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
여자는 왜? 4
“오빠, 우리 택시 타자.”
“택시 탈 돈이 어딨어?”
“설마, 오빠 아까 아이스크림 값 아까워서 지금 걷는 거야?”
“무, 무슨?”
병환이 뜨끔한 표정을 짓는다.
“딱 보니 맞네.”
혜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가 돈 낼게.”
“왜?”
병환이 인상을 찌푸린다.
“지금 내가 돈이 없어서 그러냐?”
“그런 거 아니야?”
병환이 넥타이를 헐겁게 만든다.
“너 내가 뭘로 보이냐?”
“뭐?”
“너 내가 그렇게 한심해 보이냐? 내가 그렇게 가벼운 남자로 보이냐? 내가 겨우 그 따위 아이스크림 값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걸로 보이냐고?”
“응.”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솔직히 아이스크림 값이 조금 비쌌잖아. 어차피 나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우리 지금 택시 타자. 응?”
“하.”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차피 조금만 걸으면 버스 정류장이잖아. 버스 타러 가자. 버스 타도 너희 집 앞까지 가잖아.”
“중간에 환승해야 하잖아.”
“그래봤자 기본료인걸.”
병환이 혜지에게 어깨를 두른다.
“그러니까 그냥 가자.”
“뭐, 오빠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런데 혜지야 조금 덥지 않아?”
“응.”
혜지가 볼을 부풀린다.
“우리 아이스커피 먹자.”
“그럴까?”
병환이 GS 25로 들어간다.
“어서오세요! GS 25입니다.”
“아이스밀크.”
“오빠.”
혜지가 병환의 옆구리를 찌른다.
“왜?”
“이왕 먹는 거 제대로 된 아이스커피 먹으면 안 돼?”
“이것도 아이스커피잖아.”
“그런 거 말고.”
“그럼 어떤 거?”
“이리 와봐.”
혜지가 병환을 이끌고 음료코너로 간다.
“이거.”
“스타벅스?”
병환이 인상을 찌푸린다.
“이거 비싸고 맛도 똑같잖아.”
“아니야.”
“그거는 내가 조금 있다가 사줄게. 어차피 너네 집 앞에 홈플러스 있잖아. 홈플러스에서는 그거 2200원에 팔잖아.”
“치. 오빠는 나 안 좋아해?”
“또 그소리야?”
병환이 질린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아까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사줬잖아. 이번에는 네가 나한테 좀 져주면 안 되는 거야?”
“오빠 정말 너무하다.”
“뭐가?”
“오빠는 여자친구가 이렇게 먹고 싶다는데 사주기가 싫어?”
“혜지야.”
“오빠.”
혜지가 눈웃음을 짓는다.
“응? 마시고 싶단 말이야.”
“하아.”
병환이 한숨을 쉰다.
“나는 정말 네가 이해가 안 된다.”
“그럼 그냥 이해하지 말고 사주면 안 돼?”
“알았어.”
“헤헤.”
혜지가 냉큼 프라프치노를 한 병 꺼낸다.
“오빠 고마워.”
“계산이나 하자.”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거 계산해주세요.”
“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삑’
“2900원입니다.”
“오빠.”
“아이스커피도 한 잔 주세요. 밀크로요.”
“3900원이고. 계산 먼저 도와드릴게요.”
“여기요.”
병환이 카드를 낸다.
“카드세요?”
파트타이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카드 결제는 이쪽에서 도와드릴게요. 그 쪽에서는 카드 결제가 안 되시거든요. 커피 다시 주세요.”
“아니요”
혜지가 재빨리 끼어든다.
“그럼 현금으로 낼게요.”
“왜?”
“됐네요.”
혜지가 입을 삐쭉거린다.
“남자가.”
“뭐?”
“됐어.”
혜지가 5000원을 낸다.
“치, 그냥 현금 내면 될 거 가지고 그러냐?”
“카드 결제해도 되잖아.”
“큰 금액도 아니잖아.”
“혜지야. 솔직히.”
“뭐?”
“꼭 그래야 해?”
“뭐가?”
“어차피 똑 같은 커피잖아.”
“똑같지 않아.”
“뭐?”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오빠가 아직 모르는 가 본데, 이 커피 가격은 단순히 커피 가격이 아니라고. 커피 가격에 그 브랜드까지 합쳐져 있는 거야. 단순히 커피만 따지면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지 모르지만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마시는 거니까 말이야. 알겠어?
“나는 네가 이해가 안 된다.”
병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여자는 왜?
브랜드에 목을 메는 것일까? 어차피 똑 같은 것인데, 꼭 브랜드를 따져야만 하는 여자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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