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 [열두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5. 7. 23:50

 

 

 우리, 사랑해!

 

 

열 두 번째 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

 

 

 

 하아.

 

 집으로 가서 칠레 산 와인 한 병을 다 비우고 나서야 마음이 가라 앉는 승연이다. 물론 그동안 지원에게 전화나 문자가 한 통도 오지 않았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 왜 큰 소리야?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 서럽고, 슬픈 승연이다.

 

 하아.

 

 게다가 이 고민을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다.

 

 

 

 오늘 피곤하지 않아요?

 

 별로요.

 

 전철 역에서 주연이 자연스럽게 선재에게 머리를 기댄다.

 

 좋다.

 

 .

 

 선재의 낮고도 부드러운 목소리. 주연은 미소가 지어진다.

 

 피곤할 텐데, 잠 좀 자요.

 괜찮아요.

 

 주연이 애써 하품을 참으며 대답한다.

 

 

 

 .

 

 어느 순간부터 주연의 대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졸고 있는 줄은 몰랐다. 선재는 미소가 지어진다.

 

 많이 피곤했나보네.

 오전 11에 만나서 저녁 6 까지 걸었으니 지칠 만도 하다. 주연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미소가 지어지는 선재다. 너무나도 예쁘고, 귀엽다. 역시 사람 자는 모습은 참 좋다. 선재가 조심스럽게 주연의 머리를 쓸어준다.

 

 예쁘네.

 

 우음.

 

 순간 주연이 잠꼬대를 한다.

 

 휴우.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거둔다.

 

 잘 자요.

 

 

 

 하암.

 얼마나 잔 걸까? 주연이 조심스럽게 눈을 뜬다.

 

 일어 났어요?

 

 곧 들리는 선재의 부드러운 목소리.

 .

 

 주연의 얼굴이 빨게 진다.

 

 저 오래 잤어요?

 아니요, 아직 내릴 곳 아니에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선재 씨는 안 피곤해요?

 

 주연 씨가 그렇게 곤히 자고 있는데 어깨를 어떻게 빼요?

 

 주연의 얼굴이 붉어진다.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요.

 

 , 미안해요

 

 농담이에요.

 

 선재가 싱긋 웃는다.

 

 주연 씨 얼굴 붉어지니까 더 예뻐요.

 

 !

 

 주연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그나저나 너무 늦어서 어떡해요?

 

 ?

 집에서 걱정하시는 거 아니에요?

 

 어머.

 

 시계를 보니 어느덧 10다.

 

 

 

 얘 너무 늦는 거 아니야?

 

 화영이 불안한 표정으로 거실을 어슬렁 거린다.

 

 엄마, 정신 사나워요.

 

 대연이 투덜거린다.

 

 너는 엄마한테!

 

 돼지 지금 데이트 중일게 분명해요.

 

?

 대연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그러니까 엄마 누나 걱정 그만 하라고요.

 

 대연아.

 

 물론 엄마는 대연이 이토록 갸륵하게 말하는 이유가 케이블 방송에서 다시 보여주는 1 2일 거창 편 때문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걱정 하시겠네.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미안해요.

 

 선재 씨가 미안할 일이 뭐 있어요.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제가 너무 늦게까지 있었던 탓이죠. 사실 아까 선재 씨가 가자고 했는데 제가 더 놀자고 한 거였잖아요.

 

그래도 데리고 갔어야 했는데.

 

 선재가 눈웃음을 짓는다.

 

 부모님께 혼나면 어떡해요?

 

 괜찮아요. 저는.

 

 주연이 손전화를 만지작 거린다.

 

 저는 예쁘지 않으니까요.

 

 ?

 

 선재의 눈이 동그래진다.

 

 요즘 납치되는 거 솔직히 저랑은 먼 이야기잖아요. 저는 예쁘지도 않고, 뚱뚱하고 그런데 뭐가 위험하겠어요.

 

 주연이 슬픈 미소를 짓는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선재가 다소 엄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전에도 말한 적 있죠?

 

 ?

 제 눈에는 주연 씨가 가장 아름답다고요.

 

 !

 마치 귀여운 아기곰 같아요.

 마지막 말은 좀 깬다고 생각을 하는 주연이다.

 

 

 

 정말 안 데려다 줘도 되는데.

 주연이 고개를 숙이고 중얼 거린다.

 

 그래도 명색이 남자친구인데 이 늦은 시간에 여자친구를 혼자 보내요? 그건 예의가 아니죠. 안 그래요?

 

 그래도 선재 씨도 많이 늦었는데. 우리 집 여기서 걸어서 5분이라니까요. 그냥 빨리 가면 되요.

 

 그러면 저 15분 안에 다시 여기 오겠네요.

 

?

