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 [마흔한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5. 29. 01:04

 

 

 

 우리, 사랑해!

 

 

 마흔한 번째 이야기

 

 잠시만, 안녕. 3

 

 

 

 너 그게 다 뭐야?

 

 승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니 논산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리잖아. 우리 다섯 사람 가는 길에 좀 무료할 것도 같고 말이야.

 

 주연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래도 이거 너무 많잖아? 다 어떻게 먹으려고 그래?

 

 주연이 커다란 보따리를 가지고 오는 바람에 약간 소란이 생겼다. 분명 과자로 한 가득일 것 같은 짐이었다.

 

 제가 다 먹을게요.

 

 선재 씨.

 

 승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난 몰라. 두 사람이 알아서 다 먹든지 해. 아니 가다가 휴게소도 들리면 되지, 무슨 여행 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어차피 오늘 밤 새고 올 거라면서?

 

 그래도.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이건 좀 아니다.

 

 너네 왜 그러냐? 먹을 거 많으면 좋은 거지? 안 그래? 승연이 너도 가면서 뭐 먹을 거면서 왜 그래?

 

아니. 주연이 얘가 좀 미련하게.

 

 ?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내가 미련해.

 

 주연 씨 하나도 안 미련해요. 그러니까 진정해요.

 

 선재가 바로 주연을 뒤에서 안는다.

 

 이승연 너 진짜 나빠.

 

 주연아 네가 참아. 오늘 지원이 오빠 가는 날이라서 승연이가 조금 예민한 가봐. 너 이해할 수 있지.

 

.

 

 주연이 볼을 부풀린다.

 

 진짜 오늘만 참는다.

 

 아 몰라.

 

 승연이 이마를 짚는다.

 

 어떻게 할까?

 

 자리?

 

 .

 

 혜지가 박수를 친다.

 

 여자 셋이 뒤에 타고, 남자 둘이 앞에 타는 거 어때?

 

 그래도 오늘 승연이랑 지원 씨 마지막 날인데?

 

 주연의 말에 혜지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괜찮아.

 

 승연이 냉큼 뒤에 올라 탄다.

 

 원래 상전들이 뒤에 타는 거래.

 

.

 

 좋았어.

 

 누가 아니래요?

 

 선재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나저나 지원이 오빠는 왜 안 와?

 

 그러게?

 

 때마침 멀리서 지원이 뛰어온다.

 

 오빠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테이. 미안합니다.

 

 지원이 비니를 쓴 것을 보고 승연의 눈이 커다래졌다.

 

 , 설마.

 

 머리 깎고 왔데이.

 

 지원이 모자를 벗자, 승연이 입을 가린다.

 

 어머.

 

 ?

 

 지원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주연 씨랑 혜지 씨도 그래 보지 마이소. 지 부끄럽습니더. 이 머리 한 거 처음이라서 어색할 깁니다.

 

 아니에요.

 

 주연이 도리질 한다.

 

 너무 멋있으세요.

 

 맞아요.

 

 혜지가 주연의 말을 받는다.

 

 정말 남자다워 보여요.

 

 주연 씨.

 

 선재가 볼멘 소리를 한다.

 

 그럼 저도 밀까요?

 

 아니 그건 아니고.

 

 ?

 

 푸하하.

 

 자칫 우울할 수도 있는 분위기가 주연 덕에 많이 밝아 졌다.

 

 

 

 후아.

 

 좋다.

 

 논산에 도착하니 어느덧 저녁이다.

 

 우리 방부터 구할까? 요기부터 할까?

 

 뭘 걱정해요? 방은 남자들이 구하고, 식당은 여자들이 찾아놓으면 돼죠.

 

 오케이.

 

 선재의 말에 혜지가 바로 맞장구 치다.

 

좋아요. 그러면 방 구하고 문자 줘요. 우리 식당에 자리 잡고 있을게요.

 

 알았어요.

 

 선재가 지원을 이끌고 사라졌다.

 

 그럼 우리 셋이서 식당을 찾아볼까?

 

 오케이!

