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 [마흔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5. 29. 01:09

 

 

 우리, 사랑해!

 

 

 마흔세 번째 이야기

 

 잠시만, 안녕. 5

 

 

 

 방에 갈까?

 

 우리 그냥 여기 앉아 있으면 안 돼?

 왜 안 되겠나?

 

 승연이 쪼그려 앉는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되게 조금 사겼다.

 

 그라네.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도 우리 사랑이 그 기간에 비례하지는 않으니까 된 거 아이가?

 

 그렇지.

 

 승연도 싱긋 웃는다.

 

 승연아.

 

 지원이 조심스럽게 승연의 손을 잡는다.

 

 2년 동안 혼자 잘 있을 수 있나?

 그럼. 오빠는 이 이승연을 뭘로 보고 있는 거야? 내가 그 짧은 기간도 혼자 못 견딜까봐?

 

 니가 잘 견딜 수 있다모 다행이지만서도.

 

 지원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승연의 머리를 쓸어 넘긴다.

 

 이제 니 머리도 못 쓸어주겠네.

 

 . 다른 남자들도 못 쓸게 짧게 깎을까?

 

 아이다.

 

 승연이 지원의 어깨에 기댄다.

 

 좋다.

 내도.

 

 지금 이 짧은 순간이 너무나도 미워.

 

 

 

 휴우. 이것들은 밤새 안 들어왔어?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도 아침이 오면 밥은 먹으러 들어와야 할 거 아니야? 나 참.

 

 ? 밥이 그렇게 중요해?

 

 엄마야.

 

 승연이 화장실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자. 혜지의 눈이 커다래진다.

 

 , 네가 어떻게 거기에 있냐?

 

 아주 세상 모르고 자더구만.

 

 때마침 주연이 상을 들고 들어서면서 혜지에게 한 마디 던진다.

 

 , 무슨.

 

 저희 새벽 2에 왔어요.

 으이구.

 

 혜지의 뒤에는 언제부터였는지 선재가 앉아 있었다.

 

 혜지 씨, 참말로 허당인갑네.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이제 곧 안녕이네요?

 

 그라네요.

 

 지원이 머리를 긁적인다.

 

 별로 군대 간다는 거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절실하게 느껴집니더. 이제 참말로 지가 군대를 가는 구나.

 

 지원이 어색하게 웃는다.

 

 2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 승연이 계속 좋은 친구로 남아 주십시오.

 

 말로만요?

 

 주연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게. 아까 그렇게 나를 놀려 놓고 말이야. 사람이 뭔가 바라는 게 있으면 그에 응당하는 걸 줘야 하는 거 아니야?

 

 , 무슨?

 

 지원이 당황하자 혜지와 주연이 서로를 보며 키득 거린다.

 

 아유 그만해 이것들아. 지원이 오빠는 순진해서 그러면 바로 당황한단 말이야. 오빠 아무 걱정하지마, 저 것들이 오빠한테 그냥 장난 치는 거야.

 그란기가?

 

 그럼.

 

 승연이 싱긋 웃고, 주연과 혜지에게 주먹을 흔들어 보인다.

 

 승연 씨 무서운 걸요?

 

 그 모습을 보고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아프면 안 돼.

 알았다.

 

 훈련소 앞. 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도 많았고, 연인끼리 온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친구 끼리 온 사람들도 있는 반면, 혼자서 당당하게 훈련소로 입소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제 어서 가래이.

 

 오빠 들어가는 거 봐야지.

 

 승연이 고개를 흔든다.

 

 이제 오랫동안 못 볼 텐데.

 뭐가 오래고? 석 달 있으면 본다.

 

 .

 

 순간 선재가 말 허리를 자른다.

 

 혹시 100일 휴가 말씀하시는 겁니까?

 

 .

 

 지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없어졌는데.

 

 ?

 

 뭐라꼬요?

 

 선재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거 군 복무 기간 짧아졌다고 폐지 됐잖아요. 기간이 꽤 흐른 걸로 알고 있었는데, 두 분은 모르셨나봐요.

 

 그란기 있었나?

 , 몰라.

 

 그란기 중요하나? 우리 마음이 중요하지.

 

 그럼.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사랑해.

 

 내도.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꽉 안았다.

 

 

 

 하여간 선재 씨도 거기서 꼭 그런 말을 하고 싶었어요?

 

 주연이 선재를 흘겨본다.

 

 아니 그래도 말을 할 건 말을 해줘야죠. 두 사람이 잘못된 지식을 알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러면 두 사람이 아무 것도 모른 채 100일을 손 꼽아 기다리다가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좌절하게 두라는 말이에요?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주연이 하늘을 보고 한숨을 쉰다.

 

 하여간 선재 씨는.

 

 너무 구박하지 말아요.

 

 그래 두 사람 그만해.

 

 혜지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두 사람 사랑 싸움은 우리 서울에 가서 합시다.

 .

 

 알았어요.

 

 승연이 멍하니 창 밖을 보는 것을 혜지가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얘들아.

 

 ?

 

 ?

 나 다음 주에 뉴욕 가.

 

 승연이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