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 [마흔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5. 26. 17:06

 

 

 

 우리, 사랑해!

 

 

 마흔 번째 이야기

 

 잠시만, 안녕 2

 

 

 

 오빠 머리 아직 안 깍아도 돼?

 

 내일 가서 깎으면 된다.

 

 지원이 어색하게 웃는다.

 

 ? 내 머리 깎은 거 보고 싶나?

 

 아니.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오빠는 머리 안 깎은 게 훨씬 예뻐. 그래서 나는 솔직히 오빠가 머리를 안 깎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안 깎을 수는 없는 거잖아. 맞지?

 

 하모.

 그래서 내가 이걸 준비했어.

 

 승연이 가방에서 포장된 선물을 꺼낸다.

 

 , 이기 뭐꼬?

 

 지원이 선물을 흔들어본다.

 

 그리 무거운 거 같지는 않은데?

 

 뜯어봐.

 

 그래도 되나?

 

 .

 

 지원이 미소를 지으며 포장지를 뜯는다.

 

 이기 뭐꼬? 아 비니 아이가?

 

 .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빠 머리 짧으면 창피할까봐. 나 기특하지.

 

 하모. 우리 승연이 정말로 기특하데이.

 

 지원이 승연을 꼭 안는다.

 

 미안테이. 니 옆에 몬 있어줘서 너무나도 미안테이. 2년간 니 외롭도록 혼자 내비둬서 참말로 미안테이.

 

 아니야.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오빠가 뭐가 미안해.

 미안치. 니 못 지켜준다 아이가? 안 그렇나? 솔직히 니가 너무 이뻐서 내는 군대 가기 너무 두렵데이.

 

농담도.

 

농담 아이다.

 알았어.

 

 승연이 지원의 품을 파고든다.

 

 따뜻해.

 , 승연아.

 

 내일은 친구들 있어서 못 안길 거 같아서 이래. 나 오빠 품 마음껏 느끼고 싶단 말이야. 오빠는 싫어?

 

 아니.

 

 지원이 승연을 더 포근히 감싼다.

 

 좋다.

 

 내도.

 

 군대 가서 정말 건강해야 해.

 

 .

 

 나 오빠한테는 안 운다고 했는데, 내일 가서 펑펑 울어버릴 거 같아. 어쩌지? 나 가지 말까?

 

 무슨 소리고?

 

 지원의 눈이 동그래진다.

 

 와 안 가는데?

 오빠가 나 가서 우는 거 싫다며.

 

 니는 괘안타.

 

 지원이 미소 짓는다.

 

 내 여자 친구는 울어도 괘안타. 그러니까 내일 꼭 같이 가재이. 알았재? 내일 펑펑 울어도 되니까. 같이 가재이.

 

 그래.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나 어떡하냐?

 

 ?

 

벌써부터 눈물이 난다.

 

 바보.

 

 승연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어떡하지? 나 자신이 없어.

 

 무신 자신?

 

 오빠 없이 2년을 버텨낼 자신. 나 앞으로는 누구한테 스타벅스 커피 사달라고 그러지? 나 누구한테 어리광 부리지?

 

 전화하면 되잖아.

 

 그래도.

 승연이 고개를 숙인다. 바닥에 눈물 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울지 말아라. 내일 또 울긴데, 벌써부터 울어서 진 다 빼면 우야노. 우리 이쁜 승연이 더 마르는 거 아이가?

 

 . 내가 뭐가 말라?

 

 니 얼마나 말랐는데, 니 모르나?

 하아.

 

 승연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 낸다.

 

 나 왜 이렇게 바보 같니? 그 멋지고 당당하던 이승연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헤헤. 오빠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울기나 하고 말이야. 그렇게 당당하게 강지원한테 프러포즈 하던 이승연은 어디 갔지?

 여 앞에 있잖아.

 

 지원이 미소를 짓는다.

 

 그 당당한 이승연도 내가 사랑하는 이승연이고, 지금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승연도 내가 사랑하는 이승연이데이. 그리고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볼 수많은 이승연들도 모두 내가 사랑할 이승연이다. 그라니까 니는 아무 걱정 하지 말고, 내 앞에서 오랫동안 있어도. 알긋제?

 

 .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나 알았어.

 

 이제 그만 울그라.

 

 .

 

 승연이 억지로 눈물을 참아낸다.

 

 내일 부모님은 오지 말라고 해놨다.

 

 ?

 

 니가 올낀데 부모님 오셔서 쓰겄나? 글구 어무이도 오시면 무조건 우실끼라. 내는 여자 둘이나 우는 거 못 본데이. 그래서 오늘 가족들이랑 이바구나 좀 하고 저녁이나 좀 먹기로 했다. 그래서 니캉 내캉 더 오랫동안 못있는다. 내 지금 들어가봐야 한데이. 니 혼자 집에 갈 수 있긋나?

 

.

 

 승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미리 연습해야지.

 

 그래.

 

 지원이 승연의 머리를 쓸어 넘긴다.

 

 이리도 연약한 아를 우예 혼자 두고 가냐는 말이다. 으이? 내 앞에서는 이리도 약한 아를 말이다.

 

 헤헤.

 

 승연이 뒤로 한 발 물러선다.

 

 사랑해.

 

내도.

 

 진짜진짜 사랑해.

 

 내도 니 진짜 진짜 사랑한데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오직 이승연 니 하나 뿐이데이.

 .

 

 승연이 까치발을 든다.

 

 사랑해.

 

 내도.

 

 지원이 눈을 감고 승연에게 다가왔다.

 

 Chu

 

 별과 함께 아름다운 입맞춤이 펼쳐졌다.

 

 

 

 소은 씨.

 

 어머. 강 대리 님. 어쩐 일이세요?

 

이 근처 가다가요. 소은 씨 지금 퇴근하시는 거예요?

 

.

 

 강 대리가 소은이 들고 있는 서류뭉치를 바라본다.

 

 타세요.

 아니에요. 강 대리 님 집 저랑 반대시잖아요.

 

 지금 짐이 많으시잖아요.

 

 강 대리가 미소를 짓는다.

 

 어서요.

 

 하지만.

 

 괜찮아요.

 

 소은이 혀를 살짝 빼문다.

 

 그러면 신세 좀 질게요.

 

 물론이죠.

 

 소은이 뒷문을 열고 차에 올라 탄다.

 

 강 대리 님 차 처음 타보는 거 같아요.

 

저도 저 말고 다른 사람 태우는 거 처음이에요.

 

 어머 영광이네요.

 

 소은이 싱긋 웃는다.

 

 어디 갔다 오시는 길이셨어요?

 

 집에요.

 

 강 대리가 부드럽게 차를 몰았다.

 

 소은 씨 집이 어디셨죠?

 

 서초동이요.

 

 편안히 계세요. 제가 알아서 다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죠?

 

 물론입니다.

 

 강 대리의 능청에 소은이 웃음을 터뜨린다.

 

 왜 웃으세요?

 

아니에요.

 

 소은이 싱긋 웃는다.

 

 정말 고마워요. 사실 택시를 타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아유 택시를 왜 타요?

 

왜요?

 

 택시 위험하잖아요.

 

저는 괜찮아요.

 

 소은 씨가 더 위험하죠. 얼마나 아름다우신데.

 

 어머, 입에 없는 소리 하자 마세요.

 

아닌데.

 

 강 대리가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