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 [첫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4. 27. 23:53

 

 

 

우리, 사랑해!

 

 

첫 번째 이야기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는 사람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다.

 

 

 

 하아, 이 화창한 봄날, 이게 무슨 청승이냐?

 

 주연이 테이블에 엎드려서 투덜거린다.

 

 ?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승연은 옆에서 치즈 케이크를 여덟 조각 째 비우는 중이다.

 

 애인이 있어야지. 혜지랑 네가 완전 부럽다.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뭐가 부럽냐?

 

 승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처음에는 멋있어서 꼬셨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대화가 안 통한다.

 

 죽을래?

 

 승연은 다섯 살 연상의 남자에게 대쉬 성공, 현재 사귀는 중이다.

 

 그나저나 오늘 우리 점심 뭐 먹을까?

 

 저기.

 

 혜지가 조심스럽게 손을 든다.

 

 오늘 우리 병환 오빠가.

 

 그래, 가라 가!

 

 혜지가 싱긋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기,

 

 이번에는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나도 오늘 그 사람이 같이 점심 먹자네.

 

너네 정말 이러기냐!

 

 미안.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가라! ! 나는 누구 같이 밥 먹을 사람 없냐?

 

 정말?

 그래.

 

 혜지와 승연이 서로의 눈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우리 갈게!

 

 나중에 보자!

 

 그리고 사라진다.

 

 나쁜 년들. 진짜 가냐?

 

 주연이 열심히 휴대전화를 뒤져보지만 같이 밥 먹을 사람이 나올 턱이 없다.

 

 하아.

 

 주연은 자신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인 먹기로 스트레스를 달랜다.

 

 

 

 , 귀엽지 않냐?

 

 누구?

 

 준오가 고개를 갸웃한다.

 

 .

 선재가 고개짓으로 주연을 가리킨다.

 

 저 통통한 애?

 

 .

 

 선재는 정말 한 눈에 반한 표정을 짓는다.

 

 너 단순한 호기심으로 저런 여자 사귀면 나중에 후회한다.

 

?

 

 , 세상에 쭉쭉빵빵 삼삼하고 착한 몸매인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런 애를 고르냐?

 

 쟤가 뭐 어때서?

 

 준오가 한숨을 쉰다.

 

 일단 몸매가 착하지 않잖아. 게다가 얼굴도 그저 그래.

 

 내가 보기에는 귀엽기만 한 걸?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내가 꼭 고백한다.

 

 너 농담이지?

 

 준오가 걱정어린 표정으로 선재를 바라본다.

 

 

 

 하아.

 

 자신이 먹은 것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주연이다.

 

 미쳤어, 원주연.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오늘 저녁은 반드시 굶어야겠다고 다짐을 하는 주연이다.

 

 저기.

 

 ?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남자가 서있다.

 

 무슨 일이세요?

 

 저기 시간 있어?

 ?

 

 주연이 인상을 찌푸린다.

 

 뭐야? 보나마나 딱 뻔하지, 승연이 전화번호 알려달라는 거잖아.

 

 학창시절부터 타고난 퀸카였던 승연을 친구로 둔 탓에 주연은 항상 승연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사람들에게 실려왔다.

 

 남자친구 있어요.

 

 ?

 

 선재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스치자, 주연은 고개를 젓는다.

 

 이제 더 용건이 없으시죠.

 

 , 죄송합니다.

 

 선재가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귀찮게 했다면 죄송해요.

 

 아니에요. 그런데 말이죠. 그런 일은 본인에게 직접 말을 해주는 게 어때요?

 

 ?

 

 선재가 반문한다.

 

 무슨 말인지?

 지금 승연이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하려고 오신거잖아요. 그 키 크게 예쁜 제 친구. 아니에요?

 

 , 아닌데요?

 ?

 저는 그쪽이 좋습니다.

 

 !

 

 주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지금 장난치시는 거죠?

 

 진심입니다.

 

 선재의 표정이 사뭇진지하자 주연도 긴장을 한다.

 

 저를 좋아하신다고요? 저를 아세요?

 한국 문학의 이해 수업 듣지 않으세요?

 !

 거기서 보고 반했습니다.

 

 지금 정말 진심이에요?

 

 .

 

 선재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주연의 볼이 붉어진다.

 

 , 도대체 왜 저 같은 애를?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요?

 

 !

 

 주연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지금 그 말 진심이세요?

 

 진심이라고 몇 번을 말해요. 저와 사귀어 주실래요?

 

 !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는 권선재라고 합니다.

 

 저는 원주연이라고 해요.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