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네 번째 이야기
나만을 위한 심야 라디오 디제이가 생겼다.
“하아.”
무언가 잘못한 것일까? 선재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 만남이었는데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이끌어야 했었던 것일까? 돈 문제는 아니었다. 그냥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후우.”
선재가 허리에 타월만 두른 채 냉장고에서 댓츠 와이를 꺼내 가볍게 딴다.
‘치익’
“캬아”
선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몸을 반쯤 뉘였다.
“지금쯤 들어갔으려나?”
그리고 조심스럽게 번호를 누른다.
“전화왔어요.”
주연이 조심스럽게 발신자를 확인한다. 선재라는 것을 보고 주연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여보세요?”
“들어갔어요?”
부드러운 울림이 있는 목소리, 마치 별이 빛나는 밤에의 디제이 같다.
“네.”
“이제부터 뭘 할 거예요?”
“저 리포트 써야 해요.”
“무슨 리포트인데요?”
“한국 신화에 관한 리포트에요.”
“내가 도와줄게요. 나 그 수업 들었었거든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정말 고마운데, 어쩔 수 없어요. 자필로 써오라고 했거든요.”
“정말요? 분량은 얼마나 되는데요?”
주연이 한숨을 쉰다.
“열 페이지요.”
“열 페이지요? 그걸 언제 다 써요? 팔이 얼마나 아픈데요.”
“팔이 아픈 건 둘째 치는 데요. 밤을 새야 할 거 같아요. 완전 심심할 거 같은데.”
“흠.”
“왜요?”
“주연 씨 지금 핸즈프리 좀 찾을래요?”
“핸즈프리요?”
선재의 말에 주연은 영문을 모르고 핸즈프리를 찾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쓰지 않던 것이라, 한참을 뒤져서 겨우 서랍 맨 아래서 찾아 낸다.
“여보세요?”
선재는 빙긋이 웃는다.
“지금 핸즈프리 꽂았어요?”
“네.”
선재가 작게 심호흡합니다.
“안녕하세요? 권선재의 한 밤의 음악 공간입니다. 오늘 첫 시간 함께 해주시는 청취자분께 정말 고맙습니다.”
“?”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저기, 선재.”
“그럼 첫 곡입니다. God가 부릅니다. 다시.”
멜로디가 흘러 나온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 선재다.
“사랑한단 말을, 드디어 하려고.”
주연이 조심스럽게 눈을 감는다. 중간중간 음이 틀리기도 하고, 박자를 놓치기도 하지만, 주연의 귀에는 선재만한 가수가 없다.
“첫 번째 곡 god의 다시 였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곡 들려드리겠습니다. 우수의 노래입니다. 남자라 행복합니다.”
다시 감미로운 멜로디가 흐르고, 선재의 열창이 이어진다. 주연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 거린다.
“후우.”
벌써 여덟 곡을 소화했다. 평상시 노래를 잘못하는 선재이기에 더욱더 힘이 들고 부끄럽다.
“그렇다면 오늘의 마지막 곡입니다. 이 곡은 사연이 있군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
주연이 고개를 갸웃하고 귀를 기울인다.
“서울 특별시 안암동에 사시는
주연의 눈이 촉촉해진다.
“잘 들었어요?”
“네.”
선재는 미소를 짓는다.
“나 내일 1교시 수업이라서 이제 자야 해요.”
“그래요?”
주연의 아쉬워하는 목소리에 선재는 미안하다.
“함께 밤을 지새워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니요. 라디오 너무 고마웠어요.”
“앞으로 주연 씨가 밤 새야 할 일 있으면 늘 이렇게 들려줄게요. 주연 씨만을 위해서요.”
“고마워요.”
선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사랑해요. 주연 씨.”
“!”
주연의 눈이 동그래지고, 입에는 미소가 걸린다.
“나도요.”
“나 잘게요.”
“네,”
선재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주연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자, 잠깐만요.”
“네?”
선재의 졸린 목소리가 다시 수화기를 타고 흐른다.
“무슨 일이에요?”
“내일 몇 시에 일어날 거예요?”
“내일요?”
선재가 시계를 보는지 잠시 조용하다.
“아마 한
“알았어요.”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왜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잘 자요.”
“알았어요. 주연 씨 레포트 열심히 쓰세요.”
“네.”
주연이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후우.”
선재가 조심스럽게 전화를 닫는다.
“기분이 좋았으려나?”
굉장히 쑥스러웠지만 주연이 좋아해준다면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다행이도 주연이 참 좋아해준 것 같다.
“킥.”
앞으로도 자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선재다.
20살, 여자
통통한 외모의 소유자로 덜렁대는 성격을 가지고 있음
좋아하는 음식 : 각종 분식류, 온갖 음식들
싫어하는 음식 :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음
잘하는 것 : 노래 무용 춤
못하는 것 : 공부 공부, 공부.
이상형 :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을 가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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