 

 승연과 주연, 혜지가 팔짱을 끼고 걸었다.

 

 

 

 참 힘드시겠어요.

 

 ?

 

 지원이 고개를 든다.

 

 2년 동안이나 승연 씨를 못 보시는 거잖아요? 두 분 사이 참 좋아 보이는데 말이죠. 서로가 보고파서 어쩌죠?

 

 그러게 말입니더.

 

 지원이 쓸쓸하게 웃는다.

 

 차라리 승연이에게 다른 남자라도 생겼으면 하는데, 승연이 성격에 그라지는 않을 거 같고 걱정입니더.

 

 왜 남자가 생기길 바라시는 거예요?

 

 선재가 지원을 쳐다본다.

 

 승연이가 생각보다 약합니더.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가는 누군가가 옆에서 든든히 버텨줘야 합니더. 아니면 속으로 곪고 또 곪아서 썩어 문드러질 가슴을 지닌 아입니더.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거 까지 혼자 다 감당할라고 해서 안 됩니더. 그래서 승연이에게는 든든한 누군가가 있어줘야만 합니더.

 

 지원 씨가 하면 되잖아요.

 

 지는 옆에 못 있잖아예.

 

 지원이 하늘을 본다.

 

지 욕심입니더.

 

 뭐가요?

 

 승연이 기다리기를 바라는 거 말입니더. 솔직히 어느 여자가 기다리겠습니꺼? 기다린다고 해도, 그건 아이라고 봅니더. 그기 무슨 청승인교? 승연이가 차라리 진심으로 다른 남자 만났으면 좋겠심더.

 

 과연 승연 씨도 그럴까요?

 

 선재가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어떡해?

 

그러게.

 

 입소 전 날이라서 그런지, 식당은 빈 자리가 한 군데도 없었다. 세 사람이 정확히 저녁 시간을 맞추어 온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어쩌지?

 

 우리 그냥 남자들이 방 구하면 그 앞에서 뭐라도 만들어 먹을까?

 

 이 근처에는 패스트 푸드 점이나 피자 가게 없나?

 

 .

 

 승연이 비명을 지른다.

 

 오빠 군대 가는데 그런 거 먹여서 보내야 겠냐?

 

 맞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어떡하지?

 

 설렁탕 집 있는데.

 

 설렁탕?

 

 승연이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먹어도 될까?

 안 죽어.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방 구하려고 하는데요.

 

 ?

 

 주인 할머니로 보이시는 분이 지원과 선재를 본다.

 

 몇 개나?

 

 두 개요.
 

어쩌지?

 

 왜요?

 

 오늘 방이 다 나갔어.

 

 그래요?

 

 선재가 입술을 깨문다.

 

 이 근처에 다른 여관이나 민박 집은 없나요?

 

 다 사정이 마찬가지여. 어차피 남자 둘인데 그냥 한 방에 머물지.

 

아니, 일행이 더 있어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지원 씨 어쩌죠?

 우얍니꺼. 일단 방을 구해야죠. 여자들 방에서 재우고, 우리는 차에서 자면 안 되겠습니꺼?"

 

 저야 괜찮지만.

 

 지도 괜찮심더.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할매 방 주이소.

 

 5만원입니다.

 

 선재가 돈을 낸다.

 

 이제 우리는 밥 먹으러 가 볼까요?

 

 그라믄 되겠네요.

 

 

 

 소은 씨.

 

 ?

 

 강 대리가 머뭇 거린다.

 

 말씀 하세요?

 

 소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 아니에요.

 

 ?

 소은이 커다란 눈을 깜빡 거린다.

 

 무슨 일인데요?

 

 저 혹시.

 

 ?

 

 남자 친구 있으세요?

 

 제가 남자 친구가 어딨어요?

 

 소은이 싱긋 웃는다.

 

 저 혹시 저와 사귀실래요?

 

 ?

 

 소은의 눈동자가 동그래진다.

 

 , 그게 무슨?

 

 저 소은 씨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저와 사귀면 안 되겠습니까?

 

 !

 

 강 대리의 눈이 애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