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다섯 번째 이야기
내 여자의 모닝콜은 하루를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하암.”
주연이 힘겹게 기지개를 켠다. 시계가
“휴우.”
오른쪽 어깨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선재가 전 날 들려준 사랑스러운 심야 방송 덕에 마음 만은 더 없이 편안하고 훈훈하다.
“라라라, 라라라.”
주연이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부엌으로 향해서 커다란 머그잔에 테이스터스 초이스 세 개를 붓는다. 그리고 무선 주전자로 끓인 물을 두 티스푼 정도 넣고 진하게 탄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서, 우유를 한 가득 붓는다.
“음 맛있어.”
주연이 늘 즐겨 마시는 주연 표 라떼다. 뜨겁지도 않고 부드러운 게 주연의 입맛에 딱이다. 게다가 가격 역시 매우 저렴하다.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되었나?”
주연이 시계를 본다. 이제 곧
“흠흠.”
주연이 목을 가다듬는다.
“헤헤.”
그리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전화기의 버튼을 누른다.
‘전화왔어요!’
“우음.”
아침부터 누구일지 궁금해하면서 선재가 손을 더듬는다. 한참을 더듬고 나서야 전화기가 선재의 손에 잡힌다.
“음.”
가볍게 목을 푸는 선재다.
“여보세요?”
“잘 잤어요?”
“!”
선재가 황급히 자리에 앉는다.
“주, 주연 씨.”
하지만 가라앉은 목소리는 어쩔 수 없다.
“이쯤 일어난다고 해서 모닝콜 해주고 싶었어요.”
“네?”
선재가 시계를 본다. 정확히 일곱 시다.
“우와.”
“감동 먹었죠?”
“네.”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이것 때문에 묻는 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다행이에요. 꿈에도 몰라야 하거든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기분 좋죠?”
“네 레모나를 먹은 거처럼 상쾌해요.”
선재의 칭찬에 주연은 기분이 좋아진다.
“씻고 다시 전화해요.”
“네.”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꺼진 전화기를 바라본다.
“이래서 연애라는 것을 하는 건가?”
“웃기지 마. 너 그거 지금 처음이라서 그러는 거지, 금방 식는다.”
역시나 준오의 반응은 냉담하다.
“너는 어떻게 된 애가 매사에 그렇게 부정적이냐?”
“내가 부정적이라고?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봐. 네가 이성적인가? 내가 이성적인가? 우리 과가 그냥 과냐? 국어국문학과야, 국어국문학과. 천사들이 아주 지천이라고 지천.”
“나한테는 주연 씨가 천사야.”
“그러니까 네가 미친 놈인 거야. 어디 꼬여낼 여자가 없어서. 으휴.”
준오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젓는다.
“한 밤 중에 전화는 붙들고 왜 지랄을 한 건데?”
“멋있잖아?”
선재의 미소에 준오는 얼이 빠진 표정을 짓는다.
“미쳤어.”
“너도 사랑에 빠져봐라. 안 미치게 되나.”
“절대로 나는 그런 사랑 안 한다. 나를 외치고 원하는 걸들이 세상에 널렸는데 왜 그런, 흠 사람을 잡냐?”
살짝 선재의 눈치를 보며 투덜거리는 준오다.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
선재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그냥 넘긴다.
“미친 놈.”
준오가 한 번 더 중얼거린다.
“어머 정말?”
“응.”
승연의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완전 낭만적이다.”
“그러게.”
혜지가 두 손을 꼭 잡는다.
“요즘에 도대체 그런 남자가 어디 있냐?”
“주연이 너 완전 대박이다. 대박. 완전 대박이야. 그런 남자 잡기 어디 흔하니? 너 완전 부럽다.”
“치.”
주연도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그래서 네가 모닝콜해줬다고?”
“응, 완전 좋아하던데?”
“킥.”
순간 승연과 혜지의 머리 속에도 똑 같은 생각이 스친다.
“그나저나 너희 리포트 다 썼냐?”
“리포트?”
갑자기 승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무슨 리포트?”
“내가 말한 거 뭐로 들은 거야? 리포트 쓰느라고 밤 샜다니까.”
“맞다. 너 지금 무슨 리포트 말하는 거야?”
혜지도 고개를 갸웃한다.
“한국 신화에 대한 리포트 말이야.”
“저 주연아?”
승연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네가 어제 교수님 말씀을 띄엄띄엄 들었구나.”
“그렇네.”
“무슨 뜻이야?”
주연의 얼굴에 걱정이 스친다.
“내가 듣기로는 말이야. 분명히 교수님께서 작년에는 리포트로 점수를 주셨는데, 학생들의 불만이 꽤나 많아서 말이야. 올해는 리포트가 아닌 시험으로 대체한다고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어.”
“나도 그렇게 들었어.”
‘툭’
주연의 손에서 리포트 뭉치가 떨어진다.
“킥.”
승연이 미소를 지으며 시계를 본다.
“이쯤 깨우면 되겠지?”
승연이 버튼을 누른다.
‘전화왔다.’
“흐음.”
지원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전화를 찾느다.
“누꼬?”
“오빠.”
그러나 지원의 인상은 풀리지 않는다.
“네 미�나? 지금이 몇신데, 전화질이고? 전화질이?”
“어?”
지원이 싱경질을 내며 전화를 끊어버린다.
“잠 좀 오랜만에 편히 자려고 했드만, 하여간.”
“뭐, 뭐야?”
승연이 울상을 짓는다.
“나는 왜 안 통하는 거야?”
“헤헤.”
한 편 혜지도 아침에 곱게 단장을 하고 전화 앞에 앉았다.
“흠흠.”
목도 가볍게 풀고 전화기의 버튼을 누리는 혜지다.
“응?”
병환이 거울에 비춘 자신을 다시 확인하더니 전화 받는다.
“여보세요?”
“!”
너무 멀쩡한 목소리다. 설마 벌써 일어나 있던 건가?
“지금 뭐해?”
“회사 갈 준비 하지.”
“지금 겨우 일곱 시인데?”
“늦었어.”
혜지가 울상을 짓는다.
“왜 무슨 일 있어?”
“아, 아니.”
“그럼 나 출근해야 하니까 끊을게.”
“으, 응.”
전화가 끊어지고, 혜지는 전화를 던진다.
“그래 내 주제에 무슨 낭만이냐?”
주연이 격하게 부러워지는 혜지다.
19살, 여자
똑부러지는 도도한 스타일, 학창시절부터 퀸카로 날렸음. 빠른 년생
좋아하는 음식 : 치즈케이크 선데아이스크림 미니크로와상
싫어하는 음식 : 곤약 저칼로리아이스크림 칼로리 발란스
좋아하는 것 : 맛있는 거 먹기, 음악 듣기, 소설 읽기
싫어하는 것 : 개, 술 먹은 인간, 맛 없는 음식
잘하는 것 : 요리 먹기 잠자기
못하는 것 :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이상형 : 자기를 휘두르려고 하거나, 떠받치려고 하는 남자만 아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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