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 [열다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5. 9. 11:21

 

 

 

 우리, 사랑해!

 

 

 열 다섯 번째 이야기

 

 내가 아플 때 곁에 있어준 당신을 사랑합니다.

 

 

 

 콜록, 콜록.

 

 너 정말 괜찮은 거야?

 혜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괜찮아.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주연의 안색이 다소 창백하다.

 

 너 이리 와 봐.

 

 ?

 

 혜지가 주연의 이마에 손을 올린다.

 

 , 너 이마 지금 무지하게 뜨거워.

 

 그래?

 

 주연이 힘없이 웃는다.

 

 이리 와 봐.

 

 만능 가방을 소유하고 있는 승연이 가방에서 온도계를 꺼낸다.

 

 너는 가방에 체온계도 있냐?

 

신경 끄셔.

 

 승연이 주연의 체온을 잰다.

 

 어머!

 

 ?

 

 혜지가 체온계에 액정을 본다.

 

 뭐야? 38. 주연이 너 지금 집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신입생 강좌가 남아 있는 걸.

 

 주연이 손사래 친다.

 

 나 괜찮아.

 

 괜찮기는 이렇게 열이 높은데. 신입생 강좌, 어차피 종이에 출석해서 써 내는 거니까, 우리가 대신 내줄게. 그러니까 집에 가서 쉬어.

 

 어차피 집에 아무도 없는 걸. 엄마는 회사 가셨고, 대연이랑 정연이는 어차피 학교에 있잖아. 여기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똑같아.

 

선재 씨가 있잖아.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선재 씨?

 

 그래.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선재 씨는 신입생이 아니니까, 신입생 강좌 없을 거 아니야. 그럼 이 시간에 강의도 없을 거고, 그러니까 네 간호 조금만 부탁하면 안 돼?

 

 어떻게 남자를 집에 들이냐?

 

 어머 얘 좀 봐.

 

 혜지와 승연이 싱긋 웃는다.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냥 네 간호를 부탁하라는 거야.

 

 무언가 썸팅을 생각하지 말고.

 , 내가 뭘!

 

 주연이 귀까지 빨게 진다.

 

 얘 진짜 뭐 생각했나보네.

 

 네가 못하겠으면 우리가 부탁할까?

 

아서.

 

 하지만 이미 승연이 전화기를 꺼낸 후다.

 

 !

 

 이미 걸렸는데?

 

 

 

 너 과제 다 했냐?

 

그럼.

 선재가 자랑스럽게 파일을 꺼낸다.

 

 나 좀 보여주라,

 너 또 과제 안 했냐?

 

.

 

 준오가 울상을 지으며 파일을 펼친다.

 

 뭐가 이렇게 많이 쓰여 있어?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선재가 고개를 저으면서 가방에서 또 하나의 파일을 꺼낸다.

 

 이게 뭐냐?

 

 너 숙제 안 해올 줄 알고 해 왔다.

 역시 너 뿐이다.

 

 준오가 선재를 꼭 안는다.

 

 징그러.

 

 친구 사이에.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전화 왔어요.

 

 잠시만.

 

 선재가 전화를 받는다.

 

 , 권선재입니다.

 

 저예요.

 

 승연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흘러 나온다.

 

 , 승연 씨. 승연 씨가 저에게 전화를 다 주시고 영광인데요? 어쩐 일이세요?

 

 오늘 수업 없으시죠?

 

수업이요?

 

 선재가 잠시 고민에 빠진다.

 

무슨 일이신대요?

 

주연이가 많이 아파요.

 

 주연 씨가요?

 

 선재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난다.

 

 어디가 어떻게요?

 

 심한 건 아닌데요. 열이 조금 높아요.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대요. 그래서 선재 씨가 가족들 올 때까지 주연이를 좀 간호해줬으면 좋겠는데, 저희는 신입생 강좌를 들어야 하거든요. 대출은 해줄 수 있는데, 간호는 해주지 못하니까. 선재 씨가 어떻게 해주실 수 없을까요? 물론 바쁘시면 어쩔 수 없고요.

 

 당연히 제가 가야죠.

 선재는 이미 가방을 싸고 있다.

 

 야 너 어디가?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뒷문으로 나온다.

 

지금 어디 계세요?

 

 

 

 , 온대.

 

 ? 진짜?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그러면 어떡해?

 뭐가 어떡해? 남자친구가 왜 있는 건데? 그러라고 있는 거 아니야? 당연히 애인이 아프면 챙겨줘야지.

 

 그래도 미안하잖아.

 

 미안해 할 거 없어. 나 아플 때도 병환이 오빠가 챙겨줬는 걸?

 

 혜지가 싱긋 웃는다.

 

 정말?

 

 

 

 승연 씨!

 

 왜 이렇게 늦었어요?

 빨리 받아요.

 

 혜지가 가방을 건넨다.

 

 주연이 집이 어딘지 알고 있죠?

 

.

 

 우리가 대리 출석은 해줄 테니까. 선재 씨가 잘 간호해줘요.

 

 .

 

 넌 가만히 있어.

 바로 조용해지는 주연이다.

 

 열이 조금 높아요.

