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5. 18. 22:06

 

 

 

 우리, 사랑해!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눈을 보고 내게 말해요.

 

 

 

 왜 이러는 거예요?

 

 박 대리 님이야 말로 왜 이러시는 거예요?

 

 소은이 병환을 노려본다.

 

 분명히 그 여자 분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계시잖아요.

 

 그게 무슨 상관이죠?

 

 정말 보기 한심하고 답답해요.

 

 소은이 병환의 눈을 바라본다.

 

 지금도 그 여자분께 달려가고 싶은 마음 뿐이잖아요.

 

 소은 씨.

 

 아니에요? 제 말이 틀렸냐고요?

 

 병환의 소은의 눈을 피한다.

 

 틀렸어요.

 

 제 눈을 보고 말해요!

 

 소은이 병환의 눈을 들여다본다.

 

 딱 울고 싶은 아이잖아요. 보이잖아요. 그런데 왜 아닌 척 하는 거예요. 당장 가요. 그녀에게 달려가라고요.

 

 뭐라고 말하죠?

 

 병환이 눈에 눈물이 고인 채 미소를 짓는다.

 

 도무지, 그녀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가봤자 무슨 변화가 있다는 거에요.

 

 일단 가요.

 소은 씨.

 

 가면 어떤 말이 하고 싶은 지 알게 될 거예요.

 

 하지만.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내 말을 믿어요.

 소은 씨.

 

 어서요.

 

 소은이 병환의 등을 떠민다.

 

 더 늦기 전에 가서 잡으세요.

 

 고마워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정말 고마워요.

 일단 가서 잡고 나서 고맙다는 말 하세요!

 

 !

 

 병환이 가게를 뛰어나간다.

 

 하아.

 

 그 모습을 보고 소은이 바닥에 앉는다.

 

 나도 참 바보 같지. 그걸 다시 보내냐?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후후후.

 소은이 고개를 들어 병환이 뛰쳐나간 문을 바라본다.

 

 꼭 잡아요. 반드시 말이죠.

 

 

 

 너 괜찮아?

 그럼.

 

 혜지가 싱긋 웃는다.

 

 너희들 내 걱정하지 말고, 수업 들으러 가.

 그래도 걱정이 되잖아.

 

 괜찮다니까.

 

 혜지가 두 사람의 등을 민다.

 

 너희 이러다가 지각하겠다.

 

 .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그럼 우리 금방 다녀올게.

 

 그래.

 

 

 

 혜지 정말 괜찮을까?

 

 츄파춥스를 입에서 빼면서 주연이 묻는다.

 

 너 더럽게.

 

 승연이 주연을 노려본다.

 

 알았어.

 

 주연이 츄파춥스를 오른쪽 볼에 문다.

 

 대답 해 봐. 정말 우리 혜지 저렇게 놔둬도 되는 거야?

 낸들 알겠냐?

 

 승연이 한숨을 쉰다.

 

 지금 나도 지원이 오빠 때문에 미치겠는데, 혜지 쟤까지 속을 �이냐?

 정말. 이제 오빠 군대 갈 날 얼마 안 남지 않았어?

 

 다음 주란 말이야.

 

 승연이 울상을 짓는다.

 

 오빠 군대 가는 거 따라 갈 수나 있을 지 몰라.

 

 어떡하니?

 

 그러게.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솔직히 절친 저렇게 속 썩고 있는데 웃으면서 지원이 오빠에게 가기도 그렇고 말이야. 어떡하냐?

 

 우리가 병환 오빠 만나볼까?

 아서라.

 

 ?

 

 혜지가 그거 알면? 가만히 두겠냐?

 

 주연이 몸을 떤다.

 

 , 그런가?

 주연이 볼을 부풀린다.

 

 그래도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하지 않을까?

 

 그러게.

 

 하아.

 

 

 

 딸깍

 

 뭐 두고 갔어?

 

 혜지가 고개를 돌린다.

 

 !

 

 .

 

 !

 

 병환이 고개를 든다.

 

 혜지야.

 

 , 오빠.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헤지야.

 

오빠!

 

 혜지가 병환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 왜 이렇게 말랐어? ?

 

 혜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너도 왜 이렇게 말랐어.

 

 병환의 눈에도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바보.

 너도.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왜 왔어? 그 예쁜 언니랑 잘 지내지.

 

 그 사람 내 직장 동료야.

 

 병환이 조심스럽게 혜지를 안는다.

 

 너에게 달려가래.

 

 ?

 나 후회한다면서.

 

 병환이 혜지의 머리 냄새를 맡는다.

 

 얼마나 맡고 싶었는 지 몰라.

 

 오빠.

 

 네 느낌, 네 냄새. 너무 그리워.

 

 흐윽.

 

 혜지가 병환의 허리를 안는다.

 

 이제 다시는 화 안 낼게.

 

 나도 늦지 않을게.

 

 다시는 오빠에게 보채지 않을게.

 

 다시는 너 미안한 맘 들지 않게 할게.

 

 오빠.

 

 혜지야.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정말 미안해.

 

 내가 더 미안해.

 

 .

 

 .

 

 병환이 혜지의 눈에 입을 맞춘다.

 

 !

 

 혜지의 볼이 붉어진다.

 

 사랑해.

 

 나도.

 

 병환이 혜지를 꽉 안는다.

 

 우리, 사랑해!

 

 그래, 우리 사랑해!

 

 헤지도 병환을 따라 외친다.

 

 

 

 오늘 오래 된 저의 짝사랑을 끝냈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알고 있었던 사랑이기는 하지만요. 저도 참 바보 같아요. 그냥 이대로 뒀었으면 제 남자가 됐을 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죠.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가 저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면 그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내가 그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겠어요? 그렇기에 저는 그를 그녀에게 돌려보냅니다. 제 것이 아닌 것을 가질 수는 없잖아요. 제 옆에 가만히 둬서 제 사람이 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는 게 분명히 보이는 데 괜히 붙잡아 봤자 저도 힘들고 그도 힘들고 말이죠. 그렇기에 그를 보내는 겁니다. 그러니까 거기 당신! 저를 보고 미련하게 남자를 놓아주는 바보 같은 여자라고 말하지 말라고요. 제 속도 굉장히 아프고 쓰리니까 말이죠. 그리고 그를 보냈어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 없습니다. by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