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 [서른한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5. 18. 22:10

 

 

 

 우리, 사랑해!

 

 

 서른한 번째 이야기

 

 아버지의 말씀

 

 

 

 하아.

 

 지연아 왜 그래?

 아무 일도 아닙니다.

 연지가 지연을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데? 무슨 일인데?

 그것이.

 

 지연이 입을 열었다가 고개를 젓는다.

 

 역시 아무 것도 아닙니다.

 말해봐. 고민은 털어 놓으면 절반은 해결 된 거라고 하잖아.

 그렇습니까?

 지연이 망설인다.

 

 , 그것이.

 

 그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지연아가씨.

 

 ,

 

 집사로 계시는 유 노인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아버님께서 부르십니다.

 어인 일로요?

 유 노인이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알았어요.

 

 지연이 고운 자태로 신을 신는다.

 

 

 

 아버지.

 

 그래 지연이 왔구나.

 어인 일이십니까?

 순간 지연 아버지의 표정이 굳는다.

 

 아버지.

 지연아.

 ?

 

 우리 곧 이사를 가게 될 지도 모른다.

 이사라니요?

 

 지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우리의 집이 이곳에 있는데 어디로 떠나신다는 말씀입니까?

 

 그게 다 이 아비가 무능해서 벌어진 일이다.

 

 아버지가 눈을 지긋이 감는다.

 

 아버지.

 

 내가 돈을 좀 빌렸다.

 

 ?

 

 지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그리고 이 집을 담보로 잡았지.

 

 !

 

 지연이 눈동자가 커진다.

 

 , 설마.

 그래.

 지연이 고개를 숙인다.

 

 어떻게 아버지께서 그런 일을 하실 수가 있으십니까? 그 누구보다 이 집에 애착을 갖고 계신 것 아니셨습니까?

 

 이리 될 지 몰랐다.

 !

 

 지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연아.

 일단 지금은 너무 놀라서 마음을 추스르기가 어렵군요. 저 제 방에 가 있다가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연아!

 

 아버지가 한숨을 쉰다.

 

 네 어미를 살리려고 한 일이야. 그러려고 한 일이야.

 아버지의 손등으로 눈물이 떨어진다.

 

 

 

 하아.

 

 지연이 고개를 숙인다.

 

 이사를 가야하다니.

 지연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대연 군.

 더 이상 대연을 볼 수 없음에 지연은 다시 한 번 가슴이 아려온다.

 

 

 

 주인 어른.

 

 유 노인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마지막까지 어른을 모시면 아니되겠습니까?

 

 아닙니다.

 

 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유 노인을 안는다.

 

 그동안 참 감사했습니다.

 

 어른.

 

 아저씨.

 

 !

 

 유 노인의 눈이 동그래진다.

 

 , 주인 어른.

 언제나 이렇게 부르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제게 정말로 큰 힘이 되어주신 아저씨.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아저씨를 모시지 못하는 점에 굉장히 송구스럽습니다.

 

 주인 어른.

 유 노인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그동안 돌보아 드릴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저를 거두어주신 선대에 대한 보답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 한데.

 

 아니요.

 

 아버지가 고개를 젓는다.

 

 제 곁에 있어주신 것만 해도 아저씨께서는 정말로 큰 일을 해주신 겁니다.

 

 만일 이 종가가 다시 일어난다면 반드시 다시 불러주십시오.

 

 .

 

 할아버지.

 

 지연이 눈물을 글썽이며 유 노인의 품에 안긴다.

 

 아가씨.

 할아버지. 미안해요. 미안해요.

 

 아가씨.

 

 유 노인이 지연의 등을 토닥인다.

 

 요즘 아가씨를 보면 제 마음이 흐뭇합니다. 한 사람의 어른이 되어가고 계시기 때문이지요. 비록 이 종가에 계시지 않더라도, 이 종가의 마음을 반드시 지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종가를 반드시 되찾으시기 바랍니다.

 

 .

 

 지연이 눈물을 닦는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 지금은 이해해주시겠지요?

 

 .

 

 지연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아가씨께서 이리 우시면 저는 길을 떠나지 못합니다.

 

 흐윽. .

 

 지연이 억지로 입술을 �문다.

 

 그러면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버지의 눈시울도 붉어져 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유 노인이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사립을 벗어난다. 쓸쓸함만이 종가를 휩쓸었다.

 

 

 

 앞으로는 많이 힘들게다.

 

 .

 너도 알다시피 이 아비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오직 한 것은 글 공부요. 예절 공부니라. 이걸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는 반드시 지켜주겠다. 그러니 너는 그리 큰 마음을 쓰지 말거라.

 

 .

 허나,

 

 지연이 고개를 든다.

 

 전학은 불가피 할 것이다.

 

 .

 

 지연은 담담하게 대답한다.

 

 괜찮겠느냐?

 

 물론입니다.

 

 지연이 미소를 짓는다.

 

 괜찮습니다.

 

 

 

 유 노인

 

 88. 남자

 오랫동안 지연의 집안에서 집사 노릇을 하면서 살아왔다. 지연의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있었던 사람. 지연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이 종가에 대하여 애착이 굉장히 크다. 진심으로 이 집안의 가족들을 걱정하고 아끼고 있다. 가족들에게도 단순히 집사가 아닌 하나의 가족으로 대우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