AM 7:42 <열일곱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 18. 19:30
 




AM 7:42




17화


우리 채경이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벌써 나가게?”

“벌써는요.”

주현이 시계를 본다.


“이제 겨우 다서 시야.”

“일찍 일어났으니까요.”

“휴우.”

주현은 그런 정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신은 기계가 아니야.”

“한 회사의 회장이에요.”

“그래도 쉴 때는 쉬어야 할 거 아니야.”

“다 알아서 쉬고 있어요.”

“여보.”

“괜찮다니까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내 걱정 그만 해요.”

“어떻게 그만 해?”

“당신 어린 애 같아요.”

“어린 애라도 좋아.”

“나 정말 괜찮다니까요.”

정수가 밝게 웃는다.


“나 다녀올게요.”

“여보.”

“조만간 병원 갈게요.”

“진짜?”

“네.”


“약속하는 거지?”

“당연하죠.”


“그래, 그럼 잘 다녀와.”

“네.”

정수가 집을 나선다.




“하아.”

정수가 차를 타는 것을 보고, 주현이 한숨을 쉰다.


“아무래도 불안한데.”

주현은 정수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하아.”


다시 머리가 아파온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응.”


정수가 핸드백을 연다. 아스피린이 없다.


“이 기사, 아스피린 있어요?”

“네?”

“없어?”

“타이레놀은 있습니다.”

“그거라도 좀 줘요.”

“네.”

정수가 한 번에 타이레놀 일곱 개를 삼킨다.


“휴우.”

그리고는 눈을 감는다.


“도착하면 일러 줘요.”

“네.”

이 기사가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십니까?”

“응.”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나 잘게.”

“네.”

차가 다시 움직였다.




“뭐?”


태균은 도무지 진희와 진호가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그 집에 간다고?”

“응.”

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대단하다.”

“뭐가?”

“나라면 치가 떨릴 텐데,”

“치가 떨리기는.”

“왜? 당연히 그렇지.”

태균은 몸서리를 친다.


“우리 진희는 착해서 안 그래.”

“그래 아주 성인군자 나셨네요.”

태균이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진호야.”

“응?”

“너 그래서 오늘도 일찍 퇴근하겠다고?”

“어?”

진호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괜찮지?”


“응.”


태균이 울상을 짓는다.


“친구의 연애 사업을 위해서라는 데.”

“고마워.”

“고맙긴.”


태균이 먼 곳을 멍하니 바라본다.




“우와, 냄새 좋다.”

채경이 미소를 지으며 부엌으로 들어선다.


“벌써 왔니?”

“어? 엄마가 직접 요리하시는 거예요?”

“간단한 것만.”

“우와.”

채경이 손으로 잡채를 집어 먹는다.


“아유, 손으로.”

“맛있다.”

채경이 씩 웃는다.


“나도 못 먹는 잡채를 다 해주네.”

“어머, 얘 말하는 거 봐. 내가 가끔 해주잖아.”

“엄마, 요즘 바쁘다고 안 해주시잖아요.”

“그랬나?”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어서 씻고 와.”

“네.”




“하아.”

채경이 안도의 한숨을 쉰다. 정수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밝아 보인다. 다행히 진호를 그닥 싫어하는 것 같지도 않다.


“휴우.”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당신 괜찮아?”

“네.”

주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정수를 바라본다.


“병원 안 갔지?”

“회사 끝나고 바로 온 걸요.”

“아주머니 시키면 되잖아.”

“괜찮아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당신도 옷 좀 갈아 입어요.”

“어?”

“너무 나이들어 보이잖아.”

“그래?”

주현이 자신을 내려다본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문제라니까.”

정수가 낮게 웃는다.


“나 이렇게 늙은 남편 싫어요.”

“알았어.”

주현도 미소를 짓는다.


“옷 갈아입고 오지.”

“네.”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하아, 떨린다.”

“응.”

진호가 심호흡을 한다.


“조금 부담 된다.”

“나도.”

진희가 진호의 손을 잡는다.


“오빠 어서 벨 눌러.”

“응.”

진호가 조심스럽게 벨을 누른다.


‘딩동 딩동’




“채경아!”

“네, 제가 나가볼게요.”

채경이 미소를 지으며 뛰어 나간다.


“하여간 쟤도.”

정수가 그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진호 씨?”


“네.”


인터폰으로 보이는 화면에 진호와 진희 모두 있다. 다행이다.


“들어오세요.”

“네.”


채경이 버튼을 눌렀다.


“동생이랑 오네요.”

“다행이네.”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우와.”

집에 들어서자, 진희가 탄성을 내뱉는다.


“되게 넓다.”

“그러네?”

진호도 조금은 위축이 된다. 정원만 해도 진호의 집에 몇 십 배는 되는 듯 하다.


“대단하다.”

“그러게.”

대문이 까마득하다.




“어서 와요.”

정수가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둘을 맞는다.


“오는 길 찾기 안 어려웠어요?”

“네.”

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과일 바구니를 건넨다.


“어머, 이런 건 왜 사와요?”

“그래도 처음 오는 건데요.”

“고마워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어서 들어와요.”

“네.”




“우와!”

진호가 탄성을 내지른다.


“별로 차린 건 없어요.”

“별로 차린 게 없긴요.”

상이 진수성찬이다.


“어서 들어요.”

“잘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떻게 입에 맞았어요?”

“네, 잘 먹었습니다.”


“진희 씨, 정말 미안해요.”

“네?”

정수가 진희의 손을 잡는다.


“나 용서해줄래요?”

“네.”

진희가 미소를 짓는다.


“그럼요.”

“고마워요.”

정수가 이번에는 진호를 바라본다.


“진호 씨.”

“네?”

“우리 채경이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네?”

“우리 딸 많이 부족해요.”

“엄마.”

채경의 얼굴이 붉어진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네.”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