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 [season 1 마지막 이야기]

권정선재 2008. 5. 29. 01:09

 

 

 

 우리, 사랑해!

 

 

 마흔네 번째 이야기

 

 친구야, 사랑해!

 

 

 

 , , 그게 무슨 말이야?

 

 주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 맞아 갑자기 뉴욕이라니?

 

 혜지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미안, 이이 그렇게 됐어.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승연은 아무렇지도 않다.

 

 정말로 가는 겁니까?

 

 선재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었어요.

 

 ?

 

 어차피 지원 오빠도 없잖아.

 

 승연이 싱긋 웃는다.

 

 사실 나 교환학생 신청해 놨었거든.

 

 너 그거 떨어졌다며.

 

 떨어졌지.

 

 그런데?

 

 부모님이 그러시더라고. 어차피 공부한 거 아까우니까 네가 알아서 미국 한 번 가면 어떻겠냐고, 어차피 내가 과도 패션 관련이니까 뉴욕과 밀라노는 한 번쯤 가봐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지원이 오빠 있으면 어차피 가기 힘들 테데 지금 가면 딱 좋잖아. 안 그래? 한국에서도 지금 슬럼프가 온 것 같고.

 

그런 이야기를 왜 지금 해?

 

 네들이 지원 오빠 앞에서 이야기 할까봐.

 

 나쁜 년.

 

 헤지가 승연을 노려본다.

 

 어떻게 그런 일을 너 혼자 결정할 수 있냐?

 

 그러게.

 

 정말 미안해.

 

 주연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정말 가는 거야?

 

 .

 

 승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연 씨 왜 그렇게 못 먹어요?

 

 입맛이 없어요.

 

 선재가 걱정어린 표정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혹시 승연 씨 때문이에요?

 

 주연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승연 씨 잘 되려고 가는 거잖아요. 주연 씨는 승연 씨 잘 되러 가는 게 그렇게 싫어요?

 그런 게 아니잖아요.

 

 알아요. 주연 씨가 승연 씨 얼마나 좋아하는 지.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지금 헤어진다고 평생 못 보는 건 아니잖아요. 어차피 돌아올 거잖아요. 잠시만 자신의 발전을 위해 보내주는 거잖아요.

 

 하지만.

 

 주연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너무 하잖아요. 우리한테 어떻게 말도 안하고 그럴 수가 있어요. 그래도 우리는 친구잖아요. 친구라면 그 정도는 상의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승연이는 혼자 결정했잖아요. 나라면 안 그래요. 내가 만약에 선재 씨가 군대를 가게 되고, 나의 발전을 위해서 유학을 떠나야 한다면, 나라면 먼저 그 둘하고 상의를 했을 거예요. 내겐 가장 소중한 친구들이니까요. 그런데, 승연이는 그러지 않았어요. 승연이는 나만큼 우리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선재가 주연의 옆에 앉아서, 주연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싼다.

 

 주연 씨랑 승연 씨랑 똑같아요. 두 사람 모두 세 사람의 우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요. 그래서 승연 씨가 더욱 말을 하지 못했을 지 몰라요. 뻔하잖아요. 두 사람이 알면 어떻게 나올 지 말이에요.

 

 선재 씨.

 

 승연 씨 보내줘요. 주연 씨가 이렇게 자꾸만 울고 있기만 하면, 분명 승연 씨도 개운한 마음으로 떠나지 못할 거예요. 결국에는 보낼 거잖아요. 그러니까 주연 씨가 힘을 좀 내요. 웃으면서 보내줘요.

 

 저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주연이 선재를 바라본다.

 

 그럼요.

 

 선재가 엄지로 주연의 눈물을 닦아 준다.

 

 제가 그 날 주연 씨 손 꼭 잡고 있을 게요. 그러니까 승연 씨 가는 거 웃으면서 보내줘요. 승연 씨 가고 나서 우는 건 내가 꼭 안아줄 테니까 괜찮잖아요. 안 그래요? 그러니까 주연 씨 웃어요.

 

 헤헤.

 

 주연이 싱긋 웃는다.

 

 정말 선재 씨 있어서 다행이다.

 

 저 듬직하죠?

 

 .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 왜 이렇게 시무룩해?

 

 ?

 

 혜지가 고개를 들자 병환이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게 보인다.

 

 너 어디 아파?

 , 아니.

 

논산 다녀온 이후로 말도 없어지고, 무슨 일 있었어?

 

 병환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무슨 일은.

 

 너 승연 씨 혹은 주연 씨랑 싸웠니?

 내가 어린애야. 친구들하고 싸운 걸로 토라져 있게.

 

 혜지가 병환을 작게 흘긴다.

 

 승연이가 유학 간대.

 유학?

 

 .

 

 어디로?

 

 뉴욕.

 

 혜지가 포크를 내려놓는다.

 

 어떻게 우리한테 상의 한 마디 없이 유학을 결정할 수가 있어. 정말 나빠.

 

 혜지야.

 

 병환이 혜지의 손을 잡는다.

 

 승연 씨도 다 너희를 생각해서 그런 걸 거야.

 

 ?