 그래요?

 

 가면서 죽 사가요. 알았죠? 돈은 있죠?

 

 죽이야 제가 만들면 되는 거니까요. 두 분 수업 늦지 않으셨어요? 주연 씨 저에게 맡기고, 어서 수업 들어가세요. 제가 잘 간호해서, 내일 건강하게 웃으면서 학교오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정말이죠?

 

우리는 선재 씨만 믿고 갑니다.

 

 .

 혜지와 승연이 멀어지자 주연이 입을 연다.

 

 저는 정말 괜찮으니까, 선재 씨 가방 저 주세요.

 

 아니에요. 안색이 이렇게 창백한 걸요.

 

 선재의 손이 주연의 이마에 가자 주연이 흠칫한다.

 

 , . 미안해요.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아니에요. 그런데 저 정말로 괜찮아요. 열이 조금 높기는 한데, 집에 가서 한숨 자면 괜찮아 질 거예요.

 

 그럼 집까지만이라도 바래다 드릴 게요.

 

 선재가 싱긋 웃는다.

 

 그건 괜찮죠?

 

 

 

 이제 가요.

 

 주연이 가방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여기까지 왔는데요?

 ?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들어 선다.

 

 , 선재 씨.

 

 걱정 말아요. 죽만 끓여주고 갈테니까요. 화장실은 어디에요?

 

 , 여기요.

 

 자기도 모르게 대답을 해주는 주연이다.

 

 주연 씨 가서 좀 누워있어요.

 

하지만.

 

 정말 죽만 끓이고 갈게요.

 

 주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에 빠졌다.

 

 

 

 선재 씨가 잘 하고 있을까?

 

당연하겠지. 선재 씨 요리도 무지하게 잘 한다며.

 

 혜지가 두 손을 잡고 눈을 감는다.

 

 정말 낭만적이지 않니? 아픈 여자 친구를 위해서 죽을 쑤는 남자 친구. 정말 꿈과 같은 이야기야.

 

 퍽이나.

 

 승연이 혜지에게 핀잔을 준다.

 

 너는 내가 무슨 이야기만 하면 구박하더라.

 

 네가 말하는 게 그렇잖아.

 

 때마침 교수가 들어오면서 두 사람의 언쟁이 잠시 중단된다.

 

 출석을 부르겠어요.

 

 교수가 안경을 올리고, 출석부를 넘긴다.

 

 이승연.

 

!

 

 조혜지.

 

 !

 

 원주연.

 

 !

 

 !

 

 승연과 혜지의 눈이 마주친다.

 

 원주연 학생이 두 명인가요? 아닌데, 원주연 학생 손 들어 봐요.

 

 승연이 조심스럽게 손을 든다.

 

 학생이 원주연인가? 잠깐만, 학생은 이승연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닌가요?

 

 , . 그게.

 

그렇다면 다른 학생은 누구죠?

 

 교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강의실에 퍼진다.

 

 당장 말하지 않으면! 모두 F를 주겠어요!

 

 혜지가 조심스럽게 손을 든다.

 

 두 학생은 끝나고 따라오세요!

 

 

 

 하암.

 

 얼마나 잔 걸까? 주연이 조심스럽게 눈을 뜬다.

 

 !

 옆에 선재가 엎드려 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두 시다.

 

 선재 씨.

 

 , �어요.

 

 미소를 지으며 선재가 바로 잠에서 깨어난다.

 

 이리 와봐요.

 

 그리고 주연의 이마에 손을 올린다.

 

 다행이다. 열은 안 나내요.

 

지금 몇 시인지 알아요?

 

두 시네요.

 

 선재가 싱긋 웃는다.

 

 다행이에요. 주연 씨 열이 내려서 말이에요.

 

왜 집에 안 갔어요?

 

 주연 씨가 아픈데 제가 어떻게 집에 가요?

 

하지만 가족들이 올 텐데. 그리고 선재 씨 집에 어떻게 돌아가려고요.

 

내가 싫은 거예요?

 

 그런 거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

 

 선재가 주연을 살짝 안는다.

 

 있어주고 싶었어요.

 

 !

 아플 때 옆에 누군가 있어야 마음이 든든하잖아요. 그게 누구던지 말이에요. 그냥 편안히 자는 모습을 보니까 갈 수가 없었어요.

 

 고마워요.

 

 그럼 나 이제 가볼게요.

 

 지금요?

 

 주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지금 어떻게 가려고요?

 

 택시 타면 되요. 조금 있다가 봐요.

 

 선재가 주연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나오지 말아요.

 

 잘 가요.

 

 주연이 조심스럽게 이마를 만진다.

 

 .

 

 달콤함 속에서 잠에 빠져드는 주연이다.

 

 

 

 이승연

 

 19. 여자

 어릴 적 장래 희망 : 간호사

 어릴 적 이상형 : 자상하게 팔 베개를 해줄 수 있는 남자

 어릴 적 소원 : 그랜드 피아노를 갖는 것

 지금의 장래 희망 : 내 앞가림을 할 수 있으면 됨

 지금의 이상형 : 내 말을 잘 들어줄 수 있는 남자

 지금의 소원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