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열 한 번째 이야기
내 생에 가장 특별한 소풍
“미안해요? 내가 좀 늦었죠?”
“아니에요. 하나도 안 늦었어요.”
선재가 싱긋 웃는다.
“미안해요. 조금 더 빨리 오려고 했는데.”
주연도 속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집을 나서는 순간, 구두 굽이 톡하고 부러져 버렸다. 물론 집에 들어갔을 때 살을 빼라는 엄마와 대연의 지적은 덤이었다. 그리고 구두를 갈아 신는 바람에 하얀 색으로 맞춰 입은 옷도, 다시 맞춰 입어야 했다.
“오늘 참 예뻐요.”
“그래요?”
청소재의 원피스에 하얀 모자를 쓰고 가슴 아래를 흰 끈으로 묶어서 포인트를 주었다. 신은 플랫 슈즈다.
“주연 씨 동물 좋아해요?”
“동물이요?”
“네.”
“어릴 적 학교에서 온 것을 빼고는 처음이에요.”
“값도 저렴하고, 연인끼리 오기 꽤 괜찮아요.”
선재가 싱긋 웃는다. 두 사람을 첫 소풍을 하늘에서도 반겨주는 모양인 지 햇살이 따뜻하게 두 사람을 감싼다.
“배고프지 않아요?”
“배요?”
생각해보니 아침을 먹은 지 벌써 여섯 시간이나 지나있었다. 평상시라면 중간에 간식을 여섯 번 먹었겠지만, 오늘은 선재의 앞인 지라, 호박에 빠진 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마시지 못했다.
“조금?”
“그래요? 주연 씨는 김밥 좋아하세요?”
“김밥이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그럼 우리 저기 가게로?”
“아니요.”
선재가 주연의 팔을 잔디로 이끈다.
“도시락 싸왔어요.”
그리고 손에 든 것을 보인다.
“엄마 돼지 잘하고 있을까?”
“그렇겠지? 우리 주연이가 누구를 닮았는데. 다 이 엄마를 닮았으니까, 오늘의 데이트 실수 없이 잘 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이라는 거야.”
대연이 한숨을 쉰다.
“짜잔.”
“우와.”
선재가 도시락의 뚜껑을 열자 주연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거 다 선재 씨가 직접 만든 거예요?”
“제가 요리 좀 해요.”
“정말요?”
“제 말을 못 믿는 거예요?”
주연이 도리질한다.
“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사과도 토끼 모양으로 썰어져 있다.
“너무 예쁘다.”
“호박 끓인 물이에요. 좀 마셔 봐요.”
“고마워요.”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좋았다.
“잘 먹을게요.”
“네, 어서 들어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점심을 보내는 주연과 선재였다.
“저 아이들 좀 봐요.”
“그러게요.”
분수대에서 흥겹게 물장구를 치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주연과 선재의 마음도 편안해진다. 아무런 걱정 없이 저렇게 놀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을까?
“우리도 저렇게 할까요?”
“네?”
주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무슨 말이에요?”
“저 아이들처럼 놀아보자고요.”
그러면서 신발과 양말을 벗는 선재다.
“네?”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 속으로 달려가는 선재다.
“나 참.”
순수함에 선재가 더욱 좋아지는 주연이다.
“우와 다 젖었어요.”
“그러게요.”
두 사람은 입에 바나나 초코칩을 하나씩 물면서 웃는다.
“재밌죠?”
“네.”
“그런데 너무 탔네요.”
주연의 팔이 빨갛다.
“그러게요. 선재 씨는 괜찮은데.”
“저는 자외선 차단제 바르고 왔거든요.”
“아.”
순간 아침에 잊은 것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는 주연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주연 씨에게도 드리는 건데.”
선재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가방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꺼낸다.
“헤헤, 이미 늦었다고요.”
“미안해요.”
“제가 바보인 걸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그나저나 이제 우리 갈까요?”
“네.”
“맛잇네.”
가인이 김밥 꼬투리와 함께 호박 닳인 물을 먹는다.
“아, 맞다. 이걸 우리 Dr. Jason 에게. 어머!”
가인이 입을 가린다.
“하여간 우리 Son이 이상한 소리를 해서.”
그러면서 음식들을 싸는 가인이다.
“훗.”
이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흐흐흐..”
“오늘 참 재밌었어요.”
“저도요.”
“이렇게 논 거 어릴 적 이후로 처음이에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즐겁게 놀아서 너무 좋았어요.”
“고마워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선재 씨가 뭐가 고마워요? 제가 고맙지.”
“제 음식 아무 탈 없이 먹어줬잖아요.”
“그 맛있는 음식 투정 거리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에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다음에 우리 또 놀러 가요.”
“알았어요.”
두 사람이 손을 꼭 잡는다. 텅 빈 도시락 통이 사랑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주연 母.
44살. 여자
이른 나이에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했다. 행복을 원하며 결혼을 했고, 실제로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남편과의 사이에 주연과 대연, 그리고 정연. 일녀 이남을 두었다. 가정 주부라는 사실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 :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
싫어하는 음식 : 라면, 햄버거
좋아하는 것 : 주연 정연 대연 가족에 관한 것
싫어하는 것 : 주연의 성적표
잘하는 것 : 요리
못하는 것 : 운동,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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