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5. 26. 17:05

 

 

 

 우리, 사랑해!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

 

 여자는 왜? 4

 

 

 

 오빠, 우리 택시 타자.

 

 택시 탈 돈이 어딨어?

 

 설마, 오빠 아까 아이스크림 값 아까워서 지금 걷는 거야?

 

 , 무슨?

 

 병환이 뜨끔한 표정을 짓는다.

 

 딱 보니 맞네.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가 돈 낼게.

 

 ?

 

 병환이 인상을 찌푸린다.

 

 지금 내가 돈이 없어서 그러냐?

 

그런 거 아니야?

 

 병환이 넥타이를 헐겁게 만든다.

 

 너 내가 뭘로 보이냐?

 ?

 

 너 내가 그렇게 한심해 보이냐? 내가 그렇게 가벼운 남자로 보이냐? 내가 겨우 그 따위 아이스크림 값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걸로 보이냐고?

 

 .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솔직히 아이스크림 값이 조금 비쌌잖아. 어차피 나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우리 지금 택시 타자. ?

 

 .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차피 조금만 걸으면 버스 정류장이잖아. 버스 타러 가자. 버스 타도 너희 집 앞까지 가잖아.

 

 중간에 환승해야 하잖아.

 

 그래봤자 기본료인걸.

 

 병환이 혜지에게 어깨를 두른다.

 

 그러니까 그냥 가자.

 

 , 오빠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런데 혜지야 조금 덥지 않아?

 

 .

 

 혜지가 볼을 부풀린다.

 

 우리 아이스커피 먹자.

 그럴까?

 

 병환이 GS 25로 들어간다.

 

 어서오세요! GS 25입니다.

 

 아이스밀크.

 

 오빠.

 

 혜지가 병환의 옆구리를 찌른다.

 

 ?

 

 이왕 먹는 거 제대로 된 아이스커피 먹으면 안 돼?

 

 이것도 아이스커피잖아.

 

 그런 거 말고.

 

 그럼 어떤 거?

 

 이리 와봐.

 

 혜지가 병환을 이끌고 음료코너로 간다.

 

 이거.

 

 스타벅스?

 

 병환이 인상을 찌푸린다.

 

 이거 비싸고 맛도 똑같잖아.

 

 아니야.

 

 그거는 내가 조금 있다가 사줄게. 어차피 너네 집 앞에 홈플러스 있잖아. 홈플러스에서는 그거 2200원에 팔잖아.

 

 . 오빠는 나 안 좋아해?

 

 또 그소리야?

 

 병환이 질린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아까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사줬잖아. 이번에는 네가 나한테 좀 져주면 안 되는 거야?

 

오빠 정말 너무하다.

 

 뭐가?

 

 오빠는 여자친구가 이렇게 먹고 싶다는데 사주기가 싫어?

 혜지야.

 

 오빠.

 

 혜지가 눈웃음을 짓는다.

 

 ? 마시고 싶단 말이야.

 

 하아.

 

 병환이 한숨을 쉰다.

 

 나는 정말 네가 이해가 안 된다.

 

그럼 그냥 이해하지 말고 사주면 안 돼?

 

알았어.

 

 헤헤.

 

 혜지가 냉큼 프라프치노를 한 병 꺼낸다.

 

 오빠 고마워.

 

 계산이나 하자.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거 계산해주세요.

 

 ,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2900원입니다.

 

 오빠.

 

 아이스커피도 한 잔 주세요. 밀크로요.

 3900원이고. 계산 먼저 도와드릴게요.

 

 여기요.

 

 병환이 카드를 낸다.

 

 카드세요?

 

 파트타이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카드 결제는 이쪽에서 도와드릴게요. 그 쪽에서는 카드 결제가 안 되시거든요. 커피 다시 주세요.

 

아니요

 

 혜지가 재빨리 끼어든다.

 

 그럼 현금으로 낼게요.

 

 ?

 됐네요.

 

 혜지가 입을 삐쭉거린다.

 

 남자가.

 

?

 

 됐어.

 혜지가 5000원을 낸다.

 

 

 

 , 그냥 현금 내면 될 거 가지고 그러냐?

 

 카드 결제해도 되잖아.

 

 큰 금액도 아니잖아.

 혜지야. 솔직히.

 ?

 꼭 그래야 해?

 

 뭐가?

 

 어차피 똑 같은 커피잖아.

 

 똑같지 않아.

 ?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오빠가 아직 모르는 가 본데, 이 커피 가격은 단순히 커피 가격이 아니라고. 커피 가격에 그 브랜드까지 합쳐져 있는 거야. 단순히 커피만 따지면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지 모르지만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마시는 거니까 말이야. 알겠어? 박병환. 오빠는 너무 한가지만 생각해.

 

 나는 네가 이해가 안 된다.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여자는 왜?

 

 

 브랜드에 목을 메는 것일까? 어차피 똑 같은 것인데, 꼭 브랜드를 따져야만 하는 여자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