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첫 번째 이야기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는 사람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다.
“하아, 이 화창한 봄날, 이게 무슨 청승이냐?”
주연이 테이블에 엎드려서 투덜거린다.
“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승연은 옆에서 치즈 케이크를 여덟 조각 째 비우는 중이다.
“애인이 있어야지. 혜지랑 네가 완전 부럽다.”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뭐가 부럽냐?”
승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처음에는 멋있어서 꼬셨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대화가 안 통한다.”
“죽을래?”
승연은 다섯 살 연상의 남자에게 대쉬 성공, 현재 사귀는 중이다.
“그나저나 오늘 우리 점심 뭐 먹을까?”
“저기.”
혜지가 조심스럽게 손을 든다.
“오늘 우리 병환 오빠가.”
“그래, 가라 가!”
혜지가 싱긋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기,”
이번에는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나도 오늘 그 사람이 같이 점심 먹자네.”
“너네 정말 이러기냐!”
“미안.”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가라! 가! 나는 누구 같이 밥 먹을 사람 없냐?”
“정말?”
“그래.”
혜지와 승연이 서로의 눈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우리 갈게!”
“나중에 보자!”
그리고 사라진다.
“나쁜 년들. 진짜 가냐?”
주연이 열심히 휴대전화를 뒤져보지만 같이 밥 먹을 사람이 나올 턱이 없다.
“하아.”
주연은 자신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인 먹기로 스트레스를 달랜다.
“쟤, 귀엽지 않냐?”
“누구?”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쟤.”
선재가 고개짓으로 주연을 가리킨다.
“저 통통한 애?”
“응.”
선재는 정말 한 눈에 반한 표정을 짓는다.
“너 단순한 호기심으로 저런 여자 사귀면 나중에 후회한다.”
“어?”
“야, 세상에 쭉쭉빵빵 삼삼하고 착한 몸매인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런 애를 고르냐?”
“쟤가 뭐 어때서?”
준오가 한숨을 쉰다.
“일단 몸매가 착하지 않잖아. 게다가 얼굴도 그저 그래.”
“내가 보기에는 귀엽기만 한 걸?”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내가 꼭 고백한다.”
“너 농담이지?”
준오가 걱정어린 표정으로 선재를 바라본다.
“하아.”
자신이 먹은 것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주연이다.
“미쳤어,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오늘 저녁은 반드시 굶어야겠다고 다짐을 하는 주연이다.
“저기.”
“네?”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남자가 서있다.
“무슨 일이세요?”
“저기 시간 있어?”
“네?”
주연이 인상을 찌푸린다.
‘뭐야? 보나마나 딱 뻔하지, 승연이 전화번호 알려달라는 거잖아.’
학창시절부터 타고난 퀸카였던 승연을 친구로 둔 탓에 주연은 항상 승연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사람들에게 실려왔다.
“남자친구 있어요.”
“네?”
선재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스치자, 주연은 고개를 젓는다.
“이제 더 용건이 없으시죠.”
“아, 죄송합니다.”
선재가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귀찮게 했다면 죄송해요.”
“아니에요. 그런데 말이죠. 그런 일은 본인에게 직접 말을 해주는 게 어때요?”
“네?”
선재가 반문한다.
“무슨 말인지?”
“지금 승연이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하려고 오신거잖아요. 그 키 크게 예쁜 제 친구. 아니에요?”
“아, 아닌데요?”
“네?”
“저는 그쪽이 좋습니다.”
“!”
주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지금 장난치시는 거죠?”
“진심입니다.”
선재의 표정이 사뭇진지하자 주연도 긴장을 한다.
“저를 좋아하신다고요? 저를 아세요?”
“한국 문학의 이해 수업 듣지 않으세요?”
“!”
“거기서 보고 반했습니다.”
“지금 정말 진심이에요?”
“네.”
선재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주연의 볼이 붉어진다.
“도, 도대체 왜 저 같은 애를?”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요?”
“!”
주연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지금 그 말 진심이세요?”
“진심이라고 몇 번을 말해요. 저와 사귀어 주실래요?”
“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는 권선재라고 합니다.”
“저는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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