 선재가 씩 웃는다.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만 튕기시고 빨리 갑시다.

 

 , 하지만.

 

 여태까지 남자친구 자체가 없었던 주연은 남자친구가 집에 데려다 주는 것이, 단순히 그 행위 자체로 끝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주연이 읽었던 로맨스 소설이라든지, 순정 만화에서는 모두 다 남자친구가 집에 데려다 주고 나서 키스를 했다. 하지만 아직 키스라니. 사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렇기에 주연은 더더욱 선재가 집까지 데려다 준다는 것을 말리는 중이다.

 

 뭐해요?

 

 ?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앞장 서고 있다. 물론 선재가 꼭 그러라는 보장도 없지만, 그런 늑대가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여태까지 하는 행동을 봐서는, 그렇게 순수함만을 가진 거 같지도 않다. 주연은 자신의 입냄새가 심한 지 체크를 한다. 그리고 문득 이런 검사를 하는 자신이 변녀 같다.

 

 주연 씨.

 

, 가가. 가요.

 

 식은 땀을 흘리며 뻣뻣하게 앞장서는 주연이다.

 

 

 

 동네가 참 조용하네요.

 

 ?

 

 위험하겠어요. 혼자 다니길.

 

 순간 선재의 말을 키스해도 좋겠네요? 라는 의미로 파악하고 혼자서 미친듯이 자학하고 있는 주연이다.

 

 왜 대답이 없어요.

 

, 평일에는 안 그래요. 여기가 다 다세대 주택이라 평일에는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다니거든요. 그래서 하나도 안 위험해요.

 

 그 학생들이 더 위험한 거 같은데.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5분만 가면 된다고 하더니, 얼마나 가는 거예요?

 

?

 

 주연의 눈이 커진다.

 

 , 그러니까 .그건 선재 씨가. 그러니까 집에.

 

 똑바로 말해봐요.

 갑자기 주연의 눈 앞에 나타난 선재다. 무릎을 살짝 굽힌 것이다. 순간 주연은 선재가 입을 맞추는 줄 알고 눈을 감는다.

 

 왜 눈을 감아요?

 

 선재가 싱긋 웃으며 주연의 볼에 손을 올린다.

 

 !

 

 저 주연 씨가 좋다고 하기 전에는 스킨십 같은 거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주연 씨가 나에게 말을 할 때만큼은 똑바로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이에 수줍음 안 보여줘도 괜찮아요. 나는 솔직하고 당당한 주연씨가 듣고 싶어요.

 

선재 씨.

 

 왜 집이 먼데 안 멀다고 했어요?

 

 선재 씨 힘들까봐요.

 

 ?

 선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 시간에 빨리 지하철 타지 않으면 집으로 못 돌아가잖아요. 그러니까 선재 씨 집에 가야 하니까.

 

 .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주연 씨 저는 괜찮아요. 정 늦으면 택시 타고 가면 되죠. 아니면, 기사라도 부르면 되고요.

 

 ?

 

 순간 선재는 아차 한다.

 

 , 아니에요.

 

 주연은 고개를 갸웃한다.

 

 그나저나 다 온 거예요.

 

.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여기에요.

 

 주연이 한 집 앞에 선다.

 

 올라가는 거 보고요.

 

 알았어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오늘 정말 고마웠고, 잊지 못할 하루 였어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저도 주연 씨가 제 도시락 맛있게 먹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다음에 한 번 더 놀러 가요.

 

 .

 

 주연이 손을 흔든다.

 

 내일 학교에서 뵈요.

 

그래요. 들어가요.

 

 주연이 올라가고 선재는 층층이 불이 켜지는 것을 보고 뒤돌아선다.

 

 .

 

 선재는 전화기를 꺼내든다.

 

 엄마. 나 여기, 부천인데. 차 좀 보내줄래요?

 

어머, Son 부천 까지는 어쩐 일?

 

 그럴 일이 있어요.

 

 선재가 미소 짓는다.

 

 여기가, 그러니까. 아 여월동이에요.

 OK.

 

 

 

 정 기사.

 

 . 사장님.

 

 가인이 미소를 짓는다.

 

 하여간 우리 꼬맹이한테 애인이 생기다니.

 

 가인이 행복하게 선재의 사진을 바라 본다.

 

 

 

 김범규

 22. 남자

 어리바리하고 순수한 성격, 때로는 눈치가 없다고 욕도 좀 먹는다.

 좋아하는 음식 : 다 좋아하는 듯?

 싫어하는 음식 : 없는 듯?

 좋아하는 것 : 음식.

 싫어하는 것 : 모르겠음

 잘하는 것 : 대답.

 못하는 것 : 눈치보기, 사양하기, 분위기 맞추기, 배려하기,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