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 [마흔두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5. 29. 01:07

 

 

 

 우리, 사랑해!

 

 

 마흔두 번째 이야기

 

 잠시만, 안녕! 4

 

 

 

 아니 너는 찜찜하다는 애가 제일 잘 먹냐?

 

 헤헤.

 

 승연이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다.

 

 그지.

 

 주연 씨도 맛있게 잘 먹었어요?

 

 .

 

 주연과 선재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다.

 

 어머. 이것들 봐. 나도 병환 오빠 있어.

 

 혜지가 두 커플을 흘긴다.

 

 너희들 먼저 선재 씨랑 방에 가 있어. 나랑 지원 오빠는 좀 걸을게.

 

 저희도 좀 걸을게요. 혜지 씨 먼저 방에 가 계세요.

 알았어.

 

 혜지가 성큼성큼 방으로 발을 옮긴다.

 

 저희는 이쪽으로 갈 건데.

 

 그라믄 저희는 이쪽으로 가겠심더.

 

 지원과 선재가 짧게 목례를 하고, 주연과 승연이 손을 흔든다.

 

 

 

 주연 씨.

 ?

 

 내가 군대를 가도 주연 씨 이렇게 와줄 거예요?

 

 당연하죠.

 

 주연이 선재의 손을 꼭 잡는다.

 

 선재 씨가 보기에 내가 안 올 거 같아요?

 아니요.

 

 선재가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너무 힘들잖아요.

 뭐가 힘들어요? 와서 하루 놀다 가는 건데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선재 씨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좋아요.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봐요?

 
그러게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주연 씨 그때는 미안했어요.

 

 ?

 주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언제?

 

 우리 데이트 한 날이요. 주연 씨가 늦을 수도 있는데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화부터 낸 거 같아요, 정말 미안해요.

 

 아니에요.

 주연이 고개를 숙인다.

 

 내가 잘못했는 걸요. 늦어놓고서도 너무나도 뻔뻔했잖아요. 헤헤. 앞으로는 다시 늦지 않을게요. 정말 미안해요.

 

 아니에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오빠.

 

 ?

 

 오빠 머리 깎으니까 정말로 실감이 난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지원이 오빠가 내일 정말로 군대를 가는 구나.

 

 .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그라모 니는 안 믿겼다 말이가?

 

 .

 승연이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말이야. 믿길 리가 없잖아. 갑자기 군대를 간다고 한 거니까. 그런데 오빠가 머리를 깎으니까 여기가 탁 막혀.

 

 승연이 자신의 오른 손을 왼쪽 가슴에 얹는다.

 

 이제 이 사람을 당분간은 못 보겠구나.

 

 승연아.

 

 승연이 미소 짓는다.

 

 그래도 나 조금은 괜찮아 졌어.

 

 ?

 

 매일 편지할 거니까.

 

 승연이 싱긋 웃으며 지원에게 팔짱을 낀다.

 

 오빠는 매일 답장을 할 필요 없어. 그냥 내 편지 받고 하루하루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알았지?

 니 안 그래도 된다.

 

 ?

 

 승연이 고개를 든다.

 

 무슨 말이야?

 

니 그리 고생 안 해도 된단 말이다.

 

 지원이 승연의 눈을 본다.

 

 솔직히 말하모, 내는 니한테 다른 남자가 생겼으면 한다.

 

 !

 

 진심이데이.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내가 어차피 니를 못 지켜줄 바에는 차라리 다른 남자가.

 

 

 승연의 손이 지원의 뺨을 스친다.

 

 , 어떻게.

 

 승연의 어깨가 떨린다.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내가 오빠를 얼마나, 얼마나 좋아하는데! 오빠가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어! 오빠가 이러면 안 되지! 그러면 여기까지 와준 주연이랑 혜지, 그리고 선재 씨는 뭐가 돼? 차 빌려준 병환이 오빠 우리 다섯 명은 바보가 되는 거야? 그런 거야?

 

 승연아.

 

 오빠 그런 말 하지마.

 

 승연의 눈이 굵은 눈물방울이 맺힌다.

