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마흔한 번째 이야기
잠시만, 안녕. 3
“너 그게 다 뭐야?”
승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니 논산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리잖아. 우리 다섯 사람 가는 길에 좀 무료할 것도 같고 말이야.”
주연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래도 이거 너무 많잖아? 다 어떻게 먹으려고 그래?”
주연이 커다란 보따리를 가지고 오는 바람에 약간 소란이 생겼다. 분명 과자로 한 가득일 것 같은 짐이었다.
“제가 다 먹을게요.”
“선재 씨.”
승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난 몰라. 두 사람이 알아서 다 먹든지 해. 아니 가다가 휴게소도 들리면 되지, 무슨 여행 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어차피 오늘 밤 새고 올 거라면서?”
“그래도.”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이건 좀 아니다.”
“너네 왜 그러냐? 먹을 거 많으면 좋은 거지? 안 그래? 승연이 너도 가면서 뭐 먹을 거면서 왜 그래?”
“아니. 주연이 얘가 좀 미련하게.”
“뭐?”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내가 미련해.”
“주연 씨 하나도 안 미련해요. 그러니까 진정해요.”
선재가 바로 주연을 뒤에서 안는다.
“
“주연아 네가 참아. 오늘 지원이 오빠 가는 날이라서 승연이가 조금 예민한 가봐. 너 이해할 수 있지.”
“치.”
주연이 볼을 부풀린다.
“진짜 오늘만 참는다.”
“아 몰라.”
승연이 이마를 짚는다.
“어떻게 할까?”
“자리?”
“응.”
혜지가 박수를 친다.
“여자 셋이 뒤에 타고, 남자 둘이 앞에 타는 거 어때?”
“그래도 오늘 승연이랑 지원 씨 마지막 날인데?”
주연의 말에 혜지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괜찮아.”
승연이 냉큼 뒤에 올라 탄다.
“원래 상전들이 뒤에 타는 거래.”
“킥.”
“좋았어.”
“누가 아니래요?”
선재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나저나 지원이 오빠는 왜 안 와?”
“그러게?”
때마침 멀리서 지원이 뛰어온다.
“오빠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테이. 미안합니다.”
지원이 비니를 쓴 것을 보고 승연의 눈이 커다래졌다.
“서, 설마.”
“머리 깎고 왔데이.”
지원이 모자를 벗자, 승연이 입을 가린다.
“어머.”
“와?”
지원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주연 씨랑 혜지 씨도 그래 보지 마이소. 지 부끄럽습니더. 이 머리 한 거 처음이라서 어색할 깁니다.”
“아니에요.”
주연이 도리질 한다.
“너무 멋있으세요.”
“맞아요.”
혜지가 주연의 말을 받는다.
“정말 남자다워 보여요.”
“주연 씨.”
선재가 볼멘 소리를 한다.
“그럼 저도 밀까요?”
“아니 그건 아니고.”
“뭐?”
“푸하하.”
자칫 우울할 수도 있는 분위기가 주연 덕에 많이 밝아 졌다.
“후아.”
“좋다.”
논산에 도착하니 어느덧 저녁이다.
“우리 방부터 구할까? 요기부터 할까?”
“뭘 걱정해요? 방은 남자들이 구하고, 식당은 여자들이 찾아놓으면 돼죠.”
“오케이.”
선재의 말에 혜지가 바로 맞장구 치다.
“좋아요. 그러면 방 구하고 문자 줘요. 우리 식당에 자리 잡고 있을게요.”
“알았어요.”
선재가 지원을 이끌고 사라졌다.
“그럼 우리 셋이서 식당을 찾아볼까?”
“오케이!”
승연과 주연, 혜지가 팔짱을 끼고 걸었다.
“참 힘드시겠어요.”
“네?”
지원이 고개를 든다.
“2년 동안이나 승연 씨를 못 보시는 거잖아요? 두 분 사이 참 좋아 보이는데 말이죠. 서로가 보고파서 어쩌죠?”
“그러게 말입니더.”
지원이 쓸쓸하게 웃는다.
“차라리 승연이에게 다른 남자라도 생겼으면 하는데, 승연이 성격에 그라지는 않을 거 같고 걱정입니더.”
“왜 남자가 생기길 바라시는 거예요?”
선재가 지원을 쳐다본다.
“승연이가 생각보다 약합니더.”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가는 누군가가 옆에서 든든히 버텨줘야 합니더. 아니면 속으로 곪고 또 곪아서 썩어 문드러질 가슴을 지닌 아입니더.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거 까지 혼자 다 감당할라고 해서 안 됩니더. 그래서 승연이에게는 든든한 누군가가 있어줘야만 합니더.”
“지원 씨가 하면 되잖아요.”
“지는 옆에 못 있잖아예.”
지원이 하늘을 본다.
“지 욕심입니더.”
“뭐가요?”
“승연이 기다리기를 바라는 거 말입니더. 솔직히 어느 여자가 기다리겠습니꺼? 기다린다고 해도, 그건 아이라고 봅니더. 그기 무슨 청승인교? 승연이가 차라리 진심으로 다른 남자 만났으면 좋겠심더.”
“과연 승연 씨도 그럴까요?”
선재가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어떡해?”
“그러게.”
입소 전 날이라서 그런지, 식당은 빈 자리가 한 군데도 없었다. 세 사람이 정확히 저녁 시간을 맞추어 온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어쩌지?”
“우리 그냥 남자들이 방 구하면 그 앞에서 뭐라도 만들어 먹을까?”
“이 근처에는 패스트 푸드 점이나 피자 가게 없나?”
“야.”
승연이 비명을 지른다.
“오빠 군대 가는데 그런 거 먹여서 보내야 겠냐?”
“맞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어떡하지?”
“설렁탕 집 있는데.”
“설렁탕?”
승연이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먹어도 될까?”
“안 죽어.”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방 구하려고 하는데요.”
“방?”
주인 할머니로 보이시는 분이 지원과 선재를 본다.
“몇 개나?”
“두 개요.”
“어쩌지?”
“왜요?”
“오늘 방이 다 나갔어.”
“그래요?”
선재가 입술을 깨문다.
“이 근처에 다른 여관이나 민박 집은 없나요?”
“다 사정이 마찬가지여. 어차피 남자 둘인데 그냥 한 방에 머물지.”
“아니, 일행이 더 있어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지원 씨 어쩌죠?”
“우얍니꺼. 일단 방을 구해야죠. 여자들 방에서 재우고, 우리는 차에서 자면 안 되겠습니꺼?"”
“저야 괜찮지만.”
“지도 괜찮심더.”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할매 방 주이소.”
“5만원입니다.”
선재가 돈을 낸다.
“이제 우리는 밥 먹으러 가 볼까요?”
“그라믄 되겠네요.”
“소은 씨.”
“네?”
강 대리가 머뭇 거린다.
“말씀 하세요?”
소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 아니에요.”
“에?”
소은이 커다란 눈을 깜빡 거린다.
“무슨 일인데요?”
“저 혹시.”
“네?”
“남자 친구 있으세요?”
“제가 남자 친구가 어딨어요?”
소은이 싱긋 웃는다.
“저 혹시 저와 사귀실래요?”
“네?”
소은의 눈동자가 동그래진다.
“그, 그게 무슨?”
“저 소은 씨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저와 사귀면 안 되겠습니까?”
“!”
강 대리의 눈이 애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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