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AM 7:42 [완]

AM 7:42 <열다섯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 15. 20:00
 




AM 7:42




15화


네가 나랑 다르기를 바라니까.




“나, 이제 들어가 볼게.”

“응.”

채경이 아쉬운 듯 진호를 바라본다.


“갈게.”

“응.”

채경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다행이다.”


웃음이 나온다.




“?”

집에 오니 왠일인 지 온 집안에 불이 켜있다.


“이제 오니?”

“엄마.”

채경의 얼굴이 굳어진다.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별장에 좀 가있었다.”

“별장요?”

주현이 뒤를 이어 와인을 들고 나타난다.


“아빠.”

“같이 있었다.”

“아.”

“채경아, 옷 갈아입고 내려오지 않으련? 우리 이야기 좀 하자꾸나.”

“네.”

채경이 고개를 갸웃하며 위로 올라갔다.




“무슨 일이시지?”

엄마가 조금은 편안해 보였다.


“흠.”

채경은 옷을 갈아 입고 아래로 내려갔다.


“무슨 일이세요?”

“엄마가, 허락 하기로 했다.”

“!”

“물론, 그 친구가 네 엄마를 용서해 준다면 말이다.”

“어, 엄마?”

“아빠 말이 맞아.”

정수가 쓸쓸히 웃는다.


“내가 졌지.”

“네?”

“이 아빠가 네 엄마를 설득했단다.”

“진짜?”


주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 고마워.”

“그 사람 한 번 데려오거라.”

“!”

“사과도 해야 하는 거니까.”

정수가 낮게 웃는다.


“내가 너무 심하긴 했지.”

“그래, 당신이 조금 심했어.”

“그 사람이 나를 용서해줄 지 모르겠지만, 사과는 하고 싶구나.”

“네.”

진희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그 사람 동생도 데려오거라.”

“여보.”

“엄마.”

정수가 진희의 손을 잡는다.


“내가 그 아이에게 잘못했잖아.”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까 사과 해야지.”


“엄마 고마워요.”

“고맙긴.”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아직 어떻게 될지 몰라.”

“아니.”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엄마 이미 허락 다 했으면서.”

“후후.”

“이럴 거 왜 그렇게 반대 했어요?”

“너 그런데 후회하면 진짜 안 된다.”

“절대로 후회 안 해.”

“진짜?”

“응.”

“그래 그럼 다행이고.”

정수가 채경의 손을 잡는다.


“엄마는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 사람만 있으면 나는 언제나 행복해.”

“그건 모르는 거야.”

“아니, 알아.”

채경이 미소를 지으며 뒤에서 정수를 안는다.


“그 사람을 만나고 머리에서 종이 울리더라고.”

“킥.”

“이거 부러워서.”

“아빠.”

주현도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앉는다.

“이 아빠가 일등공신인데 외면하는 거냐?”

“무슨.”

채경이 싱긋 웃는다.


“그나저나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뭐가?”

“계속 혼자 살 거냐?”

“당연한 거 아니야?”

“이제 집으로 돌아오지 그러니?”

“엄마.”

“부탁이다.”

“하아.”

채경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리 엄마 왜 자꾸 이러실까?”

“네가 있었으면 해.”

“왜요?”

“집이 너무 썰렁하다.”

“아빠랑 잘 지내시잖아요.”

“그래도.”

“그 얘기는 하지 말아요.”

“채경아.”

채경이 방을 나가버린다.


“하아.”


“여보, 애는 왜 다시 부르려고?”

“회사 어려운 거 당신도 알잖아요?”

주현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그나마 그 오피스텔이라도 빼면 현금이 한 2억은 손에 들어오니까, 그 정도는 쥐고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다 어떻게 되겠지.”

“하아.”


정수는 고개를 숙인다.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인 지 궁금해요.”

“여보.”

“난 왜 이렇게 무능력한 걸까요?”

“당신은 무능력하지 않아.”

“하지만,”

“모두 잘 될 거야.”

주현이 정수를 안아준다.


“일단 오늘은 푹 자지.”

“네.”

정수가 침대에 눕는 것을 본 후, 주현은 밖으로 나온다.




“같이 마실까?”

“아빠.”

채경의 와인 병을 내려 놓는다.


“엄마는?”

“주무신다.”

“아빠 와인 안 좋아하시잖아요?”

“이제부터 좋아하기로 했다.”

“킥 잠시만요.”

채경이 잔을 내온다.


“우리 아빠, 소주 아니면 술 취급도 안 하시더니?”

“이제 바뀌었다니까.”