 

 두 사람 미리 마음 안 아프게 하려고 말이야. 두 사람 처음에는 반대를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승연 씨 보내줘야 할 거 아니야? 승연 씨를 위하는 일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승연 씨는 비밀로 했었는 지 몰라. 어차피 마음 아파해야 할 일 미리 알아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잖아.

 

 하지만.

 

 혜지야.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웃는 얼굴로 보내줘.

 

 오빠.

 

 그래야 승연 씨도 마음에 부담이 없지.

 .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게. 오빠.

 

 

 

 우리가 뭐 도와줄 건 없어?

 

 도와줄 거 없지. .

 

 승연이 싱긋 웃는다.

 

 쇼핑!

 

 .

 

 ?

 

 혜지와 주연이 서로를 마주본다.

 

 가서 필요한 것들 이것 저것 사야 할 거 아니야. 일단 간단하게 싸가기는 할 건데 말이야. 그래도 꼭 필요한 것들은 사야지.

 그런가?

 

 오케이.

 

 혜지가 소매를 걷어 부친다.

 

 쇼핑하면 또 우리 아니겠어?

 

그렇지.

 

 

 

 , 다리 아파.

 

나도.

 

 .

 세 여자가 입에는 3줄 천 원 짜리 요구르트를 물고 다리를 두드리고 있다.

 

 그래도 우리 오늘 정말 재밌었다.

 

 그러게.

 

 주연이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이렇게 재밌는 쇼핑 이제 못하는 거야?

 

왜 못 해?

 

 승연이 주연의 손을 잡는다.

 

 나 뉴욕으로 아주 들어가는 거 아니잖아. 곧 돌아올 거야. 그리고 정 내가 보고 싶으면 너희가 뉴욕으로 날아와도 되고 말이야. 그거 좋네. 내가 뉴욕 좋은 데 다 알아 둘 테니까 두 사람 손 꼭 잡고 날아오라고.

 

.

 

 .

 세 여자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내일이지?

 

 .

 

 조금 늦게 가지.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9월에 학기가 시작되서 이것저것 준비할게 많아. 미리 Part time job도 구해놔야 하잖아. 그러니까 갈래.

 

 정말 안녕이네.

 

 그렇네.

 승연이 싱긋 웃는다.

 

 내일 올 거지?

 

 당연하지.

 

 주연이 승연의 볼을 꼬집는다.

 

 그런데 오늘 우리 이대로 들어가기는 너무 아쉽지 않아?

 

그지?

 

 그러면 쬐끔만 마시고 들어갈까?

 

 오케이!

 

 !

 주연이 눈을 질끈 감고 외치자 혜지와 승연이 웃음을 터뜨린다.

 

 

 

 오랫동안 안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승연 씨가 좋은 분이라는 거 알 수 있을 거 같네요. 뉴욕에서 건강하세요. 이거는 제가 뉴욕에 있을 때 정말 유용하게 썼던 책이에요.

 

어머 고마워요.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만일, 뉴욕에서 집 구하는 게 조금 문제가 될 거 같으면 저를 부르도록 하세요. 제가 날아갈게요.

 

말 뿐이라도 너무 감사한 걸요.

 

말 뿐이 아니라는 걸 알면 더 고마워하실 거예요.

 

알았어요.

 

 승연이 싱긋 웃고, 선재와 작게 포옹한다.

 

 승연아.

 

 . 주연아.

 

 너 없으면 나 누구랑 치즈 케이크 먹지?

 

 혜지랑 먹어.

 

혜지는 살 찐다고 안 먹는단 말야.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빨리 와야 해.

 알았어.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올게.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쁜 년.

 

나 정말 오래 살겠다. 너한테 욕 많이 먹어서.

 

.

 

 주연이 승연을 꼭 안았다가 놔준다.

 

 건강해.

 

 알았어.

 

 승연아.

 

 혜지야.

 

 혜지가 승연을 꽉 안았다. 그리고 울기만 한다.

 

 바보 같은 계집애. 왜 안고 울기만 하냐?

 

 이렇게 안고 울지도 못할 거니까.

 

 얘들아.

 

 그 말을 듣고 주연도 울먹 거린다. 그렇게 세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다.

 

 

 

 .

 

 얼마나 흘렀을까? 선재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승연 씨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 되어가시는 것 같아요. 조금 진정하시고. 준비하시는 게 어때요?

 

헤헤.

 

 세 여자가 떨어져서 눈물을 닦는다.

 

 너 가서 남자 사귀면 안 돼. 지원 오빠 쇼크 먹어서 죽는다.

 

알아. 내가 그럴 애야.

 

 인천에서 출발하는

 

 마침 안내방송이 나왔다.

 

 너희 게이트까지는 오지마. 나 또 울 거 같으니까. 우리 여기서 헤어지자.

 

 그래.

 우리 원이조 2있다 뭉치는 거야.

 

오케이.

 

 .

 

 세 여자가 다시 한 번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서 토닥였다.

 

 그럼 나 정말 갈게!

 

 안녕!

 

 잘가!

 

 그렇게 승연이 멀어졌다.

 

 

 

 .

 

 승연이 비행기에 앉아서 떨리는 마음으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시작.

 

 승연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