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열 네 번째 이야기
그들의 평범한 일상
“콜록, 콜록.”
전 날 너무 늦게 들어간 것일까? 아침부터 주연이 콜록 거린다.
“내가 늦게 들어올 때 알아 봤어.”
화영이 투덜 거리면서, 콩나물 국을 식탁에 내려 놓는다.
“엄마 고마. 콜록.”
“아이씨 드러 돼지. 찌개에 침 튀잖아!”
“치사한 자식.”
주연이 대연을 노려 본다.
“내가 다 먹으면 될 거 아니야?”
그리고는 찌개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와서 밥을 모두 말아버린다.
“하여간.”
‘딱’
순간 화영에게 숟가락으로 맞는 주연이다.
“우이, 왜 때려?”
“대연이가 참치 찌개를 얼마나 좋아하는 데, 그걸 너 혼자 홀랑 먹어 버리냐? 하여간 누나라는 게.”
“저게 내 침이 들어가서 더럽다잖아.”
주연이 울상을 지으며 머리를 만진다.
“아파 죽겠네. 혹 나는 거 아니야.”
”쌤통이다.”
‘퍽’
대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영의 숟가락이 대연의 머리를 강타한다.
“나는 왜 때려?”
“너 누나한테 말 버릇이 그게 뭐야?”
주연이 싱긋 웃는다.
“엄마 짱!”
“조용히하고 밥이나 먹어.”
“피.”
“뿌.”
두 사람이 서로 노려보며 밥을 먹는다.
“하여간 이것들은 나이를 먹는데도 여전히 철이 없어.”
화영이 두 아이를 지긋이 바라본다.
‘위잉’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선재가 요리하는 소리로 바쁜 부엌이다.
“어머, Son 또 뭘 Make 하는 거야?”
가인이 미소를 지으며 이 층에서 내려 온다.
“오렌지 주스 좀 만들고 있어요.”
“어머 Orange Juice 잖아. Fresh 한 걸. 이 Mother에게 한 잔만 주지 않겠니?”
“여기요.”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유리 잔에 가득 따라 준다.
“It’s so delicious”
가인이 미소를 짓는다.
“역시 우리 Son 요리 솜씨는 뛰어나다니까.”
“그런데 엄마 보통은 그런 말 아들들이 하는 거 아니야? 나도 우리 엄마가 해준 요리들 좀 먹고 싶다고요.”
“호호호.”
가인이 높은 옥타브로 웃는다.
“우리 Son이 이렇게 요리를 잘 하는데 엄마가 칼 잡을 필요가 있어? 그리고 요즘 같은 세상에 남자들도 Cook 다 할 줄 알아야 해. 그런 의미에서 이 Mother가 우리 Son을 바르게 키운 거 아니겠어?”
“그런 가정들은 엄마들도 요리를 할 줄 안다고요.”
선재도 싱긋 웃는다.
“여기요.”
“응?”
선재가 포장용 컵 두 잔을 가인에게 건넨다.
“이게 뭐야? Son”
“Dr. Jason 가져다 드리라고요.”
“어?”
가인의 얼굴이 붉어진다.
“어머 Son 무슨 말이야?”
“치. 그냥 이웃 사니까 가져다 드리라고요. 그리고 간 김에 같이 잠시 노시다 오시고요. 저 어차피 학교 가야 하니까요.”
“뭐 Son이 그런 의도로 Talk 한 거라면 상관 없지만. 그래도 아직 Mother랑 Dr. Jason 이랑 그런 사이 아니야.”
“알았어요.”
선재가 싱긋 웃는다.
“그럼 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Son.”
선재가 문을 닫고 한숨을 쉰다.
“아빠.”
그리고 고개를 젓는다.
“엄마가 행복한 거, 아빠도 원하는 거죠?”
“하아.”
승연이 휴대전화를 닫는다. 여전히 지원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차라리 지원이 화라도 내면 속이 시원하련만,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 더욱더 답답하고, 가슴이 미어진다. 전화기 자체가 꺼져 있으니 승연도 도리가 없다.
“너 왜 이렇게 우울해?”
서울우유 500미리리터에 빨대를 꽂고 나타난 혜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지원 오빠가 전화를 안 받아.”
“왜?”
혜지의 눈이 동그래진다.
“너네 200일 잘 보낸 거 아니었어?”
“아니.”
승연이 고개를 젓는데, 눈물이 툭하고 떨어진다.
“나도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 된 건지 모르겠어.”
승연이 주먹을 꼭 쥔다.
“도대체 왜 그런 건지. 나에게 말도 하지 않아. 차라리 속 시원하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 될 텐데. 내가 싫어진 거라면 차라리 헤어지자고 하면 될 텐데. 왜 그렇게 아무 말 안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승연아.”
혜지가 승연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오빠가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러니까 그런 거겠지. 너네 정말 서로 좋아하잖아. 설마 너와 헤어지려고 피하는 거겠어?”
“아니. 항상 나만 좋아했어. 나만 오빠 쫓아다니고, 사귀자는 말도 내가 먼저 한 거고. 분명해.”
승연의 눈물이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흐른다.
“승연아.”
혜지가 승연의 등을 쓸어 준다.
“하아.”
멀리 승연이 보인다. 지원은 나무 뒤로 숨어 버린다.
“야, 뭐 해?”
지원이 입에 검지를 가져다 댄다.
“아.”
범규는 고개를 끄덕인다.
“가재이.”
“하지만.”
지원이 발걸음을 돌린다.
“뭐하노?”
“그, 그래.”
범규도 쓸쓸한 표정으로 지원의 뒤를 따른다.
20살. 여자
어릴 적 장래 희망 : 초등학교 선생님
어릴 적 이상형 : 백마 탄 왕자님
어릴 적 소원 : 멋진 왕자님을 만나게 해주세요.
지금의 장래 희망 : 초등학교 선생님
지금의 이상형 : 자신만을 아껴줄 수 있는 남자
지금의 소원 : 승연이처럼 먹어도 살 안 찌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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