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마흔두 번째 이야기
잠시만, 안녕! 4
“아니 너는 찜찜하다는 애가 제일 잘 먹냐?”
“헤헤.”
승연이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다.”
“그지.”
“주연 씨도 맛있게 잘 먹었어요?”
“네.”
주연과 선재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다.
“어머. 이것들 봐. 나도 병환 오빠 있어.”
혜지가 두 커플을 흘긴다.
“너희들 먼저 선재 씨랑 방에 가 있어. 나랑 지원 오빠는 좀 걸을게.”
“저희도 좀 걸을게요. 혜지 씨 먼저 방에 가 계세요.”
“알았어.”
혜지가 성큼성큼 방으로 발을 옮긴다.
“저희는 이쪽으로 갈 건데.”
“그라믄 저희는 이쪽으로 가겠심더.”
지원과 선재가 짧게 목례를 하고, 주연과 승연이 손을 흔든다.
“주연 씨.”
“네?”
“내가 군대를 가도 주연 씨 이렇게 와줄 거예요?”
“당연하죠.”
주연이 선재의 손을 꼭 잡는다.
“선재 씨가 보기에 내가 안 올 거 같아요?”
“아니요.”
선재가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너무 힘들잖아요.”
“뭐가 힘들어요? 와서 하루 놀다 가는 건데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선재 씨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좋아요.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봐요?”
“그러게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주연 씨 그때는 미안했어요.”
“네?”
주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언제?”
“우리 데이트 한 날이요. 주연 씨가 늦을 수도 있는데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화부터 낸 거 같아요, 정말 미안해요.”
“아니에요.”
주연이 고개를 숙인다.
“내가 잘못했는 걸요. 늦어놓고서도 너무나도 뻔뻔했잖아요. 헤헤. 앞으로는 다시 늦지 않을게요. 정말 미안해요.”
“아니에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오빠.”
“와?”
“오빠 머리 깎으니까 정말로 실감이 난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지원이 오빠가 내일 정말로 군대를 가는 구나.”
“킥.”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그라모 니는 안 믿겼다 말이가?”
“응.”
승연이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말이야. 믿길 리가 없잖아. 갑자기 군대를 간다고 한 거니까. 그런데 오빠가 머리를 깎으니까 여기가 탁 막혀.”
승연이 자신의 오른 손을 왼쪽 가슴에 얹는다.
“이제 이 사람을 당분간은 못 보겠구나.”
“승연아.”
승연이 미소 짓는다.
“그래도 나 조금은 괜찮아 졌어.”
“와?”
“매일 편지할 거니까.”
승연이 싱긋 웃으며 지원에게 팔짱을 낀다.
“오빠는 매일 답장을 할 필요 없어. 그냥 내 편지 받고 하루하루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알았지?”
“니 안 그래도 된다.”
“어?”
승연이 고개를 든다.
“무슨 말이야?”
“니 그리 고생 안 해도 된단 말이다.”
지원이 승연의 눈을 본다.
“솔직히 말하모, 내는 니한테 다른 남자가 생겼으면 한다.”
“!”
“진심이데이.”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내가 어차피 니를 못 지켜줄 바에는 차라리 다른 남자가.”
‘짝’
승연의 손이 지원의 뺨을 스친다.
“어, 어떻게.”
승연의 어깨가 떨린다.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내가 오빠를 얼마나, 얼마나 좋아하는데! 오빠가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어! 오빠가 이러면 안 되지! 그러면 여기까지 와준 주연이랑 혜지, 그리고 선재 씨는 뭐가 돼? 차 빌려준 병환이 오빠 우리 다섯 명은 바보가 되는 거야? 그런 거야?”
“승연아.”
“오빠 그런 말 하지마.”
승연의 눈이 굵은 눈물방울이 맺힌다.
“차라리 오빠한테 다른 여자가 생겼다면 내가 그냥 떠나줄게. 하지만 자꾸 나를 위해서 나보고 가라고 하지마. 오빠가 정말 나를 위하는 거라면, 나 계속 오빠 옆에 있게 해주면 되는 거야. 괜히 어렵게 생각하려고 하지마. 오빠가 그런 말을 하면 할수록 나는 늪에 빠지고 있는 거 같아.”
“승연아, 미안테이.”
지원이 승연을 안는다.
“내 생각이 좀 짧았다.
“다시는,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오빠가 그런 말 할때마다 내 마음이 조금씩 파도에 부서지는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알았지?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알았다.”
지원이 승연의 등을 토닥인다.
“울지 마래이.”
“지금이 몇 신데 안 들어와?”
혜지가 볼을 부풀린다.
“하여간, 누구는 남자친구 없냐고! 아우, 병환 오빠 데리고 왔어야 해. 하여간 이것들은 친구가 따라왔으면 친구 한 번 챙겨야 할 거 아니야.”
혜지가 베개를 안고 드러눕는다.
“에라이.”
혜지가 주연의 가방을 뒤적거려서 과자를 꺼낸다.
“모르겠다.”
그리고 와구와구 과자를 씹어 먹는 혜지다.
“소은 씨 많이 놀랐어요?”
“조, 조금요.”
소은이 애써 미소를 짓는다.
“솔직히 당황스럽네요.”
“죄송해요.”
강 대리가 고개를 숙인다.
“아니에요. 강 대리 님이 죄송할 일은 아니죠.”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솔직히 말씀해주셔서 저도 참 고마워요.”
“소은 씨.”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소은이 강 대리를 바라본다.
“지금은, 지금은 아니에요.”
“그럼 지금이 아니라면 괜찮다는 겁니까?”
소은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건 잘 모르겠네요.”
“그럼 저는 소은 씨 말만 믿겠습니다.”
“킥.”
소은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데 이렇게 갓길에 오래 세워놓다가 딱지 받는 거 아니에요?”
“아, 아.”
강 대리가 허둥지둥대는 모습을 보는 소은은 우습기만 할 뿐이다.
“얘는 왜 전화가 없어.”
병환이 시계를 본다.
“뭐야? 벌써
병환이 조심스럽게 전화를 건다.
“하암. 심심해.”
혜지가 바닥을 뒹굴거리고 있다.
‘전화왔다’
혜지가 전화가 오자 마자 전화기의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어, 여보세요?”
“오빠!”
혜지가 울상을 짓는다.
“왜?”
“왜 이제 전화해?”
“네가 전화를 하면 되잖아.”
“오빠 일하잖아.”
혜지가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아니 주연이랑 승연이랑 나 혼자 방에 두고 선재 씨랑 지원이 오빠랑 나가 버리잖아. 나 혼자 방에서 심심해서 죽는 줄 알았어.”
“전화 하지.”
“오빠 방해하면 안 되잖아.”
“네가 나한테 무슨 방해가 돼?”
“헤헤.”
혜지가 싱긋 웃는다.
“오빠 언제 끝나?”
“글쎄다.”
병환이 일거리를 넘겨본다.
“한 두 시.”
“그럼 끊자.”
“왜?”
“나랑 통화하면 더 오래 걸리잖아.”
“갠찮은데.”
“아니야.”
혜지가 싱긋 웃는다.
“이렇게 오빠 목소리 들었으니까 됐어. 끊자.”
“너 혼자 있을 수 있어?”
“그럼.”
“알았어. 그러면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
“그래.”
전화가 끊기고 혜지가 한숨을 쉰다.
“하여간 이것들 들어오기만 해 봐.”
혜지가 문을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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