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 [열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5. 8. 23:02

 

 

 

 우리, 사랑해!

 

 

 열 세 번째 이야기

 

 남자가 여자를 보내주는 이유

 

 

 

 너 왜 이렇게 늦었어?

 

, 엄마.

 

 집에 들어서자 마자 화영이 주연을 맞는다.

 

 , 그게. 아이고, 학교에서 일이 생겼네. 과제가 세 개야. 세 개.

 

 정말이야?

 

 , 그럼.

 화영의 눈빛이 이상하다.

 

 너 데이트 하다 왔지?

 !

 냅둬. 돼지 이제야 겨우 애인 한 번 생겼다는데, 엄마가 그렇게 닦달하면 데이트나 제대로 하겠어?

 때마침 욕실에서 허리에 수건만 두른 채로 나오던 대연이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너는 집에서 옷 좀 입고 있으라고!

 

 하루이틀 보냐?

 

 그러더니 턱하고, 소파에 눕는다.

 

 아구 좋다.

 

 하여간.

 원주연 똑바로 말해? 너 정말 애인 생겼니?

 

, 무슨.

 

 주연이 황급히 방으로 도망친다.

 

 ,

 

 이렇게 숨길 필요도 없지만 엄마에게 마구 떠벌리고 싶지도 않다. 아직은 마음 속에 소중한 사랑으로 남기고 싶다.

 

 

 

 뭐라고? 헤어진다니?

 

 범규의 눈이 동그래진다.

 

 왜 갑자기?

 갑자기가 아니야.

 

 지원의 표정이 어둡다.

 

 사실 나 군대 가잖아. 그러면 당연히 놓아줘야 하는 거 아닐까 싶다. 그기, 당연한 거잖아. 솔직히 내 승연이에게 해준 거 아무 것도 없는데, 그렇게 염치 없게 기다려 달라고 할 수 없잖아.

 승연 씨 너 좋아하잖아.

 

 나도 좋아해. 그러니까 보내주는 거야.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사랑을 하는 거니까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거지. 기다리는 게 아이잖아. 기다리라는 건 그 사람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일이잖아.

 

 너 승연 씨 없어도 살 수 있어?

 

 힘들겠지.

 

 지원의 미소에 슬픔이 섞인다.

 

 하지만 그게 승연이 행복을 위한 거니까. 나만의 이기적인 욕심을 버려야 하는 거잖아.

 

 지원아.

 

 범규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원을 바라본다.

 

 그렇게 보지 마라. 쪽 팔리다.

 

 지원이 어색하게 웃는다.

 

 그냥, 내 생각 니한테 말하는 기다. 그러니까 내가 힘들어 해도 니가 좀 받아주래이. 알겠나?

 그래.

 

 범규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내가 없으면 누가 널 지켜주겠냐?

 

 그 말에 마음이 쪼매 놓인다.

 

 우리 술 먹으러 갈까?

 

 ?

 그래. 너 기분도 꿀꿀한 데 말이야.

 

 니 내일 일 교시 있다 아이가?

 

그까지 거 째면 돼.

 

 범규야.

 

 

 

 돼지 애인 생긴 거 맞다니까?

 

 정말 맞을까?

 

 화영이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엄마는 딱 눈치보면 몰라? 돼지 저거 지금 처음 애인 생긴 거라고, 괜스레 엄마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까.

 

 정말 그런 거야?

 

엄마는 그 나이 되도록 그런 것도 모르고 뭐 했어?

 그러는 너는 그 나이에 그런 거 까지 다 알고!

 

 괜히 불똥이 대연에게 튄다.

 

 .

 

그리고 너 이제 집에서 옷 입고 있어!

 

 , ?

 너도 이제 중학생이야. 그리고 네 덩치를 생각해라. 웬 소만한 게 집에서 벗고 있으니. 지금 당장 입어!

 

 .

 

 대연이 볼을 부풀리며 방으로 들어간다.

 

 

 

 마셔라.

 고맙데이.

 

 지원이 범규가 따라준 처음처럼을 단숨에 들이킨다.

 

 .

 

 더 마셔

 

 잔이 비기가 무섭게 범규가 술을 따른다.

 

 좀 아서라.

 

이런 날은 취해야 하는 거야.

 

 .

 

 그 말에 지원이 술을 들이킨다.

 

 그래, 이래야 잊혀지겠지. 미련도 없어지겠지.

 

 지원이 슬픈 표정으로 소주잔을 바라본다.

 

 

 

 하아.

 

 승연이 무릎에 얼굴을 파묻는다. 벌써 문자가 몇 통 째인데, 답문이 없다. 게다가 전화기마저 꺼져 있다.

 

 흐윽.

 

 어떻게든 지원의 목소리만 들으면 될 거 같은데. 연락이 없다.

 

 

 

 하아.

 

 전화기를 켜자마자 우르르 나오는 문자.

 

 승연아.

 

 마음이 약해진다. 하지만 문자를 애써 외면하는 지원이다. 지금 문자를 외면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다.

 

 흐윽.

 

 그리고 눈물이 흐른다.

 

 이기, 뭐꼬? 쪽팔리구로.

 

 하지만 결국 무너지는 지원이다.

 

 흐읍.

 

 남자의 눈물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원대연

 

 14. 남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른스럽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키도 182센티미터로, 학교에서 여자 아이들에게 꽤나 인기가 많다. 물론 주연의 한심한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보고 자란 나머지 여자애 대한 환상이 전혀 없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주연을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한다. 물론 그 사랑의 방식이 남들에게도 사랑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 : 주연이 만든 음식이 아니면 된다. 가끔 화영의 음식도 안 먹는다.

 싫어하는, 아니, 혐오하는 음식 : 주연이 만든 음식

 좋아하는 것 : 할머니 요리, 축구, 닌텐도, 플레이 스테이션

 싫어하는 것 : 주연의 요리, 소녀 떼,

 잘하는 것 : 축구, 공부, 노래, 요리

 못하는 것 :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