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열 여섯 번째 이야기
주연이 잠든 사이에
‘똑똑’
선재가 부지런히 칼을 놀린다. 화영과 대연이 오기 전에 모든 것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다행히 오늘 화영이 대연과 정연을 데리고 쇼핑을 갔다고 한다. 다소 늦을 지도 모르나, 혹시나 해서 더욱 손을 재게 놀리는 선재다.
“엄마, 정연이 무거워 죽겠어.”
“그래도. 어떡해? 네 동생인데.”
대연이 입을 내민다.
“얘는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아이고, 네 몸무게를 생각해봐라. 정연이가 뭐가 무겁나?”
대연이 계속 투덜 거린다.
“그러면 엄마가 정연이 업을 테니까, 네가 이 짐들 들을래?”
“아니.”
대연이 손사래를 치더니, 열심히 올라간다.
“녀석도.”
“이제 대충 다 끓은 거 같기는 한데.”
선재가 불을 끄고, 잠시 기다린다. 그리고 뚜껑을 열고 하얀 그릇에 흰 쌀 죽을 옮겨 담는다. 찬장을 뒤지고 참기름을 찾고 있는데.
‘찰칵’
“!”
선재의 눈이 커다래졌다.
“엄마 오늘 저녁은 피자 시켜 먹자.”
“얘는 생태탕 끓일 거 사왔잖아.”
“그거 지금 꼭 안 먹어도 되는 거잖아.”
“신선할 때 먹어야 맛있는 거지. 정연이 깨겠다.”
“치.”
화영이 열쇠를 문에 꽂아 넣는다.
“오늘은 그냥 얌전히 생태탕 먹어.”
‘철컥’
화영이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선다.
“어라?”
고소한 냄새가 집 안에 맴돌고 있다.
“이게 무슨 냄새지?”
화영이 부엌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간다.
“어머나!”
“당신 누구야!”
대연이 정연을 내팽개치고, 야구방망이를 집어 든다.
“으앙.”
떨어진 정연이 죽겠다고 소리를 친다.
“자, 잠시만. 안녕하세요! 어머니.”
당황하던 선재가 넙죽 절을 한다.
“어, 어머니?”
화영도 당황해서 맞절을 한다.
“자, 자네는 누군가?”
“저는 주연 씨 남자친구입니다.”
“형이 돼지 남자친구라고요?”
대연이가 야구방망이를 저리로 치워 버린다.
“주연 씨가 열이 심했어요.”
“어머.”
화영이 재빨리 주연의 방으로 간다. 주연의 옆에 작은 통이 있고, 거기에 물수건이 걸려 있다.
“지금은 많이 열이 내린 상태입니다. 그래서 죽만 쑤고, 나가려고 했는데, 제가 너무 지체했나보네요. 놀라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화영이 미소를 짓는다.
“제가 오히려 놀라게 했지요. 그래, 이름이 뭐라고요?”
“다시 한 번 인사드리겠습니다. 권 선재라고 합니다.”
선재가 90도로 인사를 한다.
“인사성 하나는 밝군요. 마음에 들어요. 지금 나이가?”
“엄마, 일단 사람 좀 앉혀.”
“어머, 내 정신 좀 봐.”
화영이 미소를 지으며 선재를 소파로 이끈다.
“좀 앉아요.”
“괜찮습니다. 이제 가족분들이 오셨는데 돌아가야죠.”
“아니 시작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니에요.”
대연이 더듬거리며 입을 연다.
“우리 누나 간호 시작했으니까, 밤까지 간호하세요.”
“네?”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 그게 무슨?”
“일단 저녁 안 먹었죠? 생태탕 끓일 건데, 일단 먹고 가요.”
“그게 괜찮은.”
“어른이 말하면 그냥 예라고 하면 되는 거예요.”
“예.”
선재는 순간 두려워졌다.
“먼저 들어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선재가 앞접시에 덜어 놓은 생태 한 점을 먹는다.
“맛있네요.”
선재가 식은 땀을 흘리며 애써 미소를 짓는다.
“어머, 그래요?”
대연이 선재의 말을 듣고 생태탕을 한 숟갈 먹더니 인상을 쓴다.
“엄마, 이 사람 나쁜 사람이야. 아무리 여자친구 어머니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해도, 먹을 수 있는 걸 맛있다고 해야지.”
“뭐?”
화영이 놀라서, 탕을 떠 먹는다.
“어머!”
소금 대신 설탕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미, 미안해요.”
“아닙니다.”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혹시 생태 남은 거 있나요?”
“우와.”
뚜껑이 열리자마자 대연이 탄성을 내지른다.
“어머.”
화여 역시 감탄을 마지 못한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요.”
“정말 그래도 되는 건가요?”
“물론이죠.”
화영이 싱긋 웃는다.
“너무 힘들 거 같으면 가도 좋아요. 하지만 주연이가 깨어서 선재 씨가 있는 모습을 보면 더 좋아할 거 같네요.”
“그럼 남겠습니다.”
선재가 싱긋 웃는다.
“그럼 모두 주무세요.”
“그래요.”
선재가 주연의 방으로 들어가고 화영과 대연, 정연이 작게 환호를 지른다.
“내일 아침도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겠지?”
“다행이다.”
물론 이 세 사람의 희망은 새벽 두 시에 깨어지고 말았다.
20살. 여자
어릴 적 장래 희망 : 선생님
어릴 적 이상형 : 목소리가 좋은 남자
어릴 적 소원 : 예쁜 집에서 살게 해주세요.
지금의 장래 희망 : 서비스업의 최고봉
지금의 이상형 :
지금의 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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