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아홉 번째 이야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대의 이름은 남친
“짜잔.”
“우와 예쁘다.”
“정말 멋지다.”
혜지와 주연의 눈이 반짝 거린다. 어느덧 200일 기념일을 맞게 된 승연과 지원이었다.
“오빠도 이걸 보면 좀 감동 먹지 않을까?”
“당연히 감동 먹겠지.”
“그거 받고 감동 안 먹으면, 사람이 아니다.”
혜지가 싱긋 웃는다.
“너 그런 선물을 어떻게 생각했어?”
“내가 누구냐?”
승연이 밝게 웃는다. 승연이 선물한 선물은 자신과 지원의 그 동안의 연애를 하면서 찍은 모든 사진을 담아 놓은 앨범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냥 앨범이 아닌, 책 형식으로 만든 사진집이다. 사진 하나하나에는 모두 승연이 직접 댓글까지 적어 놓았다.
“그리고 이거.”
“이건 또 뭐야?”
“너 요즘 바쁘다면서 이런 거 준비했구나?”
혜지가 작게 흘기자 승연이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어머.”
주연이 입을 가리고 놀란다.
“이게 뭐야?”
“예쁘지.”
“어.”
승연이 꺼낸 상자 속에는 닥종이로 만든 예쁜 인형 한 가족이 들어 있었다.
“혹시나 아직 그런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데 말이야. 오빠랑 나랑 결혼하면 이렇지 않을까 하고.”
“킥.”
승연의 얼굴이 붉어진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도도한 걸로 유명하던 우리 승연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그러게, 누가 아니라니?”
세 여자가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오빠랑은 만날 약속은 잡아 둔 거야?”
“알고 있겠지. 솔직히 오늘 같은 날 내가 먼저 약속 잡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당연히 오빠가 근사한 곳에 이벤트를 준비해두고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나는 그냥 조금 있다가 오빠가 부르면 이 선물 들고 가서 놀란 척만 해주면 되는 거야. 어때? 딱 훌륭한 계획 아니냐? 완벽해.”
“글쎄다.”
혜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네 오빠를 얼마나 알고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동안 내가 본 지원 씨로 봤을 때는 그렇게 엄청난 이벤트를 가지고 있을 지는 의문이다.”
“왜?”
승연이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다.
“분명히 오빠는 그렇게 낭만적인 것을 계획해 두었을 거야.”
“그래 네 마음대로 생각해라.”
“하아.”
저녁 일곱 시가 다 되어가는데 지원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다. 승연은 조금씩 초조해진다. 지원의 전화를 기다리면서 먹은 오리지널 글레이즈드가 벌써 스무 개를 넘고 있다. 아메리카노도 다섯 잔 째이다.
“내가 먼저 전화 할까?”
벌써 몇 번이나 한 고민인 지 모른다. 하지만 여자체면이라는 것도 있는데 그렇게 데이트 신청하기가 쉬운 노릇이 아니다. 게다가 오늘은 그냥 평범한 날도 아닌 무려 200일 기념일이 아닌가.
“하아.”
도대체 이 무심한 남자를 어찌해야 할까?
“우리 오늘 술이나 한잔 빠라 뿌까?”
“술?”
범규가 고개를 갸웃한다.
“왜?”
“와? 니캉 내캉 무신 이유가 있어야만 술 묵는 사이가? 오늘 같은 날에는 아무 것도 안 무꼬 그냥 무주면 안 되는 기가?”
“알았어.”
사람 좋은 범규가 미소를 짓는다.
“그래 가자!”
지원과 범규가 어깨 동무를 한다.
‘전화 왔어요.’
“여보세요?”
“나예요.”
“어머, 선재 씨.”
커다란 양푼에 각종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비비던 주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무, 무슨 일이에요?”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야지만 전화하는 사이가 된 거예요? 나는 그냥 주연 씨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 한 건데.”
“그래도 되지요.”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정말 아무 일 없이 전화한 거예요?”
“아니요.”
“그럼 무슨 일인데요?”
주연이 입가에 붙은 밥풀을 떼어 먹으며 묻는다.
“내일 시간 괜찮아요.”
“내일 월요일이라 학교 가야 하잖아요.”
“내일이 무슨 날인지 잊었어요?”
“내일요?”
주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달력을 본다.
“어머 어린이 날이네요.”
“어린이가 아니라서 잊고 지낸 건가요?”
“헤헤.”
주연은 머리를 긁적인다.
“내일 아무런 계획도 없는 데요.”.
“그럼 우리 소풍 갈래요?”
“소풍이요?”
주연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저는 뭘 준비하면 되요?”
“주연 씨는 몸만 오시면 되요. 제가 다 준비할게요.”
“그래도 도시락이라도.”
“제가 도시락까지 다 준비할게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알았어요. 그럼 내일 어디로 가면 되요?”
“하아.”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거는 승연이다.
“와?”
몇 번의 신호음이 흐르고 전화를 받은 지원의 첫 마디가 왜 전화했느냐이다.
“오빠 지금 뭐해?”
“뭐하면 우얄라꼬?”
“오빠 오늘이 무슨 날인 지 알아요?”
“오늘이 무슨 날인데?”
“네?”
승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니? 오빠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거예요?”
“내 지금 범규랑 술 먹고 있거든. 난중에 전화하자.”
“오빠!”
전화가 끊겼다.
“하.”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오는 승연이다.
“누구야?”
“승연이.”
“그런데 전화를 왜 그렇게 끊어.”
“아이다.”
지원이 술잔을 노려보고, 범규는 고개를 갸웃한다.
“뭘 그리 보고 있노? 우리 그냥 술이나 묵자.”
“그, 그래.”
“잠깐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주연이 재빨리 남은 밥을 음식물 쓰레기에 털어 넣는다. 냉장고를 여니 다행히 오이가 남아 있다.
“내일 얼굴 부으면 안 되는데.”
방금 비빔밥을 먹는 게 아니었는데 하고 혼자 속으로 삭이는 주연이다.
“내 군대 간데이.”
“뭐?”
범규의 눈이 동그래진다.
“갑자기 왜?”
“갑자기가 아니다.”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사실 군대 간다는 이바구는 얼마 전부터 있었데이. 그냥 혼자서 미룰라고 했재. 그란데 더 미루면 안 될 거 같아서 갈라는 기다.”
“왜 미루면 안 되는데?”
“니는 면제지만 내는 면제가 아이지 않나? 승연이 어떻게든 책임 질라고 하모, 지금이라도 군대 다녀와야 하는 기 아이가?”
“그런가?”
“하모.”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승연이도 나를 결혼 상대로 생각하고 있을 지는 모르겄지만, 내는 그렇데이. 그라니께 지금 퍼뜩 갈라는 기다.”
“아.”
“도대체 뭐야?”
너무나도 분한 승연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어떻게,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천 일이나, 그런 날이면 모를 지도 모르겠다. 꽤나 오래 사귄 거니까. 그런데 겨우 200 일이다. 100일 챙겼으면 200일도 잊지 않아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 승연은 너무나도 답답하고 슬프다.
“하아.”
도대체 지원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 승연이다.
20살. 남자
이 시대의 남자의 표상. 삼삼하고 착한 몸매의 여자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음식 : 서양의 유명한 음식
싫어하는 음식 : 한식
좋아하는 것 : 야구 축구 농구
싫어하는 것 : 나쁜 여자, 강의, 교수
잘하는 것 : 여자 신체 사이즈 맞추기
못하는 것 : 돌려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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