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두 번째 이야기
내 여자는 나를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해 줬으면 좋겠다.
“어머, 진짜?”
“우와!”
승연과 혜지가 박수를 친다.
“우리 주연이 인생 드디어 피는 구나!”
“뭘?”
주연의 얼굴이 붉어진다.
“솔직히 그동안 우리 걱정 많이 했다.”
“어?”
승연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너 평생 노처녀로 썩을까봐.”
“죽을래?”
“농담이야.”
혜지가 싱긋 웃으며 둘 사이에 끼어든다.
“그나저나 보여줄 거지?”
“어?”
“왜? 안 보여줄 거야?”
승연이 볼을 부풀린다.
“나도 병환 오빠 보여줬고, 승연이도 지원이 보여줬잖아.”
“그, 그래도. 우리 사귄 지 하루 밖에 안 됐다고.”
“그럴수록 더 소개를 시켜줘야지.”
“그렇게 쐐기를 박는 거야.”
승연과 혜지의 이상한 논리에 주연은 자기도 모르게 설득당하고 만다.
“아, 알았어. 물어나 볼게.”
조심스럽게 전화기를 꺼내서 선재에게 전화를 거는 주연이다.
“뭐야, 정말로 고백한 거야?”
“그럼.”
“미치겠다.”
준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아니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여자를 고르냐?”
“그런 여자라니?”
선재가 인상을 찌푸린다.
“야 솔직히 말해서, 몸매 착해. 얼굴 착해. 성격까지 착한 애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그렇게 몸매 나빠, 얼굴 그래, 그런 애를 고르냐?”
“너 좀 말이 심한 거 아니냐? 그리고 어떻게 여자를 그렇게 보이는 걸로만 판단을 하냐?”
“그래, 성인군자 났다. 성인군자 났어.”
“네가 아무리 뭐라 그래도 내 눈에는 제일 예쁜 여자야.”
“그래 널 누가 말리겠냐?”
준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젓더니, 얌전히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전화 왔어요’
발신인이 주연이라는 것을 보니 선재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주 중증이구나.”
준오가 혀까지 찬다.
“여보세요?”
“저기 선재 씨.”
승연과 혜지가 전화기에 귀를 가져다댄다.
“오늘 저녁이나 내일 점심에 시간 있어요?”
“무슨 일 있어요?”
“그게 제 친구들이 선재 씨 꼭 보고 싶대요.”
주연이 조심스럽게 말을 전한다.
“괜찮으면, 같이 식사라도 할래요?”
“정말이죠?”
“네?”
선재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정말 저를 주연 씨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시는 거죠?”
“네.”
“그런 일이라면 무조건 좋아요.”
“정말요?”
주연의 안도하는 한숨이 전화기를 타고 흐르자 선재는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거절할 거 같았어요?”
“솔직히요.”
“왜요?”
“우리 사귄 지 오늘이 두 번째 날이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친구를 소개해준다고 하면 당황스럽잖아요.”
“치, 그런 거 없으니까. 언제든지 부탁해도 좋아요.”
“알았어요.”
“오늘 저녁 어때요?”
“오늘 저녁이요?”
주연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이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오후 7시에 정문에서 봐요.”
“그래요.”
“조금 있다 봐요.”
“네.”
주연이 조심스럽게 손전화를 닫고, 한숨을 쉰다.
“왜 한숨을 쉬고 그러냐?”
“조금 무리한 부탁이었잖아.”
“무리하기는.”
“남자친구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그, 그런가?”
다시 두 사람에게 설득 당하는 주연이다.
“이번에는 왜 또 그렇게 실실 쪼개고 있냐?”
“나 그 사람 친구들 만나기로 했어.”
“뭐?”
“왜?”
“좀 오버 아니냐? 너 그 사람 만난지 겨우 이틀 됐어. 이틀. 그런데 그 사람 친구들까지 만나러 다닌다고? 너 그 사람 사귀는 거 여기저기 막 광고하고 다니고 싶냐? 아서라. 아서. 너 좀 오버야.”
“왜 오버야. 그 사람 친구들이 나를 보고 싶다는데, 솔직히 그냥 튕기는 것도 좀 오버 아니냐. 그리고 만나는 게 뭐가 어때서?”
“모르겠다.”
준오가 고개를 젓는다.
“너랑 나는 워낙 다르니까 말이다.”
“그래 그 다른 걸 이제 알았냐?”
“그래 이제 알았다.”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너도 그 사람 차근차근 알아가면 참 좋다는 걸 알게 될 거야.”
“후배나 친구라면 몰라도, 친구 애인이라면, 좀 아니라고 본다. 너도 곧 깨달게 될 거야.”
“네가 틀렸어.”
사람 좋은 선재는 준오의 투덜거림에도 기분 좋게 미소를 짓고 만다.
“그나저나 저녁에는 뭘 입고 가나?”
“어디 갈 건데?”
“몰라.”
“그렇게 좋냐?”
“어.”
선재가 히죽거리며 웃자 준오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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