“오늘만이겠죠?”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아는 구나.”

“그럼요. 누구 딸인데?”

“껄껄.”

주현이 기분좋게 웃으며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역시나 너무 달아.”

“그 맛에 먹는 걸요?”

“내 입에는 안 맞아.”

“네.”


채경이 싱긋 웃는다.


“그런데 무슨 하실 말씀 있으세요?”

“응?”

“아빠 표정 보니까 딱 알겠는 걸요?”

“그러냐?”

“네.”

주현이 와인 잔을 내려 놓는다.


“그래 그러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그러세요.”

“네 엄마 회사가 어렵다.”

“네?”

채경의 표정이 굳는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말 그대로다.”

“왜요?”

“최근 주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

“너와 사이가 다소 좋지 않아서 그동안 말은 꺼내지 못했지만, 그동안 상황이 더 심각해진 모양이야.”

“설마.”

“그래서 다만 얼마만이라도 네 엄마는 손에 쥐고 있으려는 모양이다.”

“!”

채경이 입을 가린다.


“정말이에요?”

주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네 엄마는 그 사람과 더 반대했는 지도 모르겠다.”

“하아.”

“그러니 채경아, 부탁이다.”

채경이 주현을 바라본다.


“그 오피스텔이라도 팔자꾸나.”

“물론이죠.”

채경의 눈이 붉어져 있다.


“엄마는 도대체 왜 그런데요?”

“응?”

“왜 나를 나쁜 딸을 만들어요?”

채경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진작 말하면 얼마나 좋아.”

“네 엄마 자존심이 보통 자존심이니?”

“하아.”

채경이 눈물을 닦는다.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그래, 나도 네 엄마 그 부분은 마음에 안 든단다.”

“어떻게 나에게까지 숨겨?”

“그러게나 말이다.”

“하아.”

채경이 와인을 들이킨다.


“내일 당장 팔게요.”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어.”

“어차피 집 묵혀둬봤자 돈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채경이 애써 미소를 짓는다.


“엄마에게도 안심하라고 말씀하세요.”

“그렇게 전하마.”

“그럼 저는 오늘 집으로 돌아갈게요.”

주현이 시계를 본다.


“너무 늦었는데 자고 가지 그러니?”

채경이 고개를 젓는다.


“어차피 조만간 이 집에 들어올 건데, 며칠이라도 그 집에서 편히 지내고 싶어요. 이제 곧 떠나야 할 텐데.”

“그럴래?”

채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 되게 힘드셨겠다.”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그 상황에 나까지 신경을 쓰시다니.”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대단해요?”

“그러게 말이다. 후후.”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더 늦기 전에 가거라.”

“네.”

채경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아빠 주말에 다시 올게요.”

“그러렴.”

“아빠 갈게.”

“그래.”

채경이 집을 나선다.




“오빠.”

“응?”

진희가 고개를 갸웃한다.


“좋은 일 있어?”

“아니.”

진호가 손사래를 친다.


“오늘 좋은 일 있을 게 뭐 있어?”

“그런데 왜 아까 나갔다 오고 나서 계속 싱글벙글이야?”

진희가 진호를 노려본다.


“내, 내가 뭘?”

“수상해.”

“뭐가?”

하지만 이미 진호의 눈은 불안하게 떨린다.


“솔직하게 말해서 광명 찾읍시다.”

“몰라.”

“에?”

진희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정말?”

“그럼.”

“이래도?”

그러더니 진희가 진호를 간질이기 시작한다.


“푸하하!”

“이래도 말 안 해?”

“말 할게, 말 해.”

“진짜?”

“응.”

그제아 진희가 손을 멈춘다.


“뭔데?”

“그 사람이, 미안하대.”

“그래서?”

“다시, 사귀기로 했어.”

진희가 미소를 짓는다.


“다행이다.”

“그래?”

“응.”

“고마워.”

“고맙긴.”

진호가 진희의 어깨를 감싼다.


“다 네가 이해해줘서 그래.”


“이해는 무슨.”

“네가 내 동생이다.”

“킥.”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다 말해. 다 사준다.”

“진짜?”

진희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다 말해.”

“랍스타.”

“어?”

“바다 가재.”


진호의 표정이 굳는다. 그러더니 바닥을 만진다.


“바닥이 안 따뜻하네. 보일러가 내려갔나?”

“오빠!”

“뭐라고?”

“어?”

“왜?”


“어, 오빠 그러기야?”

“내가 뭘?”

“오빠!”

진호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도망간다.


“거기 서!”

“내가 왜?”

진희가 뒤를 쫓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