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마흔 번째 이야기
잠시만, 안녕 2
“오빠 머리 아직 안 깍아도 돼?”
“내일 가서 깎으면 된다.”
지원이 어색하게 웃는다.
“와? 내 머리 깎은 거 보고 싶나?”
“아니.”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오빠는 머리 안 깎은 게 훨씬 예뻐. 그래서 나는 솔직히 오빠가 머리를 안 깎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안 깎을 수는 없는 거잖아. 맞지?”
“하모.”
“그래서 내가 이걸 준비했어.”
승연이 가방에서 포장된 선물을 꺼낸다.
“이, 이기 뭐꼬?”
지원이 선물을 흔들어본다.
“그리 무거운 거 같지는 않은데?”
“뜯어봐.”
“그래도 되나?”
“응.”
지원이 미소를 지으며 포장지를 뜯는다.
“이기 뭐꼬? 아 비니 아이가?”
“응.”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빠 머리 짧으면 창피할까봐. 나 기특하지.”
“하모. 우리 승연이 정말로 기특하데이.”
지원이 승연을 꼭 안는다.
“미안테이. 니 옆에 몬 있어줘서 너무나도 미안테이. 2년간 니 외롭도록 혼자 내비둬서 참말로 미안테이.”
“아니야.”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오빠가 뭐가 미안해.”
“미안치. 니 못 지켜준다 아이가? 안 그렇나? 솔직히 니가 너무 이뻐서 내는 군대 가기 너무 두렵데이.”
“농담도.”
“농담 아이다.”
“알았어.”
승연이 지원의 품을 파고든다.
“따뜻해.”
“스, 승연아.”
“내일은 친구들 있어서 못 안길 거 같아서 이래. 나 오빠 품 마음껏 느끼고 싶단 말이야. 오빠는 싫어?”
“아니.”
지원이 승연을 더 포근히 감싼다.
“좋다.”
“내도.”
“군대 가서 정말 건강해야 해.”
“응.”
“나 오빠한테는 안 운다고 했는데, 내일 가서 펑펑 울어버릴 거 같아. 어쩌지? 나 가지 말까?”
“무슨 소리고?”
지원의 눈이 동그래진다.
“와 안 가는데?”
“오빠가 나 가서 우는 거 싫다며.”
“니는 괘안타.”
지원이 미소 짓는다.
“내 여자 친구는 울어도 괘안타. 그러니까 내일 꼭 같이 가재이. 알았재? 내일 펑펑 울어도 되니까. 같이 가재이.”
“그래.”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나 어떡하냐?”
“와?”
“벌써부터 눈물이 난다.”
“바보.”
승연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어떡하지? 나 자신이 없어.”
“무신 자신?”
“오빠 없이 2년을 버텨낼 자신. 나 앞으로는 누구한테 스타벅스 커피 사달라고 그러지? 나 누구한테 어리광 부리지?”
“전화하면 되잖아.”
“그래도.”
승연이 고개를 숙인다. 바닥에 눈물 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울지 말아라. 내일 또 울긴데, 벌써부터 울어서 진 다 빼면 우야노. 우리 이쁜 승연이 더 마르는 거 아이가?”
“킥. 내가 뭐가 말라?”
“니 얼마나 말랐는데, 니 모르나?”
“하아.”
승연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 낸다.
“나 왜 이렇게 바보 같니? 그 멋지고 당당하던
“여 앞에 있잖아.”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그 당당한 이승연도 내가 사랑하는
“응.”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나 알았어.”
“이제 그만 울그라.”
“응.”
승연이 억지로 눈물을 참아낸다.
“내일 부모님은 오지 말라고 해놨다.”
“왜?”
“니가 올낀데 부모님 오셔서 쓰겄나? 글구 어무이도 오시면 무조건 우실끼라. 내는 여자 둘이나 우는 거 못 본데이. 그래서 오늘 가족들이랑 이바구나 좀 하고 저녁이나 좀 먹기로 했다. 그래서 니캉 내캉 더 오랫동안 못있는다. 내 지금 들어가봐야 한데이. 니 혼자 집에 갈 수 있긋나?”
“응.”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미리 연습해야지.”
“그래.”
지원이 승연의 머리를 쓸어 넘긴다.
“이리도 연약한 아를 우예 혼자 두고 가냐는 말이다. 으이? 내 앞에서는 이리도 약한 아를 말이다.”
“헤헤.”
승연이 뒤로 한 발 물러선다.
“사랑해.”
“내도.”
“진짜진짜 사랑해.”
“내도 니 진짜 진짜 사랑한데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오직
“킥.”
승연이 까치발을 든다.
“사랑해.”
“내도.”
지원이 눈을 감고 승연에게 다가왔다.
‘
별과 함께 아름다운 입맞춤이 펼쳐졌다.
“소은 씨.”
“어머. 강 대리 님. 어쩐 일이세요?”
“이 근처 가다가요. 소은 씨 지금 퇴근하시는 거예요?”
“네.”
강 대리가 소은이 들고 있는 서류뭉치를 바라본다.
“타세요.”
“아니에요. 강 대리 님 집 저랑 반대시잖아요.”
“지금 짐이 많으시잖아요.”
강 대리가 미소를 짓는다.
“어서요.”
“하지만.”
“괜찮아요.”
소은이 혀를 살짝 빼문다.
“그러면 신세 좀 질게요.”
“물론이죠.”
소은이 뒷문을 열고 차에 올라 탄다.
“강 대리 님 차 처음 타보는 거 같아요.”
“저도 저 말고 다른 사람 태우는 거 처음이에요.”
“어머 영광이네요.”
소은이 싱긋 웃는다.
“어디 갔다 오시는 길이셨어요?”
“집에요.”
강 대리가 부드럽게 차를 몰았다.
“소은 씨 집이 어디셨죠?”
“서초동이요.”
“편안히 계세요. 제가 알아서 다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죠?”
“물론입니다.”
강 대리의 능청에 소은이 웃음을 터뜨린다.
“왜 웃으세요?”
“아니에요.”
소은이 싱긋 웃는다.
“정말 고마워요. 사실 택시를 타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아유 택시를 왜 타요?”
“왜요?”
“택시 위험하잖아요.”
“저는 괜찮아요.”
“소은 씨가 더 위험하죠. 얼마나 아름다우신데.”
“어머, 입에 없는 소리 하자 마세요.”
“아닌데.”
강 대리가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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