 

 차라리 오빠한테 다른 여자가 생겼다면 내가 그냥 떠나줄게. 하지만 자꾸 나를 위해서 나보고 가라고 하지마. 오빠가 정말 나를 위하는 거라면, 나 계속 오빠 옆에 있게 해주면 되는 거야. 괜히 어렵게 생각하려고 하지마. 오빠가 그런 말을 하면 할수록 나는 늪에 빠지고 있는 거 같아.

 

승연아, 미안테이.

 

 지원이 승연을 안는다.

 

 내 생각이 좀 짧았다.

 

 다시는,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오빠가 그런 말 할때마다 내 마음이 조금씩 파도에 부서지는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알았지?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알았다.

 지원이 승연의 등을 토닥인다.

 

 울지 마래이.

 

 

 

 지금이 몇 신데 안 들어와?

 

 혜지가 볼을 부풀린다.

 

 하여간, 누구는 남자친구 없냐고! 아우, 병환 오빠 데리고 왔어야 해. 하여간 이것들은 친구가 따라왔으면 친구 한 번 챙겨야 할 거 아니야.

 

 혜지가 베개를 안고 드러눕는다.

 

 에라이.

 

 혜지가 주연의 가방을 뒤적거려서 과자를 꺼낸다.

 

모르겠다.

 

 그리고 와구와구 과자를 씹어 먹는 혜지다.

 

 

 

 소은 씨 많이 놀랐어요?

 

 , 조금요.

 

 소은이 애써 미소를 짓는다.

 

 솔직히 당황스럽네요.

 

 죄송해요.

 

 강 대리가 고개를 숙인다.

 

 아니에요. 강 대리 님이 죄송할 일은 아니죠.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솔직히 말씀해주셔서 저도 참 고마워요.

 

 소은 씨.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소은이 강 대리를 바라본다.

 

 지금은, 지금은 아니에요.

 

 그럼 지금이 아니라면 괜찮다는 겁니까?

 

 소은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건 잘 모르겠네요.

 

 그럼 저는 소은 씨 말만 믿겠습니다.

 

 .

 

 소은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데 이렇게 갓길에 오래 세워놓다가 딱지 받는 거 아니에요?

 

, .

 

 강 대리가 허둥지둥대는 모습을 보는 소은은 우습기만 할 뿐이다.

 

 

 

 얘는 왜 전화가 없어.

 

 병환이 시계를 본다.

 

뭐야? 벌써 12야. 그러면 자고 있으려나?

 

 병환이 조심스럽게 전화를 건다.

 

 

 

 하암. 심심해.

 

 혜지가 바닥을 뒹굴거리고 있다.

 

 전화왔다

 

 혜지가 전화가 오자 마자 전화기의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오빠!

 

 혜지가 울상을 짓는다.

 

 ?

 

 왜 이제 전화해?

 네가 전화를 하면 되잖아.

 

 오빠 일하잖아.

 

 혜지가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아니 주연이랑 승연이랑 나 혼자 방에 두고 선재 씨랑 지원이 오빠랑 나가 버리잖아. 나 혼자 방에서 심심해서 죽는 줄 알았어.

 

전화 하지.

 

 오빠 방해하면 안 되잖아.

 

 네가 나한테 무슨 방해가 돼?

 

헤헤.

 

 혜지가 싱긋 웃는다.

 

 오빠 언제 끝나?

 

 글쎄다.

 

 병환이 일거리를 넘겨본다.

 

 한 두 시.

 그럼 끊자.

 ?

 

 나랑 통화하면 더 오래 걸리잖아.

 갠찮은데.

 

 아니야.

 

 혜지가 싱긋 웃는다.

 

 이렇게 오빠 목소리 들었으니까 됐어. 끊자.

 너 혼자 있을 수 있어?

 그럼.

 

 알았어. 그러면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

 

 그래.

 

 전화가 끊기고 혜지가 한숨을 쉰다.

 

 하여간 이것들 들어오기만 해 봐.

 

 혜지가 